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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Jun 30. 2018

여행 스타트업이 고려해야 할 3가지

여행 스타트업 행사의 키노트를 마치며

서울시 산하의 창업지원 기관 홍합밸리에서는 ‘데모데이’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각 분야의 스타트업이 피칭을 하고 네트워크를 다지는 행사다. 지난 6월 28일은 여행 분야 스타트업을 위한 데모데이 ‘Travel & Start-up’이 열렸는데, 감사하게도 키노트(기조연설)을 하게 되었다. 직업적으로 하는 강의와, 업계 행사에서 하는 강연은 기분이 정말 다르다. 2007년부터 4~5년간 가장 아름다운 청춘을 IT스타트업에서 보낸 1세대의 한 사람으로써, 그 어떤 강의를 할 때보다 감회가 새로웠다.  



행사에서 내게 주어진 키노트는 30분이어서, ‘2018년 여행 소비 트렌드’라는 거창한 주제를 풀어내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키노트에서 다 하지 못한, 여행 스타트업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볼까 한다. 특히 '콘텐츠'의 개념에 대해 너무 할 말이 많았는데, 시간이 부족했다.


 

여행과 '여행업계', 그 엄청난 간극

여행을 주제로 스타트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행과 여행업계는 다르다는 것이다. 아직도 '여행을 좋아하니 여행 관련 사업을 해서 먹고 살자'는 나이브한 생각을 가진 창업자나 창업준비자가 적지 않은 듯 하다. 여행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여행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 있는지를 스스로 진단해 보는 것이 먼저다.(이것은 작년의 여행 데모데이 키노트에서도 똑같이 나왔던 얘기다) 

여행소비 트렌드의 사례로 몇몇 항공 검색 서비스를 소개하자, '항공이나 호텔 예약은 여행에서 지극히 부차적인 부분 아닌가요? 여행이라는 행위 전반에 집중하는 서비스가 더 큰 비전 아닌가요?'라고 물어온다. 이런 게 여행 스타트업과 실제 업계의 대표적인 괴리이자 생각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업계를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할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부분은, 어디서 '최종 결제'가 이루어지는가다. 당신의 여행 예산이 총 300만원이라고 하자. 예산은 어떻게 분배될까? 항공에 1백만원, 숙박에 1백만원, 총 2백만원 가량이고, 여행 중에 쓰이는 돈은 전체의 1/3, 많아야 1/2이다. 여행 서비스에서 항공과 호텔을 빼면, 차와 포를 떼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여행 기업은 프라이스 라인과 익스피디아, 중국의 씨트립이다. 공통점은 항공과 호텔을 판매하는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기업에서는 돈이 어디서 도는가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관점이다. 이 바닥은 기본적으로 업계에서 경력을 쌓으면서 여행 소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좋은 준비방법이다. 아래 링크에 소개된 스타트업이 좋은 사례다.



여행 분야에서 창업을 하고 싶다면, 내가 제일 잘 할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자. 결국 창업자가 스스로의 능력과 한계를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만약 자신이 만들고 있는 서비스에 대한 부연설명이 길고 수익모델이 한 단어로 정리되지 않는다면, 해당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주는 가치는 불분명한 것이다. 작년 키노트에서는 '창업해야 하는 사람은 취업을 하고, 취업을 해야 하는 사람이 창업을 한다'는 뼈아픈 진단을 하셨다는데, 이는 비단 여행 스타트업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콘텐츠가 왜 중요하냐고요?

2014~2016년은 FIT 아웃바운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기다. 이 시기에 쏟아져나온 여행 서비스는, ‘여행정보 큐레이션과 일정설계, 여행 기록’ 어플이나 웹서비스다. 대다수가 포털 API를 이용해 기존 블로그의 링크를 끌어모아 조악한 서비스를 만들었고, 사용자의 엄청난 수고와 입력을 요구했다. 콘텐츠나 큐레이션에 대한 기본 개념조차 없는 이러한 서비스는, 당연히 금방 자취를 감췄다. 블로거인 나 역시 무단 수집에 대한 중지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내곤 했는데, 얼추 메일함을 검색해 봐도 십여 곳이 넘더라. 그 중 몇몇 서비스 대표는 직접 찾아와 사업 방향을 묻거나 창작자와의 협업 방법을 물어오기도 했다. 사실 정답이 멀리 있나? 정당한 보상을 지불하면 된다. 남의 콘텐츠는 탐이 나는데 보상 체계도 없이 공짜로 끌어다 쓰려니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여행정보 관련 서비스가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는 아래 글에도 잘 정리되어 있다. 



2018년인 지금은 어떨까? 여행 콘텐츠를 메인으로 내세운 여행 스타트업은 트리플 정도 외에는 없다. 성공비결? 포털 출신 인력을 배치하고 그쪽에서 흘러나온 자본력을 기반으로 한 회사가, '스타트업'이라는 이름 하에서 초짜 스타트업과 같이 경쟁하고 있다고 믿는다면, 업계 사정을 1도 모르는 순진한 착각일 뿐이다. 그런데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콘텐츠를 사업 아이템으로 쉽게 보는 이들이 많다.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더니, '그렇다면 왜 기술 위주의 서비스를 소개하느냐, 트리플처럼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엉뚱한 질문이 나와서 말문이 막혔다.


콘텐츠(=돈)를 전면에 깔아놓는 물량 공세의 서비스는, 자본력이 없는 작은 스타트업에 적합한 사업 모델이라고 볼 수 없다. 여행 스타트업은 작은 기술과 작은 니즈에 집중할수록 성공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럼 콘텐츠가 왜 중요하냐고? 돈이 없는 스타트업에게, 콘텐츠는 마케팅의 중요한 도구가 된다. 콘텐츠를 마케팅에 쓰라는 것이지, 사업을 하라는 게 아니다. 재밌는 것은, 모든 스타트업이 콘텐츠 타령을 하면서도 꼭 담당자는 경력도 없는 주니어급을 채용한다는 것이다. 개발자에게는 투자하면서, 콘텐츠 전문가에게는? 할많하않....;;


소셜 콘텐츠 마케팅이 스타트업에게는 적은 예산으로 홍보/마케팅을 할 수 있는 중요한 무기이지만, 동영상 콘텐츠로 마케팅하는 업체라고 해서 동영상만 바라본다면 소비자의 확장성을 크게 좁힐 수 있다. 이곳 브런치에 오시는 분들은 다 알겠지만, 때로는 그 서비스를 직접 사용해 본 ‘글솜씨가 수려한 누군가’의 진정성있는 사용기 하나가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깊숙하게 움직인다. 앞으로 롱라이팅 콘텐츠의 마케팅적 중요성은 더더욱 커질 것이다. 동영상 제작 만큼이나 허들이 높은, 하이레벨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여행 서비스가 필요한 진짜 소비자는, 따로 있다

지금 여행 스타트업 업계를 이끄는 대다수는 밀레니얼 세대다. 그래서 또래 세대의 여행 패턴 외에 전체 여행시장은 잘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밀레니얼을 위한 여행 서비스는, 뚜렷하면서 거대한 경쟁자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시장이다. 구글(지도, 트립스), 인스타그램(여행기록 및 공유)이 그들이다. 이 서비스들의 가치와 필요성을 뛰어넘는 뾰족함이 없다면, 이용자는 당신의 서비스로 넘어갈 아무런 이유가 없다. 특히나 여행 일정, 여행 기록(콘텐츠)와 연관된 서비스를 건드릴 때는, 왜 사용자가 기존 여행사와 포털 사이트를 버리고 구글맵과 인스타그램을 쓰는 지를 더 고민해야 한다. 적어도 내가 새로 만난 스타트업 중에는 이 솔루션이 명확한 서비스는 아직 없었다.



어제 내 플친 '하나투어'가 보내준 카톡;;


여행 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는 시니어 시장이야말로, 새로운 여행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5년간 스마트 여행을 강의하면서, 시니어 세대는 구글의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낀다는 점을 깨달았다. 실제로 엊그제 하나투어는 단체 맞춤여행 컨설팅 서비스를 런칭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적절한 방향을 찾은 듯 하다. 아무리 자유여행의 시대라 해도, 여전히 큰 돈을 쓰는 소비자의 여행 소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지점에 있다. 시니어 세대 뿐 아니라, 여행 스타트업이 각자가 타겟으로 잡는 소비자를 좀더 분명히 하면 좋겠다.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팔 것인지, 그 '누구'가 최소한 나에게는 잘 보이지 않았다.


사실 이 외에도 여행업계 인맥(네트워크) 구축이나 업계 경력에 대한 부분도 할 얘기가 많지만, 너무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다. 공개강연 뿐 아니라 이곳 브런치에도, 가끔 여행 스타트업을 위한 정보도 풀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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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 여행법'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 컬럼니스트. 매년 60일 이상 전 세계 호텔을 여행하고, 함께 일합니다.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출간 예정.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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