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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호 상하이 Nov 27. 2022

출전은 못 해도 월드컵에 진심인 중국에서

펍의 국기가 유독 눈에 들어오는 시즌이자 축알못도 한 번은 '축구'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게 되는 신기한 시즌에 상하이 곳곳에서도 아무튼 축제 느낌이 가득하다. 좋은 선수를 영입하고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도 성적이 나아지지 않는 중국 축구는 자국민에게도 고개를 절레절레하는 신비한 미스터리지만, 월드컵에 대한 열기는 여느 출전 나라 못지않게 뜨겁다. 자국이 출전하지 않는 까닭인지 덕인지, 현지인들은 자유롭게 자신들의 취향과 생각과 선택에 따라 각국을 응원한다. 각각의 공동체에 따라 스포츠 토토 뺨치는 일명 월드컵 토토도 뜨겁다. 제비뽑기로 나라를 정해 우승팀에게 돈을 몰아주는 방식부터 액수도 소액에서 입이 쩍 벌어지는 액수까지 다양하다. 특히 상하이에는 다양한 국가 출신의 사람들이 많아서 어느 경기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분위기다. 아일랜드 펍, 미국식 펍, 프랑스 레스토랑, 현지 맥주바 등 커다란 스크린과 맥주가 있는 매장이라면 매경기마다 열기가 뜨겁다. 그도 그럴 것이 호텔, 식당 등의 영업에 더할 나위 없는 대목인지라 저마다 앞다투어 손님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이 뜨겁다. 


월드컵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패키지(왼), 상하이 유명 식당들의 월드컵 프로모션(중앙, 오)





상하이 유명 펍, 복싱캣에서 한 잔 

축알못인 덕에 한국 경기도 의무감으로 보는 나는 월드컵을 보는 사람들의 반응이 더 재밌다. 이 월드컵 시즌엔 경기를 보지 않더라도 식당만 가면 옆 식당에서 간헐적으로 들리는 탄식이나 환호성 소리 덕에 경기 상황을 귀로 들으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어느 효과음 못지 않은 탄식과 환호성을 듣다 보면 그냥 웃음이 날 때도 있다. 이번 월드컵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계절이다. 보통 봄-여름의 간격에 만났던 월드컵 시즌이 이번에는 가을-겨울의 사이다.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의 날씨 때문인데 덕분에 11월, 12월에 열리는 월드컵이 생소해서 재밌다. 게다가 이번 월드컵이 새롭고 유의미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몇 년 간 당연했던 것들을 즐기는 것이 사치였던 탓이다.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제 더 이상 코로나는 일상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가 아닌 덕에 지구촌의 축제가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 비록 중국 상하이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방역이 완화된 듯 긴장되고, 긴장된 듯 완화되었다 또 긴장되는 이런 지겨운 밀당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나마 화면으로 만나는 바깥세상에선 예전 같은 분위기가 느껴져 이번 월드컵은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 중국에 사는 축알못에게도 특별하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푸싱중루의 복싱캣 브류어리
각 국가의 국기들,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축구를 좋아하는 이는 비가 와도 축구할 이유를 찾고 해가 쨍해도 축구할 이유를 찾는다. 상하이의 구석구석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배경 삼아 추억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나도 월드컵을 핑계 삼아 여기저기 또 다녀본다. 낙엽과 단풍을 배경 삼아 축구 이야기를 나누고, 축구 이야기엔 또 맥주와 시원한 음료가 빠질 수 없으니 쌀쌀한 날씨에 부르르 몸을 떨면서도 예의를 지킨다. 그렇게 '늦가을, 초겨울 월드컵'을 22년을 기억할 새로운 키워드 서랍에 넣어 본다. 오늘도 참 감사한 상하이에서의 하루를 보낸다. 



❤️Boxing Cat Brewery拳击猫精酿啤酒馆(复兴中路店), 复兴中路519号、521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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