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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rdoc Jul 06. 2016

게임 깎는 젊은이 -인디게임 더 무비

비주류의 장인정신으로 일궈낸 해피한 성공기

'인디 게임'이란 소형 개발사에서 대형 기획사나 게임 회사에서의 지원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제작하거나, 크라우드 펀딩 등의 방법으로만 자금을 조달하여 제작된 게임을 얘기한다.(출처:나무위키)



다큐멘터리 영화는 워낙 범주가 넓고 다양해서 어떤 면을 특정하기 힘들지만


사회의 소외된 면이나 어두운 부분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기본적으로는 각본이 있는 픽션이 아니기 때문에 그 다큐멘터리의 내용이 시청자의 욕망을 배반하기도 한다. 다큐의 결론이 불편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큐멘터리 중에 흥미롭고, 유쾌하고, 게다가 결론까지 해피한 다큐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오늘 소개할 '인디게임 더 무비'란 영화는 드물게 그런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다큐라고 할 수 있다.



출처 : https://flic.kr/p/eu6WVn
거긴 개발자가 천명이고 우린 두 명이에요


스타크래프트 , GTA,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모던워페어, 리그오브레전드, 최근의 오버워치까지

이름 좀 들어본 알만한 게임이라면 개발자가 기본 수백에서 많으면 천명이 넘어간다.

이에 반해 많아야 2~3명이서 만드는 인디 게임 개발은 언뜻 생각해봐도 보통 정신 나간 짓이 아니다.

이런 체급의 차이를 소비자들이 너그럽게 이해해준다면 참 아름답겠지만, 인디 게임에 대해서도 유저들은 자비롭기보단 깐깐하고 냉정한 쪽에 가깝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기 전에 예상하는 내용이란 보통,

거대 게임 개발자에 맞선 소수 인디 게임 개발자들의 개고생 분투기 혹은 뛰어난 기획력과 끈기로 게임 비즈니스계에서 거둔 다윗의 승리와 같은 내용을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위와 같은 내용도 다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의 주제에 더 가까운 것은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도대체 왜 이런 불확실하고 고된 길을 가는 가에 대한 그들 스스로 말하는 대답인 것 같다.


게임은 저를 표현하는 방법이에요 영화를 만들거나 글을 쓰듯이


게임은 물론 재밌어야 한다. 그래야 팔릴 테고 또 그래야 다음 게임 개발을 할 수 있을 테니깐.

하지만 인디 게임 개발자들을 움직이게 하는 더 큰 동력원은 게임 개발을 통한 자기표현인 듯하다.


Braid / 출처 : https://flic.kr/p/7cGk62


이 다큐에서 소개된 'Braid'란 게임은 언뜻 보기엔 마리오 시리즈와 비슷한 아케이드 게임으로 보이지만, 시간을 되돌리는 기능을 추가함으로 독특한 메커니즘을 가지게 된다. 주인공이 공주를 구하기 위해 떠나는 모험으로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종국에는 충격적인 스토리 전개로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이 게임의 제목인 'Braid'란 단어는 시간과 공간을 연속체로 보지 않고 끊어진 점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보는 양자고리중력에서 나오는 용어인데, 시간을 역행하는 기능을 주 메커니즘으로 삼은 이유가 단순히 게임성 때문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논란의 여지도 많은 이 게임의 스토리는 개발자가 단순히 게임의 흥행을 위해서 설정했다기 보단 게임으로 나타내고픈 자기표현의 내용들이 있었음을 보여주지 않나 싶다.


Super Meat Boy / 출처 :  https://flic.kr/p/umUDLe

피부가 없는 빨간 살덩이의 주인공인 '미트 보이'가 반창고로 이루어진 '밴디지 걸'을 찾아 떠나는 '슈퍼 미트 보이'의 경우에는 개발자가 캐릭터를 이렇게 설정한 이유로 "그래야 완전해지잖아요"라고  대답한다. 고통스러워 보이는 캐릭터 설정에서 오히려 유저의 동인을 만들어내는 개발자의 의도랄까. 인디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함이라고 할 수 있다.


FEZ 게임 화면 /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
페즈에서도 미적인 걸 많이 신경 써요


'페즈 FEZ'는 이 다큐의 스토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게임이자 필 피시를 인디 게임계의 락스타로 만든 역작이다. 2D세상에 사는 '고메즈'란 캐릭터가 '페즈'란 모자를 얻고 나서 3D 세상을 탐험할 수 있게 되는 능력이 부여받고 떠나는 모험이다. 밝고 경쾌한 플레이 화면과는 달리 생각보다 무시무시한 난해함을 자랑하는 게임이다.


이 다큐의 인터뷰에서 필 피시는 미적인 부분을 많이 신경 쓴다고 하는데, 그의 얘기대로 이 게임은 푸른 하늘, 초록의 잔디, 신선한 공기(게임상에 공기는 보이지 않지만!)의 상쾌하고 밝은 느낌이 즐거움의 한 축을 담당한다.


이 게임의 엔딩 역시 개발자의 의도가 깊게 들어가 있는데(당연한 얘기지만), 여러 엔딩 중에는 플레이 과정에서도 느낄 수 있는 난해함과 맥락을 같이 하는 물리학 이론들을 상징하는 듯한 여러 엔딩이 기다리고 있다. 궁금하다면 플레이해보시라.

발매가 안돼서 문제죠


비록 이 다큐에서 다뤄지는 게임들은 성공한 케이스들이긴 하지만, 개발 과정의 고통은 충분히 드러난다.

담당자의 무관심으로 대단할 것도 없는 엑스박스 광고 화면에서 누락되거나, 발매일 마감을 맞추기 위해 피가 말라 가는 상황이나, 개발 과정에서 3번을 뒤엎는 경우까지 인디 게임답게 개발과정도 다이내믹하다.

물론 이 다큐에 등장하는 게임들처럼 성공한 인디 게임은 소수의 개발자들에게 막대한 부가 돌아가지만, 발매조차 못하고 엎어진 경우가 훨씬 많다.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와서, 혹은 큰 게임 회사의 개발자 자리를 마다하고 자기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도전은 결코 쉬운 리스크를 떠안는 것이 아니다.




게임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제가 그걸 만들었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이란 뛰어난 매체를 통해 자기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매력은 인디 게임 개발자들의 모티베이션인 동시에 다양하고 참신한 게임 개발 위한 촉매제이기도 할 것이다. 향후 오락의 영역을 넘어서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중요 기능 요소가 될 것이라 생각하는 한 명으로서, 사회적으로 게임을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이나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소관으로 미스 매치시키는 오류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풍부한 인디 게임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한국 사회에도 조성될 수 있기를 (매우 요원해 보이지만) 바라본다.



후문

FEZ의 개발자 필 피시는 이 다큐에서 나오진 않지만 상당한 이슈 메이킹을 해내는 논란이 많은 인물이다.


그의 캐릭터를 알 수 있는 유명한 사건이 GDC2012 일본인 개발자 답변 사건이다.

링크 : https://youtu.be/STh5nW4A2Jw

그를 존경한다는 일본 게임 개발자가 최근의  일본 게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단 칼에 "It sucks"라고 일갈을 날리는데, 저런 공식적인 자리에서 거침없이 무안을 주는 경우를 봐도 멀리서 보면 재밌고 가까이 있으면 피곤한 스타일이 아닐까 싶다.

해명이라고 올라온 인터뷰 영상도 재밌는데 궁금할 분은 한 번 보시라.

링크 : https://youtu.be/KTAjqdXxdn0 

참고로 나 역시 최근의 일본 게임이 좋다는 얘기라기 보단 저런 공식적인 석상에서 말하는 화법과 매너에 대한 얘기이니 오해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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