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ional Bird> 다큐리뷰
새로운 기술이 세상에 등장할 때 '차원'을 높인다라는 수식어는 붙곤 하지만, 드론은 실제로 한 '차원'을 높인 기술인 듯하다. 여러 방송 제작에서도 이젠 빼놓을 수 없는 드론 촬영은 2차원의 평면적 시선을 너무나 쉽게 입체적인 시선으로 바꾸어버린 혁신적인 테크놀로지다.
이런 드론으로 통칭되는 무인기가 전쟁에 쓰인다고 들은지는 오래됐다. 점차 전쟁이 실시간 시뮬레이션 게임과도 같아진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전쟁의 개념이 바뀌는구나 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이 드론이 만들어낸 새로운 전쟁터의 풍경은 어떨까. 결코 재밌는 게임 같지만은 않으리라는 건 짐작이 간다. 사실, 짐작으론 구현되지 않는 훨씬 끔찍한 이야기를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여기 <National Bird>에서 진술하는 인터뷰이들로부터 말이다.
드론 프로그램
아프간 전쟁에서의 드론 시스템은 꽤나 체계적이다. 여자와 아이는 식별해서 타겟에서 제외하고, 실제 위협이 되는 적들을 파악해서 타격한다. 이 과정에서 실제 군인이 적들과 맞닥뜨릴 일은 없다. 모든 과정은 화면상에서 파악하고 결정한다. 미드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서 등장하는 살벌한 전투씬은 조금씩 희소해질지도 모른다.
이 드론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군인들이 이 같은 장면을 상상하고 입대한 것은 아니다. 그들도 처음엔 역사의 옳은 편에 설 것이라고 자원했다. 사실 아프간에 배치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인생이 맘대로 흘러가는 게 그리 흔하냐만은 그 결과가 사람을 죽이는 일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아니 전쟁이란 게 적들과 대치되어 죽고 죽이는 살상이 전제된 상황 아닌가. 그 과정에 민간인의 희생은 최소화되어야겠지만, 그게 어디 그렇게 100% 되나. 불의의 실수로 이루어진 일에 대해 군인이 그렇게까지 괴로워해야 하는 일인가. 그 과정에 드론이 그렇게 중요한 요소인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드론 프로그램에 대한 문제제기로 간첩죄로 기소당할 상황에서도 대니얼이 진술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이 다큐를 따라가다 보면 알 수 있다.
교전 vs 학살
드론 프로그램의 최대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최첨단 기술을 장착한 드론 프로그램에서 왜 더 '불확실성'이 거론되냐고도 할 수 있겠다. 이 드론 프로그램이 가동되는 과정엔 이전의 전쟁에서처럼 사람을 직접 식별하고 판단하는 과정이 더 어려워졌다. 심지어 폭격 후에 누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드론 프로그램으로 운용 병력의 안전과 공격의 용이성은 현저히 좋아졌지만, 실제 타겟을 대면하는 과정이 사라짐으로 민간인에 대한 필터링의 문제가 생긴 것이다.
공식적으로 드론 프로그램은 민간인의 살상을 최대한 막기 위한 프로세스가 있다. 1년 동안 여자와 아이를 식별하기 위해 훈련받는 DGS팀이 존재하고, 이들과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실제 적들인지 판단해서 타격 팀에서 폭격을 결정한다. 그러나 다큐 중반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아프간 민간인 오폭 실제 장면을 보고 나면 신뢰가 줄어든다. 타격을 앞둔 크리치 팀은 DGS의 식별능력을 타박하는 농담을 주고받다 타겟들이 적인지 민간인지 긴가민가 하는 틈에 그냥 폭격을 해버린다. 그까짓 거 대충 맞겠지 하는 느낌으로 말이다. 시뮬레이션 게임하듯 화면으로만 대하는 타겟들은 게임에서 에임을 맞춰야 하는 타겟 혹은 "Help me!"하고 외치는 NPC정도로 보인다. 민간인 오폭 직전의 크리치 팀은 다음과 같이 외친다. "파티를 시작하자"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이
다수의 민간인 살상에 관여한 인터뷰이들은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치료사에게 관련 내용을 얘기할 수는 없다. 군사 기밀이기 때문이다. 국가에 충성한 이유로 살인에 관여한 가해자가 된 이들은 속죄를 위해 홀로 분주하게 뛰기도 하고, 진실을 밝히려다 간첩죄로 FBI의 조사를 받기도 한다. 간첩죄로 기소될까 봐 두려워하는 대니얼은 인터뷰를 하면서 담요를 각을 맞춰 접고 있다. 군인으로서의 습관이 남았는지 계속해서 뭔가를 칼각으로 접고 있는 이런 인터뷰 장면은 수많은 다큐멘터리 중에서도 처음 보는 장면인 듯하다.
수많은 아이들이 죽고, 불구가 되고, 산산조각 난 아이들을 보며 오열하는 아버지와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을 진술하는 장면은 고통스럽다. 이 모든 살상 프로세스에 직접 클릭한 인터뷰이들의 인생은 지울 수 없는 과거를 갖고 살아가야 한다. 가해자이면서도 피해자인 그들의 피해를 고소할 국가는 타겟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가 그들의 기밀 누설로 기소할 판이니.
기술이 재앙이 되지 않으려면
기술은 세상을 바꾸고 사회의 시스템을 바꾸어 버린다. 드론이란 신기술은 전쟁에서 국경의 의미를 없애버렸다. 전쟁의 모습은 더욱 건조해지고 가벼워졌다. 인간의 수많은 생명이 오가는, 가장 가벼워지지 말아야 할 전장에서 이런 시스템의 맹점에 대한 내부고발은 중요하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시대의 용기 있는 진술은 충분히 추천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술이 재앙이 되지 않기 위해 알아야 할 이야기로 다큐 <National Bird>를 소개한다. 넷플릭스에는 <살상의 새 드론>이란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살상의 새 드론 : National Bird> 넷플릭스 링크
커버 이미지 출처
http://www.rocofilms.com/film.php?code=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