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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rdoc Aug 29. 2016

공감과 위로로서의 게임

“지금이라는 이름의 선물” 다큐리뷰


인생은 마지막부터 사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사는 것이기에


우리는 죽음에 대해서 너무 멀리 생각한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빠르게 죽음을 대면해야만 하는 경우는 왕왕 있다.


때로는 당황하기도, 분노하기도,  애도하기도, 기억하려 하기도 하는 죽음을


태어나고 첫 생일도 보내지 못한 아들 ‘조엘'의 턱 앞에 맞닥뜨린 게임 개발자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소개한다.


미리 슬퍼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요


조엘은 1살 때 뇌종양 진단을 받는다.


4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지만 3년 넘게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암투병이란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싸움을 하며


어쩌면 그저 닫아두고 싶을 수도 있는 현실을 오히려 대면하기 위해


부모인 라이언과 에이미는 암투병의 과정을 게임으로 담는 방법을 택한다.


우리가 만든 비디오 게임은 이해하기 어렵겠죠


아들의 암투병과정을 담는 게임을 제작한다는 얘기는 흥미롭지만 마냥 긍정적으로 보이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게임 프리뷰 기사엔 아들의 죽음을 촬영해서 유튜브에 올리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비난하는 댓글도 다.


이 부분에 대해 죽음을 이별이란 단어로 치환한다면 조금 다른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이별할 것들에 대해 기억하는 방법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영상을 촬영해두기도 하며


글로 기록해두기도 한다.


라이언은 조엘을 기억하는 방법으로 게임 개발을 선택했다.


게임이라는 체험의 매체를 그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 생소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비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죽음으로 가는 과정을 단지 무겁고 숙연하게만 받아들일 것인가,


라이언의 말대로 사람들이 너무나 민감하게 생각하는 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대면하는 걸


용기 있게 받아들이고 넘어서려 할 것인가는 아직은 각자의 판단의 문제일 수 있다..

 

전 아들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소재가 소재인 만큼 게임의 진행에 슬픔과 우울함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


다큐 시작 장면에서 의료진으로부터 재발된 아들의 뇌종양을 듣는 씬에선 빗물이 방을 모두 채워 잠기며 의료진의 목소리가 막막하게 울리는 방식으로 그들의 슬픔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투병과정에 숱하게 느껴지는 고통과, 답답함, 막막한 감정들은 게이머들에게 슬픈 영화를 보는 것 이상으로  감정의 파고가 느껴진다.


캐릭터의 이목구비를 상세하게 묘사하기보단 추상적으로 표현했는데, 오히려 그 부분이 게임의 분위기를 더 잘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암이라는 드래건과 싸우는 용감한 기사 조엘의 이야기를 해


그러나 부정적인 분위기만 게임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 중간에 등장하는 미니게임에서 'Cancer'란 이름을 가진 드래건과 싸우는 부분은 적절한 환기구가 되어준다.


시한부 질병과 맞닥뜨리며 침전해가는 분위기에 멈추지 않고


암을 드래건이란 에너미로 설정해서 이와 싸워나가는 조엘의 캐릭터를 디자인 한 건 반전의 장치이다.


또한 조엘의 웃음소리를 실제 음성으로 게임에 담아, 게이머들이 조엘의 행복한 순간을 기억할 수 있게 한 것 또한 좋아 보이는 부분이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나도 혼자가 아니구요


게임이란 매체는 객석에서 지켜보기보단


180도 돌아서 그 입장이 되어 체험해볼 수 있는 매체이기에


그 공감의 폭이 넓을 수 있다.


게임 컨퍼런스에서 이 게임을 플레이해본 게이머들이 눈물을 보이며 나오는 건


단지 슬픈 영화를 봤을 때의 감정을 넘어


입장을 공감하며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공감 그리고 위로로서의 기능을 게임으로 보여준 것으로,


그리고 이 게임을 플레이한 게이머들에게 조엘이 오래 기억될 수 있다는 것으로


라이언의 시도는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조엘을 보낼 준비만 한다면 우리 모두 남은 시간을 즐기지 못할 거예요


자동차의 사이드미러처럼 죽음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 것이고,


어떻게 하더라도 긍정적 이어지 기는 힘든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주어진 시간 동안 기쁘고 행복했던 순간까지 잃을 수는 없다.


현실에서의 죽음과 남은 시간 동안의 행복의 의미


그리고 그 중간 지대에서 게임이란 매체의 가능성에 대해 확인해보고픈 분들께,


그리고 조엘을 같이 기억하고픈 분들께


'지금이란 이름의 선물Thank you for playing"이란 다큐를 추천해본다.


이 다큐의 상세한 정보는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www.thankyouforplayingfil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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