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FA 2016 장편부문 대상, <Nowhere to Hide>
2011년 미군은 이라크를 떠났다. 이라크 사람들은 더 나은 미래가 올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전쟁은 멈추지 않고 있다. 아무도 이 전쟁이 왜 계속되는지 모른다. 진단되지 않는 전쟁에 이웃이 참혹하게 죽어가는 현장에서 이라크인 간호사 Nori Sharif는 목숨 걸고 영상을 기록했다. 그 결과물인 <Nowhere to Hide>가 IDFA 2016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The 2016 IDFA Award for Best Feature-Length Documentary
IDFA 2016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의 수상을 <Nowhere to Hide>가 가져간 것은, 단지 이라크 내전이란 빅이슈를 다뤄서만은 아니다. 물론 그것도 맞다. 시리아 내전의 여파로 악화일로를 거듭하던 이라크 상황을 생생하게 리포트한 현지인의 기록인 것만으로도 높은 가치의 다큐멘터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는 단순한 전쟁 기록물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문제인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당장 이웃과 형제가 죽어나가고 있는, 형체를 알 수 없는 공포 앞 인간의 황망함을 보여주는 다큐이다.
Nori sharif
제작진에 의해 카메라가 Nori에게 건네 진다. 흥미롭게 카메라를 돌려보던 그는 Jalawa마을의 소소한 일상을 찍기 시작한다. 이라크의 내전 상황은 그때도 진행 중이었지만 그렇게 위험하진 않았다. 그는 간호사로서의 일에 자부심이 있었다. 간혹 교전이나 테러의 희생자가 Jalawa 병원으로 실려오면 그는 의료진으로서 성심성의껏 치료했다. 간혹 사람들은 그런 촬영을 굳이 왜 하냐고 묻는다. 그는 조금 귀찮은 듯해도, 적성에 맞았던지 꾸준히 카메라를 꺼냈다.
미군은 사담 후세인 정권을 축출했다. 이후 총리가 된 말리키는 반대 종파인 수니파들에 대한 복수에 여념이 없었다. 이웃 시리아에선 시리아 정권과 반군의 내전이 진행 중이었다. 어느 틈에 이라크 북부로부터 ISIL의 점령이 확대되고 있었다.
바그다드 로부터 동북쪽에 위치한 Jalawa 마을은 그렇게까지 위험한 곳은 아니었다. 간혹 테러는 일어났지만, 그 마을에서 Nori는 아름다운 아내와 가정을 꾸렸고, 네 아이를 길렀다. Jalawa 병원은 그의 터전이었다. 그러나 ISIL이 점차 진주해오며 마을은 위험해졌고, 의사들도 도망간 병원은 텅 비었다. 마을엔 희생된 아들 혹은 아버지의 울음이 폭격처럼 사방에서 터진다.
Nori도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족을 데리고 차 하나에 몸을 맡겨 떠나는 순간 그들은 난민이 된다. 어디까지 가야 안전할지도 언제까지 떠나야 할지도 알 수 없다. 그를 더 괴롭히는 건, 이 전쟁이 도대체 왜, 무엇이 잘못되어 계속되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는 것이다. 미군은 2011년 이미 이라크를 떠났다. 모두들 더 나은 미래가 올 거라고 했다. 그러나 상황은 더욱 참혹해져 갔다. 병인病因을 알 수 없는 이 전쟁을 Nori는 '진단할 수 없는 전쟁'이라고 했다.
Jalawa 마을을 떠나 있던 Nori는 위험을 무릅쓰고 마을을 잠시 방문했다. 병원은 총탄에 할퀴고 약탈되어 있었다. 몇몇 시신은 수습되지 못하고 끔찍이 부패되어 있었다. Nori의 카메라는 어느덧 의무감에 들려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이 참상을 찍어서 알리는 것 말고는 없었다.
난민難民으로서의 생활이란 건 이름처럼 어렵다. 부족한 모든 것을 찾아 헤매야 하고, 아들의 얼굴의 피부병이 번진다. 돌아갈 날은 언제일지 알 수 없다. 대안이 있을 수 없는 괴로움에, 그저 견디고, 불안하지만 계속 견디는 것이다.
이후
2016년 현재, 이라크 내전은 정리되어 가고 있다. 이라크 정부군은 11월 1일 모술 진입에 성공했고, ISIL은 세를 잃었다. 그간의 실정을 지탄받던 말리키 총리는 권력을 알 아비디에게 넘겨줬다. 이제까지의 이라크 내전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다큐는 이라크 전쟁사의 거시적인 시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수니파와 시아파가 어떻게 전력을 겨뤘는지, 쿠르드족과 터키,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주변국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얘기하지 않는다. 정확히 진단되지 않는 끔찍한 전쟁의 한가운데 놓인, 그곳이 고향이고 터전이었던, Nori의 절망을 보여준다. 텍스트로 전황을 분석할 순 있지만, 그의 절망은 분석되지 않는다. 고통을 안고 견디어 낸 끔찍한 시간 이후 결과론적인 담론은 허무할 뿐이다. 그래서 이 다큐는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져야 할 다큐이다. 전쟁의 참상에 대해 누구나 말로 위로할 수 있지만, 그것의 실제를 목격한 후 할 수 있는 말은 다를 것이다. 그러므로 IDFA 2016 장편 다큐멘터리상이 <Nowhere to Hide>에게 돌아간 것은 이유 있다고 하겠다.
이미지 출처
http://realscreen.com/2016/11/23/zaradasht-ahmeds-nowhere-to-hide-wins-top-prize-at-idf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