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여름의 매력
날이 참 습하다. 상하이 여름에 대한 형용사를 하나 고르라면, '습하다'가 맞을 것이다. 그렇다고 상하이의 모든 여름이 습함으로 채워지는 건 아니다. 바람이 한 번 크게 불고 습도를 가득 머금은 비가 쏟아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상쾌하고 쾌청한 상태로 이곳에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을 품는 날도 많다. 누구보다 습기를 싫어하지만 오늘의 습함이 그렇게 기분 나쁘지 만은 않다. 몇 해를 이곳에서 지내며 이제 상하이 여름의 다양한 얼굴을 알고 있기 때문일거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쌓여 온몸 구석구석에 소위 말하는 ‘상하이 패치’가 스며들고 있어 첫만남에선 ‘다름’이었던 것이 점점 또 다른 ‘나의 일부’가 되어 간다. 나고 자란 곳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살아가는 재미이자 장점이다. 내일은 아마 해가 쨍할 거다. 밤산책에서 느꼈다. 점점 물러가고 있는 습기의 뒷걸음질을 말이다. 내일은 해가 쨍하고 맑은 하늘을 내어줄 상하이를 웃으며 환대해야지.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매일 이런 하늘을 보여주는 상하이의 여름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덥고 습하다는 단점에도 상하이의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름이라는 이름 아래 펼쳐져온 많은 추억들, 그리고 새로 쓰여질 이야기들 때문일 것이다. 상하이의 N번째 여름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