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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호 상하이 Nov 13. 2022

철부지가 된 상하이 11월, 아이스크림 맛집 추천

상하이 소프트 아이스크림 맛집


철부지의 철은 계절을 가리키는데, 우리가 흔히 쓰는 ‘철부지’의 속 뜻은 철을 알지 못하는(不知) 사람이라는 말이다. 상하이에서는 철부지가 될 수 없다. 무엇보다 철을 따라 변하는 하늘과 방대한 플라타너스 나무 덕분이다. 겨우 내 앙상한 가지에 푸릇푸릇한 이파리가 돋아나며 한동안은 성장통을 가루로 퍼트리다가, 제법 커진 이파리가 한 여름 동안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그렇게 한참을 우거지게 있다가 11월이 되면 노랗게 붉게 색이 바래다 낙엽이 된다. 그때부터 거리를 청소하는 분들이 낙엽을 치우느라 한동안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신다.

상하이 낙엽
후두둑 떨어지는 오동나무 낙엽을 물로 치우는 스마트한 방법


그런데 상하이가 철부지가 됐다. 쌀쌀하던 며칠에 코 끝에 겨울이 오려나 하던 차, 갑자기 온도가 훅 올라가 늦봄이 되었다. 이 시기에 대한 예를 갖춰 긴 팔과 두꺼운 옷을 입고 나간 이들에겐 당혹스러운 순간과 땀방울이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지난주 토요일엔 올 가을 첫 mulled wine을 마시며 추운 기운을 날렸는데, 이번 토요일은 다르다. 철부지가 된 상하이 덕에 나도 덩달아 철부지가 되어 시원한 무언가를 찾았다. 조금 걷다가 소프트 아이스크림으로 그 자리를 채웠다. 콩가루 토핑의 두유를 베이스로 한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철부지 더위를 날려 보냈다. 젤라토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대모가 되어가고 있는 아이스크림 연구소 Fluffy의 두유 아이스크림이 참 맛있었다. 처음 오픈할 때 아이스크림만으로 장사가 되려나, 겨울엔 어쩌나 하고 오지랖 넓은 걱정을 했는데 어렵기는커녕 2호점 3호점을 내고 상하이 곳곳에 새로운 둥지를 틀고 있다. 밥만으로 살지 못하는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들이 많구나, 어른이 되어도 아이스크림을 먹고 사실 겨울에도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귀여운 철부지가 많은가 보다.

계절을 생각하면 mulled wine 마셔야 할 것 같은 낙엽진 11월 중순이지만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긴가민가 낙엽을 바라보며 주저 없이 아이스크림으로 오후의 당을 채운다. 철부지 날씨 덕에 반팔을 입고 낙엽을 밟는다. 사사삭,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철부지 상하이가 길지는 않을 것 같다. 다음 주부터는 가을비 소식이 있다고 하니, 주말의 볕을 실컷 누려야지.



fluffy 五原路 165 : 11시부터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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