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nomad starting from nothing
실제 디지털 노마드의 사례
디지털 노마드의 세계를 조금 미시적으로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기본적인 생활정보,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 등을 알았다고 해도, 실제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는 이들의 스토리를 듣는 건 또 다른 문제이기 마련이다.
일종의 디지털 노마드 케이스 스터디를 해보자는 결정을 하고 대상을 물색했다.
리포트해볼 만한 노마드 후보들은 많았다. 디지털 노마드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웹사이트 중 하나인 'nomadlist.com'의 창업자인 Pieter Levels라던지, <4시간>이란 책으로 유명한 Tim Ferriss, 치앙마이에서 직접 만난 'Nomad Coffee Club'의 리더 Johnny Jen 등 이미 성공적으로 고소득을 올리며 이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은 충분히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보단 좀 더 평범한 디지털 노마드의 케이스를 보고 싶었다.
그 이유를 들자면 혹자들에겐 인생 게임으로 남아있는 '삼국지' 시리즈의 예에서도 조조나 동탁같은 강력한 캐릭터로서의 천하통일기는 그다지 감동이 없다. 한 때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기도 한 '삼국지 소시민의 천하통일기'는 절망에 가까운 능력치와 특기라고는 술 마시는 재주인 '주호'만 가지고 해낸 천하통일기였기에 재미가 있었다.
Starting from nothing
실제 많은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이들에겐 엄청난 실력과 운을 바탕을 이뤄낸 '대박'보단
아무 기반 없이 '바닥'부터 이뤄낸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성과가 더 궁금한 부분이지 않을까.
그래서 디지털 노마드 케이스 스터디로 가장 먼저 다뤄볼 사람은
1. 아무 기반 없이 노마드를 시작한
2. 아주 평범한 노마드의 한 케이스가 될법한
3. 내가 집적 만나본 적이 있는
Philip Michael으로 선정했다.
마이 프렌드 Phil
Philip을 처음 만난 자리는 노마드 점심 모임에서였다.
이 날 치앙마이에 온 후 처음 나간 모임이었는데, 빠른 영어에 주눅이 들어 열심히 듣기만 하다 온 날이었다. Philip 역시 치앙마이에 도착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정보를 얻으러 온 듯했다.
사실 그날 Philip에게서 들은 이야기들은 별로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자신을 'Phil'이라고 불러달라는 것과, 그날 서먹하게 이야기를 나눴음에도 이후 오며 가며 볼 때마다 'My friend'라고 꼬박꼬박 아는 척해주던 기억이 난다.
나름 디지털 노마드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모인 도시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치앙마이 커뮤니티도 은근히 좁아서, 노마드 모임에서 한 번 만나면 이후 계속 마주치게 된다. 마지막으로 참석했던 John Jen의 토크 모임에서는 본인이 만든 반응형 웹사이트를 내게 보여주며 연신 자랑을 했었다.
디지털 노마드 라이브 리포트
이 친구가 흥미롭게 생각됐던 건 만났을 때보다 이후 페이스북에서의 행보를 보면서였다.
알고 보니 이 친구는 치앙마이에 도착한 이후 30일간 1000$의 소득을 올리겠다는 도전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의 매일 본인의 도전 상황을 유튜브 영상으로 리포트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이 다른 페이스북의 노마드들에게도 호응을 얻었는지 Philip가 유튜브 영상을 업로드할 때마다 격려 댓글들이 쏟아졌다.
그래서 이 친구가 뭘 어떻게 하고 있는지 좀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다.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워낙 자세히 본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해놓아 들여다보는데 좀 시간이 걸리긴 했다.
그는 Philip Louden이란 유튜브 계정으로 21개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Ys6Iq-5tM_LSlAM014S0OQ
좀 많긴 했지만 치앙마이 친구와의 추억이라 생각하고 모든 영상을 훑어보고 나니 그의 한 달간의 노마드 생활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할 수 있는 일
일단 그가 디지털 노마드로 일하기 위한 기반 스킬은 '워드프레스'였다. 전문적인 개발이나 디자인 쪽으로 일한 적은 없다고 한다. 구식 디자인에 머물러 있는 'ugly website'의 데이터를 뽑아서 워드프레스에 집어넣는 것, 그것이 Philip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Philip의 DAY 2 영상을 들어보면, 일반적으로 노마드들이 하는 많은 일들을 해봤다고 한다. Dropshipping과 FBA, 제휴 마케팅(affilate marketing)을 해봤는데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게 잘 안 맞았다고 한다. 하나에 집중하는 게 좋은 타입이라 지금 하는 일이 잘 맞는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브랜딩
Philip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브랜딩'이었다.
자신의 웹사이트를 만들고, 브랜드를 만들고, 자신의 영상과 사진을 찍었다. 치앙마이 노마드 커뮤니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Greg Hung이란 포토그래퍼에게 10장의 사진을 위해 1000바트(약 25$)를 지불했다. 본인을 더 전문적이고 신뢰감 있게 보이기 위한 투자를 한 것이었다.
Philip이 그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하는 노력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유튜브 영상을 올리는 것도 그 일환일 테고, 유튜브 구독자가 한 명 한 명 생길 때마다 영상에서 그들의 언급을 하는 건 마치 한국의 인터넷 방송 BJ들이 하는 것과 비슷했다. 그 외에 그의 사소한 생활들도 페이스북에 영상으로 남기는 등 페이스북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듯했다.
프리랜서로서의 기반 fiverr.com
Philip이 3일째에 시작한 건 프리랜서 마켓 플랫폼인 fiverr 계정 론칭이었다. 실질적인 자신의 상품 홍보와 클라이언트와 매칭 될 수 있는 fiverr의 페이지를 만드는 데 그는 꽤 공을 들였다.
Philip의 fiverr페이지를 보면 그의 비즈니스를 들여다볼 수 있다. 워드프레스로 웹사이트를 빠른 시간 내에 바꿔준다는 게 그의 서비스의 골자이다. 150$ 기본 서비스에서부터 355$의 프리미엄 서비스까지 차등화된 상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좀 더 빠른 웹사이트 완성을 위해선 추가금을 받고 있었다.
fiverr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영상과 사진을 만드는 데 꽤 정성을 쏟은 건 효과적인 선택인 듯했다. 실제 그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의뢰할 클라이언트들은 이 페이지를 보고 구매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리뷰, 리뷰, 리뷰
fiverr의 페이지가 완성된 이후 Philip은 리뷰에 사활을 거는 듯했다. 그의 서비스에 대한 가장 확실한 판단기준은 리뷰일 것이므로 좋은 리뷰를 받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는 느낌이었다. DAY 4의 영상을 보면 첫 리뷰에 대한 얘기를 꽤 오래 한다. 리뷰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는다. 모든 온라인 비즈니스가 마찬가지지만 사용자의 좋은 리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Philip의 페이지를 보면 8개의 리뷰가 달려있는데 모두 좋은 평가를 하고 있다. 이런 점이 그의 비즈니스의 자산일 것이다. 그가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좋은 관계를 만든 것도 도움이 됐을 테고, 무엇보다 실제 일을 맡아서 할 때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결과물의 퀄리티가 담보되었기에 좋은 리뷰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리서치, 리서치, 리서치
Philip은 마켓 리서치에 대한 얘기 또한 꽤 많이 한다. fiverr에 페이지만 만들어 두고 마냥 기다릴 수는 노릇이니, 그가 접근 가능한 마켓과 클라이언트들에 대해 꽤나 조사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클라이언트들이 그의 서비스를 이용할지, 어떤 경로로 그들과 접촉할 수 있을지 프리랜서이니만큼 모두 혼자 알아내야 하는 것들이다. 그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단가가 아주 낮은 상품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더욱 마켓 혹은 타겟 클라이언트 리서치는 중요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마켓 리서치 이후엔 그는 '콜드 콜', 전화 영업에 돌입했다. 그가 찾는 클라이언트들은 변호사나 의사 같은 고소득이면서 웹사이트는 방치해놓았을 수 있는 이들인데, 이런 타겟층이라면 그가 직접 콜드 콜을 통해 접촉하는 것은 효과적이고 적절한 방법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영업의 경험과 그를 통해 얻은 클라이언트를 매니지먼트하는 경험은 30일간의 도전을 통해 얻은 자산이라고 리뷰한다.
팀 매니지먼트
웹사이트 관련 비즈니스에서 그가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 디자이너나 개발자가 아니기에, 필요한 부분을 새로 배우기도 하지만 결국 협업이 필요한 상황은 있다. 이런 부분을 적절히 co-worker를 구해 협업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일 텐데, 이런 경험에 대한 리포트도 꽤나 상세히 한다. 도전 6일째는, 마야몰의 캠프에서 만난 호주 개발자로부터 프로그래밍에 대한 부분을 도움받기도 하고, CSS에 대한 건 필리핀 프리랜서에게 시간당 3$을 지불하고 의뢰하기도 한다. 이런 팀 매니지먼트 역시 그의 도전을 통해 얻은 노하우라고 얘기하고 있다.
수익 프로그레스
30일간 1000$을 벌겠다는 그의 도전은 결과적으로 꽤 성공적이었다.
그 과정을 살짝 보면, 꽤 초기인 4일째에 이미 50$과 67$을 지불할 클라이언트를 확보했고, 11째에 200$을 더 확보했고, 최종적으론 목표치를 상회하는 1400$정도를 벌게 되었다. Philip 스스로도 결과는 꽤 성공적이라고 소회를 밝히며 기분 좋은 마무리 감사 영상도 올렸다.
웹사이트 빌딩이란 디지털 노마드로서는 꽤 괜찮은 스킬을 기반으로 브랜딩과 적극적인 영업까지 잘 해냈기에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멘탈 관리
Philip이 올린 30일간의 도전 리포트 영상들을 보면 마음가짐, 멘탈 관리에 대한 언급을 꽤 많이 한다. 보장된 소득이 아닌 본인이 만들어나가야 하는 부분이 많은 비즈니스이기에 불안함과 초조함이 있게 마련이고, 또 혼자이기에 나태해지거나 동기 부여가 약해지기도 한다. 가끔은 불운한 하루를 맞으며 시간을 날리기도 하고, 늦잠을 자버려서 일에 차질을 빚기도 한다. 이런 모든 상황들 속에서 침전되고 무너지지 않도록 스스로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언급들을 보면 그만큼 중요하게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결코 쉽지만은 않은 30일간의 1000$
Philip이 도전한 30일간 1000$벌기의 과정을 보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일단 기본적으로 '팔 수 있는' 기술이 있었고, 브랜딩부터 홍보, 영업, 팀 관리까지 홀로 고군분투했던 것을 볼 수 있다. 디지털 노마드란 라이프 스타일을 위해서 이런 초기 난이도를 감수할 수 있느냐는 개인의 선택의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9-6의 생활이 더욱 안정적인 소득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단지 본인이 거주에 대한 선택이 자유롭고,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정착시킨 이후엔 더 적은 시간의 노동으로 어느 정도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노마드 라이프가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는 수요층은 존재할 것이다.
단 쉽고 편하게, 여행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공짜 점심'같은 이야기는 이런 디지털 노마드의 실제 고군분투기를 보며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30일간의 1000$ 벌기에 도전한 한 노마드의 이야기를 약간은 자세히 다뤄보았다. 실제로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꿈꾸는 이에게 조금의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Digital Nomad 30 Day Challenge -- Make $1,000 dollars in 30 days: Day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