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다영 nonie Feb 16. 2017

여행 계획을 짜주는 일, 직업으로 가능할까요?

여행이 너무 좋은데, 진로가 고민돼요! (3)

8년째 운영 중인 여행 전문 블로그 'nonie의 로망여행가방'에는 진로 상담이 종종 올라온다. 여행기자 출신의 평범한 직장인에서 여행 콘텐츠 디렉터이자 강사로 전업한, 조금은 생소한 커리어 때문인 듯하다. 시간차는 있으나 두 명의 대학생이 여행 커리어와 관련된 같은 질문을 해와서, 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 본다. 



Q. 나만의 여행 루트로 타인의 여행 계획을 대신 짜주는 일, 직업으로 가능하지 않을까요? 


안녕하세요. 매 방학마다 혼자 여행을 떠날 만큼 여행을 너무 좋아하는 대학생입니다. 여행작가에도 관심이 있어서 관련 수업도 들었는데요. 감상적인 글을 쓰는 작가보다는 유용한 여행지를 소개한다거나 여행 계획을 저만의 방식으로 짜주는 현실적인 여행 직업에 더 관심이 가네요.
개인적으로 100% 현지인처럼 여행하는 저만의 방식이 있기 때문에, 소량의 금액으로 총체적인 여행 계획을 짜주는 개인사업부터 시작해보고 싶어요. 그런 일이 직업으로서 가능할까요? 주변 어른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여행사에 취업이나 하라며 모두 똑같은 소리만 해서, 기운이 빠집니다. 


Nonie Says...


위와 같은 생각을 막연하게 가진 대학생 분들이 종종 비슷한 질문을 하곤 합니다. 자유여행(FIT) 시대로 접어들면서, 개별 해외여행의 가장 큰 장벽인 '여행 코스 설계'를 대리해주는 일이 직업적으로 가능하지 않겠느냐 하는 질문입니다. 특히 '디지털 노마드', 즉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일의 형태와 여행을 향한 열정을 결합하다 보면, 이런 직업을 상상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말입니다. 


그렇다면 일단, 이 일을 현재 누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아야겠지요? 


여행코스를 컨설팅하고 맞춤 상품을 개발하는 일련의 일은 대형 여행사에서 이미 하고 있는 업무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작은 규모의 수많은 테마 여행사가 1:1 여행 컨설턴트를 자처하며 개별 여행을 맞춤 설계해주고 있습니다. 이 분야 역시 여행사 근무 경력을 오래 쌓으신 전문가들도 쉽게 성공 못할 만큼, 이미 경쟁이 치열해진 분야입니다. 


또한 이 분야는 엄청나게 전문화,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같은 '유럽'을 취급하는 여행사라고 해도, VIP의 럭셔리 여행부터 허니문, 가족 여행, 모험 여행 등 거의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테마 여행을 각각 전문 분야로 표방하는 여행사가 많습니다. 세상엔 여행 '전문가'가 참 많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아마 몇천 배는 더 많을 거예요. 




우리보다 여행업의 역사가 훨씬 더 오래된 해외는 어떨까요? 세계적인 여행 매거진 트래블 앤 레저에서 꼽은 2016년의 월드 베스트 여행사는, 캐나다의 Gray & Co라는 여행사가 차지했습니다. '액티브한 여행을 원하는 개별 여행자'를 위한 회사라고 소개하는 그들은, 무려 전 세계의 '바이크 여행' 코스를 개별 설계해 주는 전문 회사입니다. 사실 이들보다 더 유니크하고 재미난 여행 회사도 많지만, 소개하자면 한도 끝도 없으니 이만할게요.


이렇게 여행사가 지배하던 이 '여행 플래닝' 분야에, 고도화된 IT기술까지 진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구글이 2016년 선보인 여행 앱 'Trips'는 항공과 호텔 최저가 예약, 액티비티까지 무료로 다 맞춤 제공해 줄 기세입니다. 에어비앤비의 신규 서비스 '트립'을 이용하면, 클릭 몇 번으로 유니크한 숙소와 현지 투어를 한 큐에 예약하게 됩니다. 이에 대항해 고급 호텔에서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지요. 전문 여행지식을 보유한 호텔리어들이 투숙객의 하루 일정을 상담 및 예약까지 맞춤 대행해주는 것입니다. 자, 앞으로는 누가 이 바닥의 '전문가'라 감히 칭할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여행 플래닝을 상업적으로 하는 곳은 여행사이며, 한국에서는 단순히 계획만 짜주는 역할만 따로 분리되어 있진 않습니다. 해당 여행상품을 유료로 판매/인솔하는 일련의 일이 '여행업'으로 분류되어 있는데요. 현재 여행업은 별도의 허가와 등록(자본금 필요)을 거치지 않는 경우 불법입니다. 간혹 여행사 근무 경력 없이도 여행상품 설계나 현지 여행사 업무를 대행하는 20대 젊은 분들도 있는데요. 이런 분들은 대부분 특정 지역의 여행서를 출간할 정도로 한 지역에 깊이있는 지식을 보유한 전문가입니다. 그리고 역시 여행업이라는 범주에 속해서 일하는 분들이죠.   


최근 여행 & 커리어 워크숍 1기를 진행하면서, 오히려 가르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일과 여행을 함께 병행하기를 원하지만, 자기만의 방향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누가 알려줄 수 있는 게 절대 아니거든요. 오직 자신이 살아온 궤적 속에 답이 있습니다. 남이 보면 더 잘 보이니, 모여서 찾아보는 게 좀 더 빠를 수도 있는 것뿐이죠. 사실 직장인은 이미 자신의 커리어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 길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직 어느 길도 선택하지 않은 대학생이라면, 여행 아니라 그 어떤 분야도 해당 업계 경력을 쌓아보기 전엔 자신과 맞는 길인지 알 수 없어요. 그러니 원하는 업계에 진출할 수 있게 자신의 전공과 경력을 일관된 방향으로 쌓아가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시간과 장소를 스스로 통제하는' 직업을 가지려면 대체 불가능한 전문성을 쌓아야 하므로, 직장인이 된 후에도 플러스알파의 노력이 필요해요. 그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 기간 이상의 수련과 경험의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 여행과 커리어 시리즈 더 보기


3/29 7시, 디큐브 아카데미 '스마트한 여행의 기술' 2시간!



Who is nonie?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과 공공기관, 직장인 아카데미에 여행영어 및 스마트 여행법 출강으로, 휴일도 없이 싸돌아 다닙니다. 호텔 컬럼니스트. 연간 60일 이상 세계 최고의 호텔을 여행하고, 함께 일도 합니다.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강의/방송/세미나 요청은 강사 소개 홈페이지 에서 문의해 주세요. 

이전 13화 여행 스타트업이 고려해야 할 3가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