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urdoc Jan 05. 2017

패션 + 다큐 + 쇼

 <The First Monday in May> , IDFA 씬 (4)


한국의 EIDF와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도 상영 후 감독이나 관계 전문가와 함께 관련 이야기와 Q&A를 나누는 "Extended Q&A" 형태의 이벤트는 쉽게 볼 수 있다. IDFA 2016의 첫날 본 <The First Monday in May> 상영에서의 이벤트도 그런 후토크를 나누는 형태로 보였으나, 스페셜 게스트와 함께 한다는 설명이 조금 더 특별해 보였다. 


암스테르담의 층층이 흐르는 운하의 중심지역에서 멀지 않은 "Carre" 극장으로 가니 다큐를 보러 온 관객으로 인산인해였다. 사실 IDFA 영화제에서는 이후 심심치 않게 만나는 상황이긴 했지만, 다큐멘터리 상영관에서의 이런 북적거리는 분위기라니! 항상 다큐멘터리 모임 사람들과 단체로 가서 상영관 정중앙을 아무 방해 없이 점유하고 널널하게 보던 상황이 적지 않았던 기억에 생소하면서도 즐거웠다.

극장 "Carre" 또한 멋졌다. 큰 규모도 규모지만, 암스테르담의 극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클래식한 분위기가 좋았던 건, 흔한 멀티플렉스에 익숙한 탓도 있었을 것 같다. 한국에서의 대부분의 영화 관람 경험이 3대 멀티플렉스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상영 장소'가 가지는 매력은 덜 알려져 있다. 지난 EIDF 경희궁 야외 특별 상영에서의 특별한 경험은 특별한 상영 장소가 영화의 특별함 마저 몇 곱절 배가시키는 걸 확인시켜줬다. 





극장 "Carre"로 들어가 착석하니 IDFA 2016 개최를 환영하듯 엠블렘이 반겼고, 스크린 앞엔 다큐와 관련 있을 듯한 의상이 놓여있었다.


<The First May in May>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연중 5월의 첫 번째 월요일에 개최하는 패션 전시 이벤트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이다. 진작에 세계적인 미술관이 제대로 준비하는 어떤 이벤트일까 하는 관심에 즐겨찾기에 추가해 놓았었다. 다큐의 트레일러를 볼 땐, 굉장히 화려한 화면과 리듬 있는 편집에 볼만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큐의 흥미로운 캐릭터들


"China: Through The Looking Glass"란 주제로 열린 이벤트의 총책임자인 Anna Wintour는 관객의 시선을 휘어잡는 캐릭터였다. 범상치 않은 스타일하며, 프로페셔널한 일처리 등 이 영화의 퍼포먼스 담당이랄까. 보는 재미를 선사하는 캐릭터였다. 그녀를 보좌하는 Andrew Bolton은 진중한 캐릭터로 보였는데, 이지적인 매력이 다큐 내내 뿜어져 나온다. 젊은 시절 사진을 보면 한 인물 하는 그의 외모는 세월은 지났지만 사각 안경 너머의 지적인 포스에 비록 이 다큐를 볼 한국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적지 않은 이에게 소개될 일이 있다면 팬도 꽤나 양산할 수 있을 듯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http://www.imdb.com/name/nm1659661/bio?ref_=nm_ov_bio_sm

http://www.imdb.com/name/nm3783703/?ref_=tt_ov_st_sm





논픽션의 매력이 가득한 다큐


영화 내내 볼 수 있는 다큐 특유의 '논픽션'적인 매력이 기대 이상이었다. 패션 전시회란 아름다움 충만할 듯한 영상의 미장센 외에도, 세계적인 미술관의 빅 이벤트 준비 프로세스와 같은 좀처럼 보기 힘든 '업무처리'과정도 개인적으로는 볼거리였다. 주제와 관련한 아이템들을 어떻게 선정하고 채우는데, 섭외는 어떻게 하는지, 셀러브리티의 마음을 잘 맞추면서도 이벤트의 진행에 차질은 빚지 않게 하는 등 신경 써야 할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존 갈리아노, 칼 라거펠트, 장 폴 고티에 등의 유명 디자이너들이 리한나, 조지 클루니, 앤 해서웨이, 카니에 웨스트 등의 친구 셀러브리티들을 한 명씩 초대해 파티를 채우는 방식은 여러 장점이 있어 보였다. 파티장으로 오는 길에 셀러브리티들이 즐길만한 전시 작품을 거쳐 파티 자연스럽게 전시를 즐기며 들어오게 만드는 방식, 그 전시 작품들을 거쳐 걸어오면서 디자이너들이 자연스럽게 셀러브리티들에게 자신이 디자인한 작품을 소개하는 방식도 메트로폴리탄의 이름값답게 매끄러웠다. 


 이 이벤트의 게스트 중 제일 중요한 인물은 메인 무대를 담당한 리한나였는데, 초대 비용만 해도 후덜덜한 그녀의 쉽지 않았던 섭외 과정 재밌었고, 파티에 초대된 수많은 셀러브리티의 좌석 배치 또한 그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게 신경 써가며 준비하는 것 또한 흥미로웠다.



패션 미술로 보여주는 영상미


무엇보다 다큐를 가장 가득히 채우는 건 "China: Through The Looking Glass"란 주제의 전시 작품들이었다. 화려하단 말로는 턱없이 부족할 다채롭고 감각적인 세계 최정상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을 스크린으로나마 볼 수 있단 건 행운이라고 하겠다. 예술과 패션에 관심 있는 이라면 화면의 미술을 보는 것 자체로도 만족감이 있을 것이다. 


다큐의 스토리가 큰 갈등이 있거나, 충격적인 이슈를 다루는 건 아니지만, 디자이너들이 채우는 영상의 아름다움과 쉽게 보기 힘든 세계적인 이벤트의 속사정과 같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들로도 영화의 재미를 충분히 만들어내는구나 하는 생각이 남았다.





스페셜 게스트들의 후토크


상영 이후 스페셜 게스트들과의 토크가 있었다. 패션 저널리스트이자 큐레이터인 Aynouk Tan은 다큐에 나온 한 의상의 실물을 놓고 여러 썰을 풀었고, <Esquire>의 에디터인 arno kantelberg은 게스트들 간의 토크를 진행했다. 패션 다큐 이벤트에 겆맞는 arno kantelberg의 스타일은 대단했다. 보통 패션지나 남성 매거진 에디터들도 개성 있고 멋진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모델 뺨치는 외모와 결합하니 이 사람이 에디터인지 모델인지 배우인지 구분이 힘들었다. 상영 후 포토존에선 이들에게 카메라 세례가 쏟아졌다. 패션 다큐의 후토크를 맡은 게스트들의 스타일이 이벤트의 가치를 높였다 하겠다.



예술만이 관심사가 아니라도 볼만한 다큐


비록 영화제 후반부에 발표된 수상작이나, 관객 평점 랭크에서 이 영화를 찾아볼 순 없었다. 이해가 간다. 어떤 임팩트를 주기에는 점유하고 있는 이슈나 관객들을 열광하게 할만한 요소는 약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꼭 강력한 이슈와 스토리텔링만이 다큐멘터리의 재미는 아니다. 미술로 가득 채운 아름다운 영상과, 세계적인 이벤트 준비과정이란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 소스로도 보는 관객에게 충분한 재미를 준다. 꼭 예술과 패션에 강력한 관심사를 두고 있지 않더라도 말이다. 경쟁하는 요리 대회에서 수상할만한 요리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별미로 먹기 좋은 요리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 사진 by  논픽션라이프

매거진의 이전글 진단 불명의 전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