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를 재밌게 보기 위한 사소하고 은밀한 4가지 방법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수십만의 뭇 수험생들을 분노로 이끌었던 어느 베스트셀러의 제목이다
"다큐멘터리 가 제일 재밌었어요"
라는 이가 있다면 혹자는 '뭐야.. 이거.. 무서워..'라며 친하게 지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할지다 모른다.
더 일반적인 반응은 아 이 사람은 뭔가 괴짜 거나 심각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적지 않은 다큐멘터리는 막 재미가 넘쳐 흐르진 않는다. 그건 인정해야 한다.
거액의 제작비가 들어간 상업영화나, 사람들을 어떻게 웃길까 밥만 먹고 그것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찍은 예능프로보다 다큐멘터리를 더 깔깔깔 대고 본다고 하면 그건 이미 덕후의 단계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보통의 드라마와 영화와 예능을 영상 주식으로 삼고 사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다큐멘터리는 그냥 노잼 무맛 종합 수면제인 관심 밖의 영역일 수 밖에 없을까?
그렇지 않다에 한 표를 던지는 한 명으로서 다큐멘터리를 맛난 별식으로 즐기기 위한 몇 가지 팁을 적어보고자 한다.
1. 집안일을 하면서 봐라
핵심적인 꿀팁이다. 나는 다큐멘터리 얘기를 하면 이 장르는 집안일을 하면서 보기에 최적인 장르라고 얘기한다. 특히 설거지나 다림질 할 때가 최적의 타이밍이다. 밀린 접시들을 뽀득뽀득 닦으면서, 내일 입을 와이셔츠를 앞뒤로 다리면서, 저 다큐는 뭔 내용이 나오나 힐끗힐끗 보거나 귀로 듣다 보면, 뭔가 솔깃하는 내용들이 보인다. 한가지 나의 관심사와 연결이 된 이후의 다큐멘터리는 결코 여느 예능에 뒤지지 않을 만큼 흥미롭고 재밌다.
2. 화면빨로 봐라
사실 예전 2000년대 중반 DCinside.com 다큐멘터리 갤러리 공지글을 보면,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첫번째 다큐멘터리로 BBC의 '살아있는 지구'가 꼽혔다.(2006년에 제작된 이 'Planet earth'란 다큐에 대한 추천은 지금도 유효하다) 이 다큐를 그렇게 선추천하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BBC의 자금력이 받쳐주는 압도적인 화면빨이다. 꼭 영상이 세세한 서사가 있어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압도적인 물줄기, 많아도 너무 많은 철새 군단의 무작위한 거대한 움직임, 물을 찾아 대이동을 하는 물소 떼 등의 거대한 화면을 느끼다 보면 다큐의 베이직한 매력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3. 캐릭터를 발견해라
영화도 예능도 마찬가지지만 다큐에서도 캐릭터는 정말 중요하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이라면 다큐멘터리는 기본적으로 대본으로 '쓰여진' 인물이 아니라 '발견'된 사람들이 캐릭터가 된다. 그렇게 여러 캐릭터들을 찍고, 인터뷰해서 다큐속에 담긴 캐릭터들은 많은 부분이 짜인 틀에서 움직이는 타 장르보다(물론 다큐멘터리도 어느 정도의 설정은 들어가지만 그래도) 훨씬 '날 것'의 캐릭터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캐릭터에 흠뻑 빠질 수 있는 대표적인 다큐멘터리로 '푸지에'를 꼽는다. 일본 사진작가가 찍은 몽골 소녀인 푸지에를 다룬 이 다큐의 주인공은 말로 짧게 표현하기 힘든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항상 화나 있는 얼굴로 말을 몰지만 선생님이 되고 싶어하는 푸지에는 그 때까지 본 어떤 영화에서도 따라잡기 힘은 유니크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다큐멘터리에 입문하게 만든 작품이 무었이었냐고 묻는 다면 난 '푸지에'를 꼽을 것 같다.
어떤 경우는 캐릭터가 기대치 않게 갑툭튀 하는 경우도 있다. EBS의 제작지원으로 만들어진 한국 대학생들의 고된 삶을 다룬 '어메이징 데이'란 다큐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한국외대의 임지웅 군은, 그 다큐 전체를 살리는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아마 임지웅 군이 그 다큐를 제작한 학생의 친구라 부탁을 받고 출연한 것으로 보이는데,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상경 자취생의 절절한 생활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이 다큐를 보면서 느낀 이 친구의 매력은, 내가 인사 담당자라면 뽑고 싶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어디든 취직을 잘 했을거야 라고 짐작했는데, 들리는 소식은 전주MBC에서 본인이 지망하던 아나운서가 되어있다고 하더라.
4. 어려운 지식을 쉽게 이해시켜주는 매력에 빠져라
이것은 일부 다큐멘터리에 해당되겠지만 영상으로 표현하다 보니 어려운 내용을 이해시키는데 탁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브라이언 그린이 쓴 엘레건트 유니버스란 책을 미국 PBS 방송국에서 제작한 동명의 다큐멘터리가 있다. 초끈이론을 영상으로 설명해주는데, 물리학적 지식이 높지 않아도 영상으로 string이 파르르 돌아가는 식으로 보여주니 이 보다 더 쉽게 초끈이론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고 느꼈다.
경제관련한 다큐멘터리 중에서도 명작 중 하나인 'Inequality for All'같은 경우에도 미국 경제에서 고조된 불평등의 지표들을 각종 화려한 애니메이션을 활용하여 설명해주니 그냥 보고만 있어도 이해가 된다. 이것도 다큐멘터리란 장르의 큰 매력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사실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는 가장 흔한 이유는 본인의 관심사에 관한 주제인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이런 팁이 없이도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좀 더 범위를 넓혀 다큐멘터리란 장르 자체에 입문해보고 싶은 분들이 계신다면 이런 방법으로 가볍게 시작해보시면 어떨까 제안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