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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Apr 29. 2019

직업의 독립 6년 차, 상을 받다

그것도, 사회생활을 한 이래 처음으로.

직장인 시절에는, 칭찬보다 지적을 훨씬 많이 받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주어진, 또는 찾아낸 일을 해낸다 해도 그것은 회사에 매출을 올리는 조직원으로서의 본분을 다했을 뿐이다. 일을 잘 해낸 대가는 당연히 월급이었고, 때때로 (원치 않는) 회식이나 워크숍이었다. 주로 '안 되는 걸 되게 하는' 게 당연한 줄 알고 살았다. 그렇다고 그걸 해냈다는 이유로 외부의 칭찬이나 인정을 받는다는 건, 학창 시절 이후로는 불가능한 경험에 가깝다. 냉정하게 보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받는 대부분의 상은 창업자(Founder)의 몫이지, 직원이나 회사의 몫이 아니다. 


2주 전, 직장인 시절에는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상’이라는 걸 받게 됐다. 그것도 2018년에 정부 산하의 한 기관에 출강한 400여 명의 전문가/교수 중에서, 수강 평가가 가장 우수한 18명에게 주는 'Best Teaching Awards' 수상자란다. 음?? 내가 그중 한 명이라는 것도 믿을 수가 없지만, 상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어색한 일이었는지 시상식장에 도착해서야 실감했다. 수상자는 대학 교수님이나 경영자 출신의 유명하신 분들이었다.(예상은 했지만 여성 강사는 역시나 나뿐이기도 했다) 게다가 과학기술인을 위한 기관이니, 해당 분야의 전문가나 유명한 외부 초청 강연자가 주로 받을 수밖에 없는 상이다. 시상식 내내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가 절로 되뇌어졌다. 


그 자리가 더없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나는 끊임없이 시스템에서 빠져나오려고 노력했는데 시스템이 내 능력을 인정해 준 아이러니한 상황 때문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직장인)에서 벗어나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강의)을 더 잘하려고 했더니, 결국 사회는 다시 내 역할을 인정한 셈이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절에는 오히려 좌절하던 날이 많았는데, 그 '인정 시스템'에서 벗어나서 스스로의 직업을 구축하고 천천히 갈 길만 걸어온 결과물로 상을 받는다? 재미난 일이다. 상 때문에 내가 하던 일이 달라지거나 들뜰 이유도 없다. 내가 원해서 받은 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굳이 감사할 대상이 있다면 작년 한 해동안 내 강의를 듣고 별 것 아닌 유머에도 엄청 웃어준 수 백여 명의 신임자 분들일 게다. 


내 첫 책이 세상에 나온 날이 기억난다. 회사에서는 출간 사실을 숨기며 눈치만 보던 바로 그 날 말이다. 그때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이제 와서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때 별 것 아닌 컴포트 존(Comfort zone)을 더 빨리 빠져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이 직업적 만족도를 더 오래오래 가져가면서 일할수 있을 지만 매일 고민한다. 나 뿐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이 잘 안 되는 일보다는 되는 일을 찾아서 더 잘하게 돕고 싶다. 직업의 독립이 결코 대단한 일도 아니고, 무서운 모험도 아니고, 오히려 삶과 직업의 질을 높여줄 길이라는 걸 더 작게, 최대한 자주 증명해내고 싶다. 이 상패는 이미 장식장 안에 들어갔고, 나는 다음 단계를 향해 즐겁게 걸어가고 있다. 가장 가까운 목표는 바로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에 이은 세 번째 저서의 출간 소식이 될 것 같다. 다시 한번 브런치에 고마워해야 할 일이 생겼다. :) 



이 일을 어떻게 해서 시작했는 지는, 이전에 출연했던 방송에서 자세히 얘기했었다. 듣고 싶다면 여기.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 여행업계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한 여행기술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 컬럼니스트, 여행 인플루언서. 매년 60일 이상 전 세계 호텔을 여행하고, 전 세계 여행산업 행사를 취재합니다. 2018년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출간.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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