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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Apr 02. 2019

매력적인 여행경험을 만드는 3가지 방법

콘텐츠 콜라보레이션 사례 3. 호텔

근 20년간 여행하면서 히치하이킹 경험은 1도 없는 내가 '히치하이커(Hitchhickr, hiker의 스펠링을 살짝 변형함)'라는 명사를 출판사 등록신청서에 써넣을 때만 해도, 별 생각은 없었다. 강사로 일하는 지금까지 이 브랜드를 내 이름 석 자 앞에 붙이고 다닐지, 그때는 짐작조차 못했으니까. 알았다면 좀 더 진지하게 이름을 짓는 건데 말이다. 어쨌든 여행 콘텐츠 브랜드인 히치하이커는 새로운 관점으로 선별한 여행정보를 전자책(e-book) 시리즈로 출간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제는 이런 여행서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7~8년 전에는 기성 가이드북과 감성 에세이로 시장이 양분화되어 있어서, 좁고 깊게 도시의 현재를 훑는 여행정보는 흔치 않았다. 당시에는 회사 생활을 하고 있어서, 취미 삼아 한 해에 한 권 정도 내는 출판 브랜드로 가볍게 출발했다.  


도시의 현재를 훑어보며 아이디어를 얻는 나의 여행법은, '호텔'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호텔을 먼저 정하고, 숙소에서 가까운 곳부터 서서히 확장하는 지역 기반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책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를 쓴 이유도,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여행지를 경험하는 시각을 바꿔주는 가이드로서의 호텔을 조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히치하이커의 시각으로 바라본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런던, 하와이는 모두 이런 관점으로 볼거리를 발견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취재를 하다 보니, 많은 호텔과 숙소가 여행자 입장의 새로운 콘텐츠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호텔 주변 콘텐츠를 발굴하고 기획하는 일을 해왔고 심지어 이를 소비자에게 알릴 강력한 온오프 채널(블로그, 기업 강의)이 있고, 호텔은 이 기획력과 유통 채널이 필요하니 서로 니즈가 맞았던 셈이다. 그동안 호텔과 일하며 얻은, 좋은 여행경험을 위한 3가지 인사이트를 정리해 본다. 





최고의 위치를 선점했지만 일찌감치 주변 투어 프로그램에 눈을 돌린, 타이베이의 암바 호텔. 


1. 호텔 내에 여행 전문가가 있거나, 육성해야 한다


'저희 3번째 브랜치가 곧 오픈합니다. 미스 김이 오픈 전에 먼저 와서 자유롭게 둘러봐줬으면 좋겠어요'


오랜만에 타이베이에서 반가운 메일이 왔다. 대만의 대표 특급 호텔인 앰버서더(우리나라의 앰버서더와는 다른, 로컬 호텔그룹이다)의 젊고 감각적인 부티크 호텔 브랜드, 암바에서 협업 요청을 해 온 것이다. 기존 호텔이 위치한 시먼딩이나 중산역과 달리, 세 번째 호텔은 특별한 관광지가 없는 '송산역'에 문을 열었다. 중심가 관광이 불편한 송산역까지 와서 이 호텔을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를, 호텔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기꺼이 콘텐츠 개발을 함께 하기로 했고, 그 과정은 흥미진진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호텔이 한국어가 가능한 호텔리어를 고용하여, 직접 가이딩 해주는 주변 도보 투어를 개발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두 번째 브랜치 오픈 때 내가 조언했던 것을 반영한 것이다. 중산역 점에서 외부 업체의 영어 가이드로 진행된 주변 도보 투어를 체험한 뒤, '한국인이나 한국어 가능자가 진행하는 투어가 아니면 한국 여행자에게는 전혀 매력이 없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한국어가 가능한 '현지인' 직원이 안내하는 투어는, 대만인만 아는 깊숙한 장소를 발굴하여 알려준다는 장점이 있었다. 나 혼자 송산역 주변에 여러 번 와본 적이 있지만, 의류 도매시장이나 라오허 야시장 뒤편에 엄청난 풍광을 지닌 수변 공원을 찾아갈 수는 없었다. 


오모(OMO)는 비즈니스 관광객을 배제하고 
오롯이 여행만을 목적으로 한 관광객을 위한 '시티 투어리즘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비즈니스 고객을 배제하면, 몇 가지 다른 선택이 가능합니다.  
<매거진B - 호시노야> 중에서


호텔리어가 직접 주변 여행을 가이딩해주는 상품은 일본의 호텔업계를 리드하는 호시노 리조트에서도 적극 도입했다. 호시노가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론칭한 '오모(OMO)'호텔은 오모레인저라는 지역 가이드와 함께 하는 여행이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다. 십 수년 째 비슷비슷한 F&B 패키지와 객실 프로모션에서 멈춰있는 호텔은 결국 자유여행 시장에서는 외면받게 될 거라는 사실을, 이 두 회사는 잘 알고 새로운 포트폴리오로 대비하는 것이다. 이제 호텔을 선택하는 기준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왜 이 지역의 이 호텔에 굳이 묵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대로 준비했는가, 혹은 아닌 가다. 아직도 그 답을 '너도나도 다 가는 유명 관광지'로만 준비하고 있다면, 이제는 그 답이 충분하지 않다는 걸 언제 인정하느냐(...)에 명운이 달려있다.  




대만의 실험적인 호텔, Play design hotel의 페이스북. 투숙객인 내게 '호텔 선택의 기준'을 인터뷰했다. 


2.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여행업계는 언제쯤 걱정을 멈추고, 실제로 '변화'할까?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지점이다. 국내외 수많은 컨퍼런스와 여행박람회에서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논의를 지켜보지만, 실제로 변화가 가시화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특히 요즘처럼 모든 여행자가 온라인으로 호텔을 고르고 예약하는 시대에, 소셜미디어 마케팅은 '정제된 언어로 상품을 소개하는' 선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어쩌면 소셜미디어를 마케팅 채널의 수단으로만 보는 시각으로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기업에서 홍보 담당자였던 내가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자기 자신의 소셜미디어 채널을 운영하지 못하는 홍보 담당자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었다. 나 하나도 제대로 홍보할 기술이 없는데, 거대한 기업이나 조직, 브랜드는 어떻게 홍보할 수 있단 말인가? 


책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에도 소개했던 대만의 플레이 디자인 호텔은, 엉뚱하게도 투숙객인 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호텔의 소셜미디어에 실을 '게스트 뉴스'를 위해서다. 그들은 30여 분의 영상 인터뷰를 촬영한 다음, 페이스북에는 '한국의 여행 전문가가 왜 자신들을 선택했는지' 소개했다. 당시에 나는 '럭셔리 호텔은 좋은 입지가 장점이지만, 현지인의 일상과는 괴리된 체험을 하기 쉬워 이곳에 왔다'고 대답했다. 


물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럭셔리 호텔에서 이러한 방식의 게스트 인터뷰를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든 양방향 소통을 꾀하고 여행자에게 영감을 주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올리는 호텔에는 반드시 자발적인 팬(Followers)이 생겨난다. 지금 내가 이 호텔을 책에도 쓰고, 블로그에도 쓰고, 지금 한번 더 언급해서 당신이 알게 된 것처럼 말이다. 내가 다녀간 직후 이 숙박시설은 유수의 호텔을 제치고 루이비통 시티 가이드북에 등재되었으며, 전 세계의 디자인 어워드에서 후보에 오르거나 상을 수상했다. 




 포 포인츠 바이 쉐라톤 강남의 일러스트 맵. 투숙객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3. 지역 경험을 시각화, 구체화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호텔이 직접 주변 지역을 해석하고 여행자에게 새롭게 가이드하는 일은 앞으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다. 국내 호텔 중에서는 포 포인츠 바이 쉐라톤 강남이 일러스트레이터 밀키베이비와 협업하여 개성있는 일러스트 맵을 만들었다. 한국인에게는 그저 뻔하게만 느껴지는 강남 일대지만, 외국인 관광객이나 다른 지역에서 방문한 국내 관광객에게는 이 지도 한 장이 호텔 주변에서 서울을 경험하는 새로운 실마리가 된다. 또한 브랜드 관점에서는 포 포인츠(혹은 쉐라톤)이라는 체인을 좀더 신선하고 감각적으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된다. 


사실 나와 함께 7년동안 히치하이커를 꾸려온 아트 디렉터가 바로 밀키베이비다. 지금까지 출간된 히치하이커의 표지 디자인과 아트워크를 모두 담당하였으며, 여행놀이 런던 편을 공동 집필했다. 인스타그램에서 1만8천여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가족여행 & 라이프스타일 인플루언서 밀키베이비는, 웹툰 시리즈로 쌓은 강력한 '엄마' 팬덤을 기반으로 수많은 기업과 아트 콜라보를 진행하고 있다. 내가 여행자의 동향을 파악하고 그들이 원하는 경험을 콘텐츠로 기획하는 영역에 있다면, 밀키베이비는 경험을 '아트'로 구현하는 영역에 있다.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는 (전혀 안 닮았지만) 친자매이고, 각자 본업이 있고, 각자 크리에이터이면서, 히치하이커로서는 함께 일한다. 아마 앞으로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할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이전 콘텐츠 콜라보레이션 사례는 아래 글에.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 여행업계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한 여행기술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 컬럼니스트, 여행 인플루언서. 매년 60일 이상 전 세계 호텔을 여행하고, 전 세계 여행산업 행사를 취재합니다. 2018년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출간.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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