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True> 다큐리뷰
동화의 끝에 매크로처럼 붙는 "그 둘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식의 맺음은 누구나 유치하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스스로의 경우로 돌아올 때는 잠정적으로 동의하고 싶은 결론이기도 하다.
대개 현실의 사랑이 그처럼 매끄러운 마감을 자랑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그 사랑의 날카로운 절단면을 가정하고 시작하는 연인은 없다. 여러 가지 조건과 현실의 변수가 더해지다 보면 영원한 '상수'일 것만 같았던 사랑은 답이 나오지 않곤 한다.
Alma Har'el 감독의 다큐멘터리 <Love, True>는 서로 다른 3명의 인물을 조명하며 절뚝거리는 사랑의 모습을 담았다. 교조적인 내러티브는 없다. 캐릭터를 명확하게 파악할만한 인터뷰도 아니다. 부유하는 듯한 인물들의 자취를 따라가며 Flying Lotus의 음악에 귀를 빌려주다 보면, 보이는 건 인간의 모습이다.
이 다큐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랑은 각기 다른 지점이 끊어져 있는 듯하다.
알래스카의 블레이크는 스트립 댄서로 일한다. 그녀가 사랑하는 조엘은 불완전 골형성증으로 기침만 해도 갈비뼈가 부러진다. 그는 지금까지 200번 이상의 골절을 겪었다. 블레이크에게 추파를 던지는 수많은 남자들을 뒤로하고 그녀가 가장 섹스하고 싶어 하는 조엘은 정작 골절 위험 때문에 그녀와 잠자리를 가질 수 없다.
하와이의 윌리는 아내와 헤어졌다. 그녀는 2살 배기 아들 호누를 남기고 갔다. 그는 아들 호누가 유전적으로 자신의 아들이 아님을 알게 됐다. 그는 영화처럼 분노하진 않지만 나름대로의 방황과 고뇌를 한다. 분명 그가 사랑하는 아들 사이에 생겨버린 유전적인 공백은 치명적이다.
뉴욕의 싱어송라이터인 빅토리는 부모님의 이혼을 겪고 있다. 흔한 일이라고 해서 받아들이기 쉬운 일은 아니다. 가족의 균열과 삶의 무게가 주는 과소호흡을 안고 그녀의 노래는 어떻게 불러질까.
이 다큐는 다른 이유로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세 인물들을 관조한다. 몽환적인 영상미와 캐릭터의 감정에 녹아드는 음악은 흡입력을 만든다. 서둘지 않고 러닝타임을 따라 세 인물의 흐름을 좇으면 충분히 공감할만한 인생의 모습을 공유할 수 있다. 다소 블러 처리가 많은 수채화 같은 다큐이지만, 그래서 그 주제를 그리기에 적절했다고 본다. 주제에 대해 굳이 정리할 필요는 없지만, 다큐를 보고 난 뒤라면 이 정도의 말을 남길 수도 있겠다.
사랑은 보기보다 취약하다.
하지만 살아남은 사랑은 강하다.
<Love, True> 넷플릭스 링크
<Love, True>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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