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지속가능한 내 직업 만들기
새해를 맞아,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숨겨진 강점을 찾고 지속가능한 직업 만들기에 도전하리리고 본다. 2018년 나의 브런치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글도 강점 탐색의 중요성을 다룬 '35세 이전에 업을 찾고 싶다면'이다. 그런데 이후 몇 차례의 워크숍과 코칭을 거듭하면서, 단순히 '잘하는 게 없어요' 보다는 '잘하는 걸 어떻게 내 업으로 만들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인 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미 강점을 뽑을 수는 있지만, 어떻게 이 요소를 직업적 포지션으로 연결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구축할 지가 더 막연하고 애매한 것이다. 특히 30대 이상의 연령대는 알게 모르게 쌓아온 기술과 강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 시기다. 심지어 꾸준한 블로그 운영뿐 아니라 책까지 출간하고도 이러한 값진 성과를 삶의 변화로 연결하지 못하는 직장인들을 많이 만났다. 그래서 2019년에는 생산적인 글쓰기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어 보려고 한다.
나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글쓰기
지금까지 우리의 글쓰기는 주로 사회가 정해놓은 프레임 내에서만 이루어졌다. 게다가 현재 우리 사회는 어느 때보다도 글쓰기에 많은 자원을 투입한다. 바로 '입시와 취업'을 위한 글쓰기와 컨설팅이다. 사회가 원하는 역할을 잘해낼 수 있다고 증명하는 글쓰기에,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토록 힘들게 '소설'을 써서 통과한 입시와 취업의 종착점은, 이른 퇴사다. 이제 퇴사는 2019년 새해 소망 순위권에 버젓이 자리한다.(관련 기사) 퇴사 열풍을 타고 급성장한 도서 시장이 '아무것도 안해도 괜찮아' 류의 힐링 에세이다. 높아진 불안감과 상실감으로 인해 자기방어 심리가 크게 작동한 결과다. 그러나 삶과 일에 대한 불만을 구조 탓으로 돌리며 무기력을 합리화할수록, 이득을 보는 이들은 따로 있다. 당장 출판과 미디어업계만 해도, 이렇게 비대해진 불안 소비자의 시장을 절대 놓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과 커리어를 주도적으로 조직하고 싶다면, 소비가 아닌 생산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개인의 글쓰기의 방법과 목표도 크게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즉 개인의 영향력을 구축하기 위한 글쓰기는 자기소개서를 쓰고 보고서를 쓰는, 즉 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최소한의 글쓰기와는 정반대 지점에 있다.
사실 스스로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일은, 자발적으로 하지 않으면 시스템 어디에서도 우리에게 강제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좋아하지 않는다. 기존 시스템(기업)에선 나를 세상에 드러내고 영향력을 확장하는 개인을 환영하지 않는다. 단단한 영향력을 가질수록 기존의 조직이나 시스템에 의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원하는 삶과 일의 모양새를 만들고 싶다면, 나를 표현하는 글쓰기를 체계적으로 시작해보기를 권한다.
이러한 글쓰기의 단계를 대략 세 파트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독창적인 경험과 생각이(1단계) -> 좋은 문장에 담겨서(2단계) -> 독자의 니즈에 맞게 꾸준히 전달되면(3단계) 어느 정도 생산적인 글쓰기의 틀을 갖춘 셈이다. 문제는 나를 표현하는 훈련이 한국의 정규 교육 과정과 사회생활에서는 거의 배제되기 때문에, 내 생각을 구조화하는 과정부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글쓰기의 3단계, 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
블로그를 꾸려온 지난 11년을 돌아보면, 초반 3~4년간 가장 혼란스러웠던 것은 '나를 얼마나/어떻게 드러내야 할 것인가'였다. 외부 세계를 바라보는 관찰자로서의 시선(여행기, 리뷰, 칼럼 등)에서만 머물던 시절에는, 남들과 비슷한 콘텐츠를 하나 더 보탠다는 생각에 늘 회의감이 있었다. 단순히 경험과 정보를 제공하는 글에서 멈추면, 아무리 멋진 경험도 평범한 글로 맺어질 뿐이었다. 그 어떤 럭셔리 호화 호텔을 경험해도, 이번 생에 다시 오지 않을 행운의 여행에 수없이 뽑혀도, 나는 글 뒤에 숨어서 드러나지 않았다. 독자 역시 누가 썼는지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이러한 스탠스는 내가 지향하는 목표와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달았다. 취재기자 출신의 내가 여행 가이드북을 쓰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정보전달 콘텐츠에는, 캐릭터가 필요없다.
삶의 주체자로서의 내 가치관과 욕구가 솔직하게 담긴 글, 남의 의견과 정보를 짜맞춘 글이 아니라 내 관점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글로 다시 방향성을 잡은 것은 그 이후다. 실제 경험한 글쓰기 소재(source)에, 삶에서 이루는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로 생겨난 기준이나 전문성(insight)이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차별화 포인트가 생겨났다. 자연스럽게, 개인적 경험을 단순히 나열하거나 시중의 정보를 짜깁기한 글은 굳이 쓸 필요가 없었다. 그제서야 비로소 구독자 증가, 개인적 소감이나 상담, 출간 제의 등의 영향력이 생겨났다. 그래서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평소 우선시하거나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뭔지를 깊이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내 삶에는 이야기할 게 진짜 없는데', 혹은 '불필요하게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분명 있을 듯한데, 이 부분은 앞으로 얘기해 보도록 하자.
5년간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가장 안타까운 케이스는, 매력적인 인생 스토리도 있고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도 독특한데 이것을 좋은 문장에 담지 못하는 경우다. 이것은 2단계에 해당한다. 때때로 좋은 경력을 가진 이들이, 형편없는 문장과 사진으로 가득한 기록물을 방치해 두는 블로그를 본다. 하지만 피드백도 없고 문장 교정도 안된 상태에서 끊임없이 쓰기만 하는 것도 커리어에 해가 될 수 있다. 공개 글 하나하나가 모여서 자신의 사회적 이미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보통은 강력한 전문영역과 좋은 문장력이 만나면, 늦어도 1~2년 내에 그 분야의 미디어로 주목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업계는 언제나 진짜를 알아보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매긴다. 그러니 기록은 에버노트에, 공개적인 공간에는 완결된 문장을 선보이는 것이 프로의 세계에서는 맞다고 본다.
공개적인 글쓰기를 한 지 수년이 넘었는데 딱히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면? 좀 더 노골적으로 커리어 전환과 수입에 큰 도움이 안 된 지가 꽤 되었다면? 그 글은 아직 당신의 진짜 '강점'과는 결합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글쓰기는 생산이 아니라 시간을 소비하는 취미로 머물고 곧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 글을 계속 쓴다고 해서, 파워블로그를 운영한다고 해서, 심지어 책을 낸다고 해서 무작정 '지속 가능한 업'이 생기지는 않는 이유다. 그래서 자신의 미디어가 여전히 취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면, 3단계에서 무엇을 '누구에게' 전달할 지를 좀더 탐색해보아야 한다. 집중해야 할 강점과 시장을 한 단계 더 좁히거나 더 깊게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과 커리어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글쓰기의 기획과 구체적인 기술은, 조만간 매거진 연재로 기획하여 체계적으로 연재해보려 한다.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 여행법/글쓰기/여행영어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 컬럼니스트, 여행 인플루언서. 매년 60일 이상 전 세계 호텔을 여행하고, 전 세계 여행산업 행사를 취재합니다. 2018년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출간.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