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나 향기롭더니 그렇게나 슬프게 진다.
계화 향을 맡으며 출퇴근길, 산책길, 나들이길, 운동길 모두 경이로웠던 10월의 매일이 그 끝에 다다랐고, 어느 날 이렇게 예쁜 노란 카펫을 만나 한참을 바라보고 사진으로 가졌다. 떨어진 꽃, 낙화마저 아름다웠던 계화가 힘든 일도 어려운 일도, 고민도 많은 이 2022년을 위로하는 것 같아서 참 고맙고 감사했다. 무심코 거리를 걷다 보면 코끝에 머물고, 더 욕심이 나 가까이 다가가 코를 대면 향이 잘 나지 않는, 적당한 거리에서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계화가 참 신기하고 멋지다고 생각했다. 계화 향을 담은 캔들을 책상에 둔 덕에 지금도 은은하게 향이 나지만, 아무튼 이제 상하이의 계화는 점점 그 빛과 향을 바래가고 있다. 또 내년의 계화를 기대하고 기다리며 슬슬 월동준비를 한다. 몸도 마음도 월동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계화와 함께 너무 많은 젊은이들이 져버렸다. 믿기지 않는 소식에 뉴스를 보고 보고 또 보고,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아 또 보고 또 보고 나니, 차라리 공포영화를 한 편 본 것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슬프다. 너무 많은 꽃이 너무 갑자기 져버렸다. 영롱한 노란 카펫을 찍을 때만 해도, 이런 내용으로 사진을 쓸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고 쉬워질 줄 알았는데, 삶의 난도가 상 중의 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씩 거리에서 계화 향을 집에 가져가고 싶어 가지채 잘라 가져 가는 모습이 생각나 슬프다. 그렇다고 집에서 계화 향이 나지도 않는데 말이다. 낙화도 때가 있는데 말이다. 때에 맞게 떨어진 계화는 아름다울 수 있지만 꺾인 가지는 슬프다. 슬픔. 2년 전 할머니가 작고하신 뒤 처음 느끼는 슬픔이라 더 무겁다. 유족들의 그것에 비하면 우주의 먼지 같은 슬픔이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떠난 꽃 같은 친구들이 자꾸 오늘 생각나 힘든 일요일을 보낸다.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 한 마디에 마음을 담아 뱉고, 내 삶을 또 살아가는 수밖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너무 일찍 떨어진 꽃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