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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rdoc Jan 13. 2017

고흐 Made in China

중국의 흥미로운 초상화,  <China's  Van Gogh> 다큐리뷰


Xiaoyong은 20여 년 전부터 유명 유화들의 '짝퉁'을 그리며 밥벌이를 했다. 그의 '짝퉁 그림' 공장에선 한 달에 700점 이상의 그림을 그려낸다. 인터넷으로 다운받은 이미지를 보며 셀 수 없는 모작模作을 그려 유럽으로 수출하는 그는, 진짜 고흐의 그림을 보기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여행을 떠난다.


 고흐 Made in China


이 다큐멘터리는 '중국'과 참 닮아 있다. 피지컬의 힘이랄까, 시놉시스만 봐도 느낄 수 있는 이야기의 위력이 크다. 산업 도시로 유명한 셴젠의 Dafen이란 도시의 유화 마을에서, Xiaoyong은 모작模作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실제 고흐의 그림을 본 적은 없지만, 인터넷으로 받은 이미지를 태블릿에 띄우고, 고흐의 그림을 붓터치로 재생한다. 짝퉁 그림을 그려오는 세월 동안 그는 사업을 키우며 팀을 이뤘고, 어떻게 하면 고흐의 그림과 더 똑같이 그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가르치는 동안 20여 년이 흘렀다.


그의 그림이 수출되는 곳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유럽이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클라이언트가 인터넷으로 주문을 넣는다. 한 달에 700여 점이 넘게 그려내는 고흐의 짝퉁 그림들은 간단히 포장되어서 유럽으로 수출된다. 비록 예술을 베끼는 것으로 시작한 직업이지만 그는 어느새 꿈에서 고흐를 만날 정도로 예술의 꿈을 꾼다.


비즈니스 vs 예술


유럽으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다. 만만치 않은 여행경비에 아내가 만류한다. 그림을 그리는 동시에 베테랑 사업가이기도 한 그가 비즈니스에 대한 생각을 놓을 수는 없다. 중국인은 유럽에 가려면 비자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여러 절차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랜 꿈과 함께 비행기에 오른다. Xiaoyong의 비즈니스와 예술 사이에서의 고민은 여행 중에도 계속된다.


스크린을 채우는 고흐의 모작들


다큐 초반 Dafen의 짝퉁 그림 공장의 화면은 아름답다고 해야 할까, 기이하다고 해야 할까. 어느 쪽이던 다큐의 재미를 더한다. 막대한 그림의 생산량을 채워야 하는 중국인 화가들은 웃통을 벗고 그린다. 노동자이자 화가인 그들의 땀에 젖은 몸통 너머엔 고흐의 이미지들이 이질적인 아름다움으로 채운다. 도저히 윤리적이라고 하긴 힘든 노동 환경과 그에 비해 지나치게 아름다운 유화들. 예술적이지 않으면서도 예술적인 이미지가 이 영화를 잘 대변해준다.


다큐를 이끌어나가는 캐릭터, Xiaoyong


고흐의 그림을 따라 그리는 인생을 살다 진짜 고흐의 작품을 보기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떠나는 Xiaoyong은 다큐 전체를 이끌어가는 캐릭터이다. 그만큼 매력 있다. 비록 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고, 오랫동안 사업을 키워온 그는, 예술가로서의 꿈도 아주 놓지는 않았다. 유럽에 도착한 후 그가 맞닥뜨리는 새로운 사실과 고흐의 흔적을 따르는 경험은, 당혹스럽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비즈니스와 예술의 중간자로 위치한 Xiaoyong은 고민한다. 그 경계점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낯설면서도 현실적이다.


여행 다큐스러운 매력


이 영화는 여행 다큐라고도 할 수 있다. 여행은 여행이니 말이다. 단 훨씬 강력한 스토리를 담은 여행이랄까. Xiaoyong이 마침내 유럽으로 떠나는 장면의 희열을 관객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즐거운 부분이다. 도착 후 암스테르담부터 고흐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은 특별함도 느껴진다. 20여 년을 그의 그림을 따라 그리기만 했던 그가 고흐의 실제 작품과 만나는 시간은 사뭇 경건하다. 이론을 내비두고 실전으로만 연단한 그가 고흐의 자국들을 보고 내뱉는 한마디는 그의 세월을 담아낸다. 수업시간에 나올 듯한 얘기는 아닌 듯하다. 여정 끝에 그가 그의 여행을 이루며  담아내는 새로운 생각과 중국으로 돌아간 이후의 실천도 예상외의 면이 있다. 궁금하다면 다큐멘터리를 보시라!(고 하고 싶지만 아직 관람처가 없다.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관람 플랫폼이 확보되면 정보를 업데이트하겠다.)


개인적으론 그가 고흐와 만나는 경험들을 좀 더 보고 싶었다. 러닝타임이 허락하지 못해 많이 편집해낸 컷들이 궁금했다. 설마 감독판으로 만나기는 힘들겠지만, 특히 고흐의 <밤의 카페테라스>의 실제 배경인 아를의 카페에서 그가 직접 고흐의 그림을 따라 그리는 장면의 감동은 좀 더 느끼고 싶었으나, 씬이 짧았던 게 아쉬웠다.


https://ko.wikipedia.org/wiki/%EB%B0%A4%EC%9D%98_%EC%B9%B4%ED%8E%98_%ED%85%8C%EB%9D%BC%EC%8A%A4


중국의 예술산업이란 절묘한 단면


중국이 거칠게 성장해오는 동안 중국 산업, 제품 등에 대한 이미지는 빠르게 바뀌어 왔다. 'Made in China'가 조롱의 키워드이던 때도 있었고, 어느새 가성비와 첨단 산업의 자리를 점유하더니, 이젠 예술 산업에서까지 생장하고 있다. 중국이란 거대한 용광로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는 많은 다큐에서 보여주고 있지만, 이 <China's Van Gogh>에서 잘라낸 단면은 좀 더 절묘한 각을 자랑한다. 카메라가 비춰낸 이야기의 전장이 너무나 흥미로운 나머지 다큐의 멱살을 잡고 하드캐리 한다고 할까. 그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추천할 수 있겠다.



<China's Van Gogh> 트레일러

https://youtu.be/MaSL5GxDl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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