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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tranger Jun 07. 2021

노사 상생협력모델 Part 2

사람이 시스템이다


‘노사 상생협력모델 Part 1’에서 워킹맘의 입장에서 노사 상생협력모델이 가능하고, 내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공유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이 모델이 어떻게 다른 회사에 적용될 수 있을까.


회사에서 워킹맘을 고려한 시스템을 만들면 되나? 사실 사람들이 스스로 안 되는 것들, 달성하기 힘든 목표를 조금 더 외부의 힘으로 이루어보기 위하여 마련하는 것이 시스템인 것 같다. 이렇게 저렇게 제도를 만들지만, 누가 시켜서,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은 이행 동기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내가 생각하는 노사 상생협력모델의 시스템은 사람에 있다. 각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필요한 배려를 했을 때 노사 상생협력모델이 실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사람이 시스템인 것이다.


내가 엄마가  순간부터 나는 선배 워킹맘으로서 임신, 출산하거나 육아를 하는 동료들에게 공감을 느끼고, 그들은 스스로 느끼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의 배려가 필요한 부분은 심적, 힘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게 되었다. 예를 들면, 몸이 힘들어 택시 잡고 있는 임산부 동료 차로 퇴근시켜주기, 무거운 물건,  무거워도, 조금이라도 드는 것이나 옮기는 것은 내가  해주고, 복사량이 많아 보이면 내가 대신 복사해서 가져다도 주고... 일단 움직이거나 물건 옮기고 하는 것을 많이 도와주었다.


‘도와주어야지’하고 특별히 마음먹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기울었다. 나는 워낙 튼튼한 임산부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 자체가 가져다주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와 그로부터 오는 어려움은 잘 알고 있고, 출산, 육아 후 회사생활은 얼마나 더 힘든지 몸소 경험하였으므로 자연스럽게 감정이입과 공감이 되었고, 내가 회사에서 받은 배려가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를 더 잘 알고 있기에 나도 다른 동료에게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당장 체면 챙기고 권위 챙기기에 급급하여, 선입견과 관습에 자신을 가둔 채, 어떠한 배려도 하지 않는 직장상사나 시스템이 아직도 만연하다. 승진시기를 고려하여, 승진하자마자 출산할 수 있게 계획한다는 승진 앞둔 여자 대리님들, 출산휴가는 거의 안 쓰고, 육아휴직도 1년 온전히 사용하면 자신 때문에 업무량이 늘어날 동료들 눈치, 또는 혹시나 자리 없어질까 하는 염려로 다 쓰지 못하고 3개월, 6개월 사용하는 경우도 보았다.


회사 시스템상, 법적으로 허용된 출산, 육아휴직을 불허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지만, 사람들이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문화, 분위기 이런 것들이 축복받아야 마땅한 임신과 출산을 걱정거리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아, 회사 임원들, 상사들은 임신, 출산과 육아를 겪어보지 않으신 분들이라 모를 수 있겠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 본인들도 낳아준 엄마가 있어 존재할 테고, 본인들의 자녀를 낳아준 부인이 있을 테며, 그 자녀들도 커서 회사를 다니고 할 텐데, 어떠한 배려도 없이, 나는 모르겠고 무조건 회사에 붙어있고, 회식, 출장, 다 예외 없이 똑같이 하라고 하는 사람, 육아휴직, 출산휴가 사용에 눈치를 주는 사람을 보면, 본인 딸이 회사 다니면서 이런 일을 겪는다고 하면, ‘원래 그런 거야.’라고 이야기할까?


요즘은 이런 고질적인 관습과 나쁜 문화나 분위기가 없어진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고, 주변에서 육아휴직을 몇 개월 쓸 것인지, 임신하면 승진 누락될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고, 회사에서 여자 팀장님은 여전히 찾기 어렵다.


법적, 사규적으로 출산휴가, 육아휴직은 보장된 것이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이를 활용하는 직원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가족 같은 회사는 노땡큐고, 각자 가족은 집에 있지만(feat. 둘째 이모 김다비),


상사들이, 자신의 남편과 부인이, 아들과 딸이 회사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어떤 분위기 속에서 일하면 좋겠는지 한 번만이라도 생각해보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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