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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Jun 22. 2017

루앙프라방, 다녀왔습니다

아시아 관광포럼 취재, 틈틈이 호텔여행



리바 아룬 호텔에서 @ 방콕


2 nights in Bangkok

3~4월은 거의 숨 쉴 틈 없이 일을 했다. 이제 올해면 직장인에게 여행을 강의한 지도 4년 차. 여러 면에서 일은 점점 자리가 잡혀가고 있지만, 올초 핀란드에서 전 세계 인플루언서와의 교류를 계기로 해외에서도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마침 상하이에서 컨퍼런스 참관 도중에 받은 한 통의 메일은 나를 다음 단계로 이끌었다. 아시아 6개국 관광업계 포럼에서 보내온 초청장이었다. 그렇게 나는 채 풀지도 못했던 캐리어를 다시 주섬주섬 꾸려, 방콕으로 향했다. 최종 목적지인 라오스로 가기 위한 첫 번째 행선지다. 


오래된 골목 깊숙이 숨겨진, 왓 아룬이 보이는 작고 아름다운 호텔 '리바 아룬'에서 잠시간의 방콕을 오롯이 즐겼다. 언제나 유쾌하고 친절한 직원들, 루프톱에서 받아 드는 정성 어린 아침 식사, 걸어서 5분 거리의 왓 포 사원 내에서 받는 늦은 오후의 타이 마사지, 호텔 근처 골목마다 빼곡히 숨은 맛집에서 받아 드는 팟타이 한 접시. 사실 이것이 방콕이 내게 주는 최대치의 즐거움이다. 아직 철근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 왓 아룬 대신, 타이 마사지의 탄생지인 왓 포를 돌아보기로 선택한 건 특히, 신의 한 수였다. 





2017 메콩 투어리즘 포럼에 한국의 유일한 미디어이자 인플루언서로 초청되었다. 


6 nights in Luang Prabang

일 때문에 루앙프라방에 가는 한국인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루앙프라방은 출장이라는 타이틀로 가기엔 너무나도 느리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공항 앞에 대기된 밴을 타자, 터키에서 날아왔다는 외신 기자 아저씨가 말을 건넨다. '한국에서 왔다고? 오 브라더 컨트리, 반가워. 다음엔 터키로 오라구' 그럼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인걸요. 과연 루앙프라방도, 여섯 밤이 지나고 나면 저에게 스무 살의 이스탄불처럼 각별한 의미로 다가올까요? 마지막 질문은 물론, 내 머릿속으로만.


우기가 무색하게 뙤약볕이 내리쬐던 6월의 어느 날, 아시아의 관광업계 종사자들이 루앙프라방에 모여 3일간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했다. 그동안 꼭 만나보고 싶었던 세계적인 여행 블로거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많은 호텔과 여행사, NGO 종사자의 이야기도 직접 들었다. '책임 여행(responsible tourism)'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연일 이어졌다. 그럼에도 나름 이 업계에서 10년 이상 취재와 글을 써온 나로선, 안타깝게도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걸 안다. 라오스를 비롯한 개도국에 '책임여행, 환경 보존'을 주장하고 투자를 노리는 주체가, 대부분 유럽 주도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건 곧 따로 이야기하기로. 





외신 기자와 블로거를 위한 포토라인에서 촬영한, 루앙프라방의 탁밧 세러모니. 
포스트 투어로 떠난, 메콩 킹덤 크루즈 투어.


때때로 나처럼 게으른 여행자가 혼자 안 갈 곳들도 두루 커버할 수 있는 취재 일정이 있어 참 다행이었다. 새벽의 탁밧 세리머니는 단지 촬영에만 그치지 않고, 최근에 지어진 아름다운 아제라이 호텔에서 스님을 직접 모시고 외신 미디어와의 아침식사 및 질답 시간을 따로 가졌다. 


호화로운 메콩 킹덤 크루즈를 타고, 빡우 동굴로 향하는 4시간의 느긋한 망중한도 즐겼다. 함께 앉은 미얀마 친구와, 한국과 아시아에 관한 수다 작렬! 그녀는 최근 한국어 개인교습을 받고 있다며,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보여주어 나를 놀라게 했다. 나보다 한국 연예뉴스를 더 많이 아는 그녀 덕분에, 자칫 지루할 뻔했던 미디어 투어는 무척이나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땡큐, 푸.;) 




메콩강을 바라다 보며, 라떼 한 잔. @ 루앙프라방


행사장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열심히 타이핑하다가도, 때때로 드는 내 속의 끊임없는 물음표는 어쩔 수 없다. 한국을 빠져나와 이 업계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더 깊숙하게 들어갈수록, 그동안 몰랐던 큰 세계와 이를 둘러싼 장벽이 얼마나 높은 지를 다시금 깨닫는다. 지난 10년간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기회들은, 얼마나 귀중한가. 또 이를 통해 앞으로 연결될 새로운 기회는 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복잡한 마음이 들 땐, 역시 달콤쌉쌀한 라오 커피 한 잔. 그리고 평화로운 표정으로 무심히 앉아 있는 그들을 스치며, 천천히 골목을 걷는다. 




루앙프라방의 야시장에서. 
키리다라 호텔 @ 루앙프라방


공식 일정을 모두 마친 후엔,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키리다라 호텔에서 2박을 더 머물렀다. 머릿 속에 새로 입력된 수많은 정보와 기회들은 천천히 소화시키기 위해 따로 담아 두고, 루앙프라방에서의 남은 날은 온전히 이곳을 음미하기로 했다. 매일 호텔셔틀을 타고 시내에 나갔다. 아침엔 길거리에서 쌀국수 한 그릇을 먹고, 이런저런 카페를 돌며 커피를 마시고, 딱히 특별한 일은 하지 않은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구경하거나, 해리티지 센터를 둘러보기도 했다. 


해가 서서히 질 때쯤이면 약간의 현지 돈을 환전해 야시장으로 향했다. 매일 가도, 매일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루앙프라방 공항으로 향하는 날엔, 하나였던 가방이 두 개가 되었다. 




샹그릴라 도쿄에서, 마지막 티타임.


2 more nights in Tokyo

항공과 호텔을 가르치는 강사의 여행은, 편도 신공으로 시작해 경유지 체류로 끝나는 건가...;; 뭐 어떻든 샹그릴라 도쿄에서의 2박 3일은, 말할 나위가 없는 최고의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가본 전 세계 많은 샹그릴라 중에서도 도쿄 브랜치는 규모가 작고 프라이빗하며 고급스러운 포지션에 속한다. 심지어 일반인은 호텔이 있는 마루노우치 빌딩을 지날 때 여기가 호텔이라는 것도 모를 만큼 입구도 비밀스러운데, 그게 참 일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콕에서 날아오느라 유난히 지쳐있던 체크인 후, 길고 긴 식사에 오히려 피곤이 날아갔다. 훌륭한 오마카세 뿐 아니라 매니저를 비롯한 호텔의 모든 스탭 분들이 나를 위해 애써 주신다는 감사함이 느껴져서일 것이다. 긴자와 진보초를 천천히 돌아보고 조금 많은 쇼핑을 한 후, 낑낑대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어쩐지 도쿄는, 이제부터 다시 가까워질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출장 때문에 떠났지만, 틈틈이 호텔여행을 즐기기 위해 고군분투한 13일간의 풀 스토리는 블로그에서 연재할 예정. 조금 더 긴 원본 글:  http://nonie.tistory.com/1814 


브런치에서는 이번 관광포럼과 2017 ITB china에서 얻은 아시아 여행업계 인사이트를 연재할 예정. 




Who is nonie?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과 공공기관, 직장인 아카데미에 여행영어 및 스마트 여행법 출강으로, 휴일도 없이 싸돌아 다닙니다. 호텔 컬럼니스트. 연간 60일 이상 세계 최고의 호텔을 여행하고, 개인과 기업의 여행을 컨설팅합니다.  관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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