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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rdoc Jan 26. 2017

논픽션 취재의 극한

<Prison Sisters> 다큐리뷰 


기대치 않았던 다큐멘터리에서 뜻밖의 수확을 거두는 일은 종종 있다. IDFA 2016에서 관람한 <Prison Sisters>도 그 예이다. 


중동 국가들의 참혹한 현실을 다룬 다큐들이 최근 많이 보인다. 전쟁과 인권 등 충격적인 이슈들을 다루는 작품들이 워낙 많은 지라, 숨은 보석 같은 작품을 지나칠 때도 많다. <Prison Sisters>의 시놉시스와 트레일러를 보았을 때도 그런 중동 이슈를 다룬 다큐 중의 하나로만 생각했다.


실제 이 다큐를 보았을 때 놀란 부분은 감독 Nima Sarvostani의 취재 역량이었다. 많은 위험 지역을 촬영한 다큐가 모두 그 용기와 노고에 박수를 아낄 수 없지만, Nima의 그것은 한 단계 넘어선 듯했다.


이 다큐는  <No Burqas Behind Bars>의 후속편 격인 영화이다. 전작에서 아프가니스탄의 감옥에 수감되어있는 'Sara'란 여성을 다룬다. <Prison Sisters>에서는 그녀를 포함한 아프간 여성 인권의 현실을 그야말로 끈질기게 추적 관찰한다.




'Sara'는 아프가니스탄 감옥에 수감되어 있었다. 그녀의 죄명은 '남편으로부터 도망친 죄'이다. 그리고 그의 형량은 살인자의 형량보다 많다. 그녀가 사랑한 남자가 있었고, 집안에서 결혼시킨 남편과 살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집안의 명령을 거역한 죄로 사랑한 남자와 함께 수감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Najibeh'란 다른 여성 수감자를 만나게 되고 둘은 자매 같은 우정을 나눈다.


'Sara'는 이후 출소했으나 사랑했던 남자는 도망간다. 황망해진 그녀는 다큐멘터리 <No Burqas Behind Bars>의 스웨덴 제작진이 도움으로 스웨덴 망명길에 오른다. 이 다큐로 인해 스웨덴에 꽤 알려진 그녀는 스웨덴 현지에서 큰 환영을 받게 되고, 망명 절차와 허가 여부를 가슴 졸이며 기다린다. 그러다 같이 감옥에 수감되었던 자매같이 지냈던 'Najibeh'의 출소 소식을 듣게 되고 소식을 궁금해 하자 감독 Nima는 취재를 시작한다.





(이후 내용엔 해당 다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후 이 다큐의 주연은 Sara에서 Nima로 바뀌는 듯하다. 


스웨덴 현지에서 조사하는 Najibeh의 행방은 묘연했다. 출소 후 살해당했다 혹은 어딘가 살아있다는 등 여러 정보가 들리나 확실한 것이 없었다. 제대로 된 사회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한 사람의 정확한 행방을 쫓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Najibeh란 이름이 흔한 이름이라 혼선을 빚는 건 덤이었다.


원격을 진행하던 조사가 막히자 Nima와 함께 고민하던 친구는 말한다.


"Nima, 아무래도 네가 아프간으로 가야겠어"


뛰어난 다큐멘터리 감독답게 겁 따위는 없어 보이는 꽁지머리 Nima는 바로 아프간으로 향한다.


이후 다큐에서 보여주는 Nima의 취재 퍼포먼스는, 감히 논픽션 취재의 극한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볼만한 가치가 있다.


현지에서 조차 수집하기 어려운 Najibeh의 행방에 대한 얽히고설킨 정보를 굳이 리뷰글에 다 적을 필요는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Nima는 정말 '쩐다는' 것.


그가 극도로 불안한 치안의 아프간 현지에서 종횡무진 쏘다니며 얻어낸 결과물을 독자들도 꼭 이 다큐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결코 단순하지 않은, 픽션으로는 불가해한 서사를 볼 수 있다.




Nima가 아프간에서 목숨을 건 취재를 하는 동안 스웨덴에서의 망명 허가 여부를 기다리는 Sara의 자유 적응기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스톡홀름의 동성애자 퍼레이드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부르카는 진작 벗어버릴 수 있는 곳에서 그녀의 자유로운 활갯짓은 분명 수혜자인 듯하게 보인다.


얼핏 아프간에서 스웨덴이라는, 그야말로 인권의 극과 극을 체험하며 일어나는 그녀의 현기증은 관객들에겐 처음엔 그저 재밌게 다가올 수도 있다. 'Sara여 인권을 만끽하라'라고 같이 외치고픈 입장에 서는 듯한 관객은 그저 자유로운 사회의 권리들을 아낌없이 기부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흔히 쓰는 '문화 충격'이란 용어의 관용적 의미보다 사전적 의미에 더 가까운 그녀의 적응기는 결말을 확인해봐야 한다. 




'논픽션'의 사전적 의미가 말하듯이 다수의 다큐멘터리는 관객을 만족시키는 서사가 아니다. 한 정치인이 유행시킨 '불편하지만', '현실'인 조각들은 편집해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는 더러 편안하진 않지만 그것이 매력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Prison Sisters>역시 그런 매력을 아주 우수한 역량으로 보여주는 다큐이다.


당연하게 누리는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 이 세계 어딘가에서 관찰되는 상상 해보지 못한 기록들을 선사해주는 다큐멘터리는 나에게 '선물'과도 같은 장르이다. 그 일선에서 뛰는  다큐멘터리 제작진들에게 항상 가슴속에서 작고 지속적인 박수를 보내고도 있다. 이번 IDFA에서 만나게 된  <Prison Sisters>의 Nima에겐 번쩍 일어나서 큰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Prison Sisters> 트레일러

https://youtu.be/ejMFWAiclW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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