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라는 요새를 향한 자발적 침공
입은 세상으로 뚫려 있다. 피부는 우리를 세상으로부터 보호하는 견고한 성벽이지만, 우리가 음식을 삼키는 순간 그 방어선은 무력해진다.
마치 마지노선을 비웃듯 벨기에와 아르덴 숲을 통과하여 프랑스를 침공했던 독일군단처럼 우리가 먹는 음식은 피부라는 장벽을 피해 곧바로 몸속을 장악한다.
그렇게 뭔가를 먹는 행위는 우리 스스로 우리의 몸을 세상에 노출시키는 자발적 침공이다. 그렇기에 음식이 도처에 쌓여있는 풍족한 현대사회에서 무엇을 선택해서 먹느냐는 중요한 자기 관리의 영역 중 하나가 된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음식을 섭취하는 데에는 큰 장애물이 있다. 바로 인간의 본능이다.
결핍이 일상이었던 야생에서 진화해 온 인간의 신체는 생존을 위해 고칼로리의 높은 당을 선호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생물학적인 하드웨어는 구석기시대에서 크게 변한 것이 없기 때문에 현대적인 이성과 계속해서 충돌한다.
예를 들어서, 아무리 머리로는 칼로리를 자제해야겠다고 되뇌어도,
신체가 스트레스라는 위기 신호를 감지하는 순간 이성은 힘없이 무너진다.
과거 야생을 살아가던 시절의 인간에게는 이런 행위들이 인간의 생존에 도움이 되었겠지만 풍요로운 지금의 현대사회에서는 이성과 불협화음만 낼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풍요라는 침략군에 맞서 싸워야 한다. 본능을 억제하고 무엇을 삼킬지 결정하는 일, 그것은 허기를 채우는 것 이상의 나의 몸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전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