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가 '여행' 마케팅에 푹 빠진 이유
얼마 전 플라토 미술관의 전시 '천 개의 플라토 공항'을 보고 왔다. 공항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향한 인간의 복잡한 열망이 뒤섞인, 몇 가지 설치물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입장권도 비행기 티켓을 그대로 본뜬 디자인이다. 최근 대중예술계에는 이처럼 공항이나 여행을 소재로 한 전시가 부쩍 늘어났다. 예술 분야뿐만이 아니다. 패션업계는 좀 더 본격적이다.
며칠 전인 10월 6일 파리에서 열린 2016 S/S 오드꾸띄르 패션쇼 최대의 이슈는 샤넬(Chanel) 아닐까 싶다. 샤넬은 내년 트렌드를 선보이는 중요한 무대를 아예 '공항'으로 꾸몄다. 심지어 런웨이에 카운터도, 수하물 벨트도 설치했다. 모델은 캐리어를 끌고 워킹을 한다. 최근 들어 패션 브랜드는 여행의 이미지를 '보헤미안, 와일드, 어드벤처' 등 다양한 변주로 차용해 왔지만, 이처럼 노골적으로 여행을 전면에 내세운 사례는 흔치 않았다.
일찍이 여행의 이미지를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한 럭셔리 브랜드는 루이비통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자사의 여행 캐리어를 등장시킨 Art of packing 등의 여행 영상을 꾸준히 유튜브에 소개하고, 전 세계 주요 도시를 섬세하게 취재한 시티 가이드북까지 다양한 언어로 출간해 왔다. 패션 브랜드가 여행 콘텐츠를 과연 잘 만들까? 적어도 이쪽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봐도 놀라울 정도로, 웬만한 기성 가이드북보다 진보된 콘텐츠를 담고 있다.
이 같은 여행 마케팅은 럭셔리 브랜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적인 SPA 브랜드인 H&M은 미국 최대의 인디뮤직 페스티벌 코첼라(Coachella)를 스폰서하고 있다. 올 여름에는 축제 기간에 맞추어 코첼라 전용 라인을 출시했다. 동시에 인기 유튜버를 축제장에 보내주며 여행 영상을 찍게 했는데, 그중에는 무려 44만 View를 기록한 영상도 있다. (바로 가기) H&M이나 코첼라 공식 유튜브보다도 조회수가 높았다는 건, 저비용 고효율의 성공적인 마케팅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행이 상징하는 의미는 날이 갈수록 강력하고 공고해져서, 패션과 뷰티 같은 소비재 브랜드는 발 빠르게 여행 콘텐츠를 접목시켜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한국에는 아직 이러한 시도가 본격적이지 않고, 아무리 좋은 여행 콘텐츠라 해도 항공, 여행사, 관광청 등 여행업계 내부에서만 소비되는 점이 아쉽다.
스타일리시한 시티 가이드, '히치하이커'를 창업하면서 오직 디지털 콘텐츠만 제작하기로 마음먹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여행 콘텐츠에서 GPS 기반의 위치정보가 가장 중요해지리라 내다본 나름의 비전도 있지만, 기업이나 브랜드와의 마케팅 콜라보레이션을 위해서는 타겟과 콘셉트가 확실한 디지털 여행 콘텐츠가 단연 활용가치가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근 진행했던 해외 콜라보레이션 사례도 조만간 공개할 예정. 함께 협업할 기업이나 브랜드의 문의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Who is nonie?
히치하이커 Founder & 여행 콘텐츠 디렉터. '내 삶의 주인공이 되는 여행법'을 제안합니다. 전 세계의 멋진 호텔을 중심으로 테마여행을 하고,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스마트 여행에 특화된 강의를 합니다. 자세히 보기
히치하이커는 여행(Travel)의 감성을 디지털 콘텐츠로 풀어내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입니다. 2011년 아이패드 전용 가이드북 미국 아이튠즈 스토어 론칭, 2013년 '히치하이커 홍콩', 2015년 '히치하이커 싱가포르'를 전자책으로 선보였습니다. 히치하이커 여행놀이 런던(2015/11), 하와이(2016), 뉴욕(2016) 제작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