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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rdoc Feb 06. 2017

"외국인을 빌려드립니다"

 한 유학생이 IDFA에  출품해낸 <Dream Empire> 다큐리뷰

'중국'이란 키워드


'중국'은 최근 여러 다큐에서 다루어지는 키워드이다.

IDFA 2016에서 호평을 받은 <China's Von Gogh>나, 국내 다큐멘터리 영화제인 EIDF 2010 대상을 수상한 <집으로 가는 기차>, 중국의 격투기 선수들을 다룬 <차이나 헤비급>, 중국 도시 개발의 이면을 보여준 <다퉁 개발 프로젝트> 등 꽤 많은 중국 관련 다큐멘터리들을 볼 수 있다.

https://brunch.co.kr/@nonfictionlife/44

http://www.eidf.co.kr/dbox/movie/view/77


'아파트 분양'을 위한 '외국인 임대'


IDFA  2016에서 만난 <Dream Empire>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는 다큐가 아닐까 생각했다. 일단 중국이란 키워드가 워낙 핫하니 관심이 갔다. 중국 부동산의 어떤 면을 다뤘을까 궁금했다.


<Dream Empire>의 스토리는 다소 예상 밖이었다.

부동산 붐이 부는 중국에서 고급 아파트 건설 및 분양은 큰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이다. 성공적인 분양을 위해서 프로모션 행사는 중요하다. 고급 아파트 분양 홍보 행사에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공연이 열린다. 이를 담당하는 에이전시는 자체 섭외한 외국인 공연팀을 올린다. 일단 외국인이기만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악기를 하나 쥐어주고, 연주를 못하면 노래라도 시킨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위해 "외국인을 빌려주는"이 공연 장면은 꽤나 기이하다. 인류학 박사과정이었던 이 다큐의 감독 David Borenstein은 그 공연 알바로 생활비를 벌던 한 외국인이었다.


얼떨결에 다큐 감독? David Borenstein


영화 상영 후 Q&A 시간에 알게 된 것이지만 감독 Borenstein은 어떤 영화 관련 배경도 없었다. 인류학을 전공하고 정치 경제학, 도시화, 부동산 등의 주제에 관심 있는 한 대학원생일 뿐이었다.


그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취미로 연주하던 클라리넷 하나로 각 분양 시장을 돌며 본 중국 부동산 열풍의 모습은 기괴했다. 실로 대단하다 할 수 있는 중국의 부동산 열기는 대박을 꿈꾸는 이들로 인산인해였고, 그 열기를 더 붐업시킬 필요가 있는 건설사들에겐 이 아파트가 '상류층'이 사는 곳이란 이미지가 필요했다. 그 뜨거운 분양 시장 한켠의 급조된 외국인 밴드 'The Travelers'는 고급스럽고 이국적인 느낌을 내기 위한 소품이었다.


이런 중국의 사회 현상에 흥미를 느낀 그는 영화 제작엔 아마추어임에도 불구하고 일단 촬영을 시작했다. 점차 영상이 쌓여가고 스토리와 캐릭터가 잡히기 시작하자 전문 제작진과 컨택이 됐다. 그 전문가와 협업하여 완성된 다큐의 후반부는 전반부와 퀄리티의 차이가 난다. Borenstein이 밴드 알바를 돌던 시점의 영상들은 얼핏 홈비디오 수준의 풋풋한 느낌마저 드는 데 반해 후반부는 여느 다큐 영화 수준으로 준수하다.


그런 기술적인 문제가 다큐멘터리의 몰입엔 전혀 방해되진 않는다. Borenstein이 다룬 영화의 컨텐츠가 충분히 흥미롭기 때문이다. Q&A를 통해  이런 방식으로도 IDFA급 다큐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다큐의 메인 캐릭터 Yana


이 다큐의 메인 캐릭터는 이 외국인 공연팀들을 섭외하고 매니지먼트하는 Yana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시골에서 올라와 충칭에서 일하는 그녀는 거침없는 에이전트이다. 여러 외국인들이 모여있는 술집을 돌아다니며 길거리 캐스팅도 서슴지 않는다. 연주자, 댄서, 래퍼 등 백인이나 흑인이기만 하면 명함을 건네며 비즈니스를 도모한다.


에이전시의 직원이긴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있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기 힘든 이 곳에서, 그녀가 조직한 외국인 밴드에 중국 사람들은 즐거워한다. 괜찮게 돌아가는 업황에 그녀가 이 대도시에 살아갈 수 있는 밥벌이도 된다. 밤낮 가리지 않고 바쁘게 일해야 하지만, 대다수의 중국인이 겪는 전쟁 같은 삶이기에, 어쩌면 일상적인 모습이다.


약간 다른 얘기지만 최근 중국의 어마어마한 창업 열기도, 여러 관련 다큐들을 보면, 꼭 놀랍다란 시각으로만 볼 것은 아닐 것 같다. 중국이 훌륭한 복지가 받쳐주는 나라도 아니고, 우리나라처럼 공부 하나로 어느 정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직업이나 전문직이 흔한 것도 아니다. 인산인해란 말이 나온 듫끓는 경쟁의 나라에서, 가시적인 성공의 기회를 쥘 수 있는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게 창업인 것이다. 물론 내수시장과 인적자원, 정부의 인프라 지원이 받쳐주니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어쨌거나 중국 청년에게 창업은 충분히 합리적이고 자연스러운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큐에서의 중국 부동산 열풍도 그렇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저성장으로 들어선 지 오래됐고, 중국은 세계를 놀라게 한 고성장의 시간들을 보냈다. 수많은 소시민들의 입장에서 어차피 거주할 집 한 채로 월급쯤은 껌값인 차익이 눈에 아른거린다면, 뛰어들지 않는 게 이상할 수 있다. 어쩌면 당연한 선택인 것이다. 급격한 고성장의 시대를 이미 겪어 본 우리로서는 기시감이 있는 이야기이다.


중국 부동산의 흥미로운 한 컷


이 다큐는 잘 잡아낸 이야기의 줄기가 일을 다 한다. 중국의 유명 절경에서는  카메라에 담는 족족 그림이 된다고 한다. 중국 도시화 과정의 절묘한 경치를 담아낸 위치 선정이 이 영화의 기반이 됐다. 물론 다큐 내의 캐릭터 선정과 인터뷰이와의 커뮤니케이션 등도 좋았다. 무엇보다 중국 부동산 붐 속에서 부나비처럼 옮겨 다니는 중국 군중의 모습, 그리고 군데군데 부실공사가 보이는 중국이란 사회 시스템의 균열을 조명한 부분은 훌륭했다. 상류층과 외국인이 살 거라는 고급 아파트가 유령도시가 되자 이에 분개한 입주민들은 투쟁의 머리띠를 두른다. 그 난리통에 황망하게 빠져나가는 외국인 밴드 'The Travelers'의 표정은 미묘하다.


이 다큐는 꽤나 코믹한 요소도 있다. 아파트 분양 시장의 중국인들 앞에서 백인이면 모두 음악 여행자, 흑인이면 모두 큰 모자를 쓴 래퍼로 스트레오 타입을 뒤집어쓴다. 그 스테레오 타입에 질리기는커녕 흡족해하는 군중들의 반응이 더 재밌다. 중국인에 질린 중국인과, 타향살이를 하며 생활비가 필요한 외국인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컷은 볼만하다.


다큐를 이끌어 가는 Yana란 캐릭터는 단순하지 않다. 당차게 현대 중국을 살아가는 24살의 이 여성은, 이 다큐에서 보여주는 중국이란 사회를 보여주는 하나의 기표와도 같다. 활기차고 낙관적으로만 보이는 그녀의 표정 뒤엔 현실을 숨겨놓았다. 영화의 모든 에피소드를 다 얘기할 순 없으니, 그녀의 나머지 이야기는 직접 영화를 보며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바라본다.



<Dream Empire> 트레일러

https://www.youtube.com/watch?v=WavIAyp7-0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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