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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Mar 08. 2020

여행을 바꾸는, 여성 창업자의 스타트업 3곳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며 

"선생님, 가족 6명이랑 미국 서부 캠핑카 여행 다녀왔어요. 예약이요? 제가 다 했죠"


예전에 수업으로 인연을 맺은 50대 중반 여성 분과 만난 자리에서, 뜻밖의 여행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5년 전 뵈었을 때 항공편 예약법을 처음 배웠던 분이, 몇 년 후에는 유럽과 미국 자유여행은 물론이고 난이도 높은 해외 캠핑카 여행까지 척척 예약해서 떠난다는 것이다.  


한국의 해외여행 시장을 견인하는 주체가 여성 소비자가 된 지도 오래됐다. 아직 5060 세대에게는 항공과 숙소, 교통편 예약을 어렵게 느끼는 이들이 여전히 많지만, 요즘은 에어비앤비는 물론이고 현지 렌트나 대중교통도 직접 예약하고 계획하는 분들이 꽤나 늘었다. 이렇게 여성이 여행을 많이 다닌다 혹은 여행 소비를 견인한다는 통계치는 흔하게 기사화되곤 하지만, 전 세계 여행산업에서 여성이 주도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포브스에서 '여행산업의 판을 바꾸는 13명의 여성들'이라는 기사를 냈는데, 전 세계 여행 회사의 33%를 여성이 소유하고 있으며 종사자 중 70%가 여성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 기사에 소개된 여성 창업자 중에서 인상 깊은 서비스 2가지, 그리고 국내에서 인상 깊은 사례 하나를 소개해볼까 한다. 





푸드 투어리즘에 특화된 플랫폼, 트래블링 스푼(Traveling Spoon)

샌프란시스코의 두 여성 창립자 Aashi Vel과 Steph Lawrence가 운영하는 트래블링 스푼은 쉽게 말해 현지 음식을 좀 더 깊게 만날 수 있는 여행 플랫폼이다. 물론 에어비앤비의 트립에서도 푸드 투어나 쿠킹 클래스를 예약할 수 있지만, 트래블링 스푼을 보면 단순히 여행 플랫폼이라기보다는 음식을 매개로 한 현지인과의 만남에 훨씬 더 초점을 맞췄다는 인상이 든다. 여행 상품을 재래시장 투어, 가정식 식사, 요리 수업 등 크게 3가지로 나눈 것이 그러한 전문성을 잘 보여준다. 


Steph는 대학 시절 중국 단체여행에서 관광과 현지 문화가 크게 괴리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녀가 중국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건 할머니에게 만두 만드는 법을 배우는 것이었다. Aashi 역시 멕시코를 여행하면서 현지인 가족이 집에서 밥 먹는 모습을 밖에서 우연히 목격하며, 그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이 이 서비스의 시작이었다. 현재 65개국 175 개 도시에서 운영되는 이 서비스에는 놀랍게도 서울의 호스트도 2명이나 등록되어 있다. 다음 여행에서 꼭 한번 이용해 보고 싶은 플랫폼이다. 





머신 러닝 기반의 여행 테크 기업, 필로타(Pilota)

미국의 국내선은 지연과 취소가 엄청나게 많기로 악명이 높다. 엔지니어이자 50개국을 여행한 경험이 있는 창업자 사니야 샤(Saniya Shah)는 비행편의 갑작스러운 취소나 지연에 따른 여행자의 불편함을 해결해줄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그녀가 쓴, 자신의 팀원들이 직접 경험한 '항공 여행의 악몽' 포스팅을 읽어보면 이 팀이 무엇을 해결하려고 하는지 잘 알 수 있다. 


필로타는 머신 러닝 알고리즘을 사용해 임박한 비행 지연이나 취소를 미리 예측해 준다. 그뿐 아니라 비행 취소가 예측되면 새로운 비행편을 무료로 제안해 준다. 이러한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그동안 여행사나 항공사 콜센터도 제대로 해주지 못한 일을 첨단 기술이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이다.  





테마가 살아있는 여자들끼리의 여행

위 포브스 기사에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성을 위한 여행사'를 만든 창업자가 다수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해외보다는 국내에 더 멋진 사례가 있다. 지난 2019년 12월 경향신문에 보도된 '여행, 떠나보셨나요?' 기사를 읽고 깜짝 놀랐다. ‘혼자 여행 다니는 여자’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싫지만 양질의 여행은 하고 싶은 여성을 위한 여행사가, 한국에도 있구나 싶어서다. 


"모험과 여행은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이었다(중략), 지금은 여행 자체가 정보, 경험, 자산이 되는 사회가 됐다"는 여행여락 대표의 지적은 매우 정확한 핵심을 짚었다고 생각한다. 이미 해외에는 여성의 안전한 모험을 위해, 여행 인프라가 취약하지만 멋진 여행지(아프리카, 남미 등)를 발굴하여 상품화하는 여성 전용 여행사가 일일이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래서 한국에서 이런 여행사가 좀 더 다양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지금의 코로나 사태가 빨리 마무리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전에 썼던 관련 글은 여기. (호텔 칼럼니스트, 여행 강사의 롤모델)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 여행업계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한 여행기술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 컬럼니스트, 여행 트렌드 분석가. 세계의 호텔과 여행산업 행사를 취재합니다. 책 <여행의 미래(4월)>,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출간.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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