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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Jun 17. 2019

커리어를 변화시키는 책쓰기란

책이라고 다 똑같은 책이 아니다.

얼마 전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의 2쇄 인세를 받았다. 두 번째 저서를 내고서야 처음으로 받아보는, '유의미한' 금액의 인세다. 금액으로만 치면 직장인 시절 월급 정도이니 기분좋은 보너스 한 번 받은 셈이지만, 이 책 이후 일어난 수많은 일들은 인세와는 비교할 수 없다. 블로그 연재로만 묻힐 뻔했던 5년간의 호텔여행은, 책을 통해 재조명되면서 강사로서의 직업적 영향력과 범위를 모두 확장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전에는 일반 기업이 주 고객이었다면, 출간 이후에는 여행업계(호텔, 여행 스타트업 등)에 인플루언서로서 해외 각국에서 취재한 인사이트를 강의하게 됐다. 내친김에 이 내용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책을 쓰려던 차에, 좋은 출판사를 만나서 세 번째 책을 계약하게 된 것도 이번 책 덕분이다. 그래서 두 권의 책을 내며 경험한 '책쓰기'에 대한 생각을 처음으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책이라고 다 똑같은 책이 아니다, 특히 저자에게는

글쓰기에 대한 글은 꾸준히 써왔지만('강점을 세상에 드러내는 기술로서의 글쓰기'), 책쓰기에 대해서는 딱히 다루지 않았다. 내 매체(블로그)를 11년 이상 운영했고 주로 강의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나는, 소설가나 에세이스트처럼 일단 책으로 나를 증명해야 하는 작가와는 직업의 결이 조금 다르다. 글쓰기는 내 생각과 정보를 전달하는 여러 수단 중 하나이고, 책은 그중에서 상업적 가치가 인정된 콘텐츠를 담아서 파는 상품이다. 이 가치는 내가 아니라 시장(독자)이 정하는 것이다. 운 좋게 내가 다루고 싶은 주제(ex.호텔여행)와 대중의 선호도(ex.#호캉스)에 접접이 생기면,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처럼 팔릴 수도 있다.


핵심은, 내가 책을 바라보는 관점이 '나라는 사람을 더 넓은 세상에 전달하기 위한 도구'라는 것이다. 나처럼 책을 커리어 확장의 도구로 쓰고 싶다면, 본인의 확실한 강점은 무엇이며 어떤 삶과 직업을 원하는지 '자기 자신 분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예비/초보 저자에게는 이 순서가 반대로 온다. 나에 대해 파악하기도 전에, 솔깃한 출간 제안이 먼저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예비 저자는 출간 제의를 선뜻 거절하지 못한다. 내 콘텐츠가 (상업적으로) 인정받을 기회가 자주 오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직장인의 퇴사 열풍으로 인해 첫 손에 꼽히는 퇴사 준비법 역시 책쓰기이다 보니, 어떤 책이든지 내기만 하면 뭐가 될 것처럼 부추기는 '출간 무용담'도 너무 많다. 


정신을 차려보면 출간계약서가 오가고, 드디어 내 이름이 새겨진 책이 서점에 깔린다. 출간 후 약 1~2달은 온갖 신나는 일이 펼쳐진다. 출판사가 멋진 서점을 빌려서 강연회를 열어주고, 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TV와 라디오 섭외가 온다거나 기업의 원고 요청이 오기도 한다. '아, 이래서 다들 책을 내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 즈음, 서서히 책 노출과 마케팅 예산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약 3개월 후면 내가 서 있는 곳은 출간 전으로 되돌아가 있다. 누군가는 책을 내면 부와 유명세를 얻고 직업도 바뀐다는데, 왜 내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위 이야기는 글쓰기 수업을 거쳐간 수강생과 주변 지인들이 책을 낸 뒤의 실제 상황이다. 일반인이 책쓰기에 접근하기 쉬운 소재는 '보편적인 경험'이다. 개인적인 경험이나 처한 상황이 특정 세대가 널리 공감하는 보편적인 현상과 만나면, 출판사가 노리는(?) 먹잇감 출간용 콘텐츠가 된다. 예를 들어 2030이 선호하고 브런치에서도 집중적으로 노출하는 퇴사, 여행(또는 퇴사와 여행 콤보;;), 결혼과 육아, 직장인의 애환, 1인 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자, 출판사가 저자를 섭외하고 찾으러 다니는 특정 주제의 책은, 그 저자에게도 똑같이 득이 될까? 책을 내는 행위를 작은 활력소나 인생의 이벤트로 여긴다면 몰라도, 삶의 방향성에 의미있는 변화를 원한다면 그런 류의 출간은 그다지 도움이 안된다고 조언하고 싶다. 책은 얼마간 팔릴지 몰라도 저자가 누구였는지는 금세 잊힌다. 유사한 접근의 책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 책을 통해 커리어 측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안타깝게도 많지 않다.

 


'변화'를 위한 책쓰기라면, 전략이 필요한 이유

2013년 출간한 첫 책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은 잊을 만하면 몇만 원의 인세가 들어오는, 한 마디로 상품으로써는 실패한 책이다. 그러나 이 책도 직장인이었던 내게 절실했던 '내 직업 만들기'에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이유를 돌아 보면, 당시 대세였던 여행의 감상적인 단상이나 묘사보다 자기 계발과의 상관관계를 짚어보고 나름의 메시지를 뚜렷하게 담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백일장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논설문 대회나 논술 수상 경험이 많았던 내 성향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책에 담긴 설익은 메시지는 여러 기관의 강의로 만들어지며 점차 매끈하게 다듬어졌고, '말하기'라는 재능과 만나 직업(강의)으로 연결되었다. 마지막 직장이었던 대형 출판사를 그만둘 당시, 강의 경력은 전무했다. 기업 강사는 재직 중에 사내 교육을 담당했다거나 동종 경력을 깔고 가는 게 일반적인데, 나는 순전히 출간 이후의 기회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몰랐던 재능과 적성을 찾은 케이스다. 그러니 첫 책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책의 제목에 '여행'이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원치 않는 '여행작가'로 자동 분류됐다. 그 이후 들어온 출간 제안은 여행서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행정보서(가이드북) 시리즈에 한정되었다. 그러나 출판사가 짜 놓은 판(기획)에 들어가는 책은 굳이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한 책은 내가 아니어도 쓸 사람이 있고, 대체 가능한 저자가 된다는 건 '나와 비슷한 저자'와 무한 경쟁하는 레드오션에 뛰어드는 일이다. 물론 레드오션에서도 확실한 두각을 나타낸다면 당연히 성공할 수 있다.(그래서 저자가 되기 전에 '자기 분석'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독창적인 콘텐츠를 이용해 나에게 맞는 직업을 설계하고 싶다면, 레드오션은 오히려 위험한 선택이다.


첫 책이 여행과 자기계발 사이에서 어정쩡한 포지셔닝으로 셀링에 실패했다면, '호텔'을 내세우고 작은 인사이트를 에세이 형식으로 포장한 두 번째 책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5년 동안 전 세계의 호텔만 집요하게 다니는 사람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흔치 않기에, 차별화된 경험을 하나의 메시지로 정리하고자 했다. 이 책은 내가 먼저 기획서를 만들고, 출간 의사를 밝힌 몇몇 회사 중에서 이 책에 적합한 출판사를 선택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은 저자의 목소리가 90% 이상 반영될 수밖에 없다. 오직 저자만 가진 특별한 경험을 콘텐츠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특질을 온전히 반영한 책을 내면, 그 책은 나를 말해주는 '명함'이 된다. 또한 이런 책을 내고 나면, 일반적인 출간 이후의 상황과는 조금 다른 '구체적인' 기회가 찾아온다.


최근에 책을 낸 경험이 있다면 내가 가진 역량과 기질이 책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는지 냉정하게 평가해보는 게 좋다. 이 책의 주어에 나와 비슷한 상황의 다른 누군가를 넣었을 때도 술술 읽힌다면, 커리어 전환에서는 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저서를 여러 권 낸다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수도 있고, 반대로 한두 권의 책이 모든 것을 바꿀 수도 있다. 그러니 출간 기획에 앞서 나를 먼저 파악하려는 전략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이 점은 나의 글쓰기 수업을 거쳐간 예비/기성 저자 분들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나 역시 책으로 얻은 것이 너무나 큰 만큼, 앞으로도 책을 통해 만들어지는 영향력의 노하우를 꾸준히 독자와 공유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나눌 예정이다.

일단 곧 시작할 무료 뉴스레터 신청 폼을 임시 오픈해 두었으니, 추후 열릴 프라이빗 수업 일정과 여행/라이프스타일 인사이트 콘텐츠를 받아보고 싶다면 이메일을 미리 남겨 두시길. :)  http://www.hitchhickr.com/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 여행업계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한 여행기술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 컬럼니스트, 여행 인플루언서. 매년 60일 이상 전 세계 호텔을 여행하고, 전 세계 여행산업 행사를 취재합니다. 2018년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출간.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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