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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Aug 23. 2017

론리플래닛의 Trips vs. 구글의 Trips

자유여행의 미래를 상징하는, 두 여행 앱



가이드북 출판사가 왜 여행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었을까? 

얼마 전 글로벌하게 보도자료가 뿌려진 론리 플래닛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Trips'의 소식을 접했다. 론리 플래닛 하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가이드북 시리즈이자, 자유여행자의 바이블로 오랜 세월 군림해온 최고의 여행 출판사다. 이제는 거의 모든 가이드북을 전자책으로도 출시하고 있어서, 변화에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런 론리 플래닛이 낸 여행 어플이라, 우선 궁금했다. 특이하게도 ios 버전을 먼저 내놨고, 안드로이드 버전은 추후 출시 예정.



론리 플래닛 'Trips'의 정체는 놀랍게도,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쉽게 말하자면 여행에 초점을 맞춘 미디엄(Medium), 혹은 한국의 '브런치'와도 흡사했다. 모든 분야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존의 플랫폼과 달리, 여행 경험을 좀 더 '보기 좋게' 만들도록 도와주고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양질의 포스트는 론리 플래닛의 에디터들이 선정해서 앱 메인에 띄워준다고 한다. 이 어플을 다운받아서 살펴보며 드는 의문은 단 하나였다.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가, 왜 독자에게 직접 콘텐츠를 만들게 해야만 했을까?" 


이는 달라진 여행업의 현재를 보여준다. 여행정보와 지식이 상향평준화된 온라인 시대에, 일방적인 'one-way' 방향의 콘텐츠 발신 방식에서 한계를 느꼈다고 본다. 이것은 여행업 뿐 아니라 '출판'이라는 방식으로 제공되는 모든 여행정보(가이드북, 매거진 등)도 마찬가지다. 물론 하루 아침에 론리 플래닛이 가진 권위가 떨어지진 않겠지만, 이제는 론리 플래닛 스타일의 백과사전식 정보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다양한 방식의 자유여행을 할 수 있다. 실제로 나도 시티 가이드 시리즈가 아닌 국가 단위의 두꺼운 론리는 더이상 보지 않는다. 철지난 '배낭여행'이나 저가여행자를 컨셉으로 한 식당이나 숙소 정보가 너무 많아서다.





역시나, 콘텐츠 플랫폼이 항상 간과하는 문제점이 여전히 Trips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에디터가 선정한 콘텐츠만이 노출의 기회를 받는다'는 점이다. IT업계와 여행업계, 출판업계를 모두 경험한 나의 시각에서 바라본 Trips는, 여전히 권위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한 전형적인 올드미디어 서비스다. 콘텐츠의 유용성은 소비자(독자)가 판단하는 것이다. 이 간단한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망한 플랫폼이 한둘인가.


역시나 엔가젯의 리뷰도 시큰둥하다. '여행 중독자를 위한 인스타그램' 정도로 일축했으며 '전혀 유니크하지 않다(새로운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인스타그램 유저가 이쪽으로 옮겨올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모바일에서 '롱 라이팅(long-writing)' 여행기를 왜 만들고 왜 읽어야 하나? 그 답을 주지 않는다면, 혹은 론리 플래닛의 고급 여행정보/지도를 본문에 링크하는 기능을 빠르게 제공하지 않는다면, 이용자가 굳이 여기다 글을 써야 할 이유가 없다. 즉, b2c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는 상실하고, 그들만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구글 트립스에 지메일을 연동시키면, 예약 내역을 통해 자동으로 여행 계획을 짜주고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같은 이름의 전혀 다른 시각, 구글의 '여행(Trips)'

이에 앞서, 같은 이름을 가진 플랫폼이 구글에서 이미 나왔다. 구글 트립스가 세상에 첫 선을 보였을 때, 전 세계 여행업계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크게 우려했다. 구글 트립스는 오직 구글만 구현할 수 있는 완벽한 미래형 여행 플래너이자 로봇 여행 비서와도 같다. 그것도 무료로. 이 서비스는 여행자에게 어떠한 노력도 요구하지 않으며, 반대로 여행자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다. 


구글 트립스는 지메일(Gmail)에서 모든 예약 내역을 자동으로 가져와서 분석하고, 내가 몇 월 며칠에 어느 도시로 여행을 갈지, 어떤 호텔에 묵을지 파악한다. 그곳의 꼭 가봐야 할 곳, 먹어봐야 할 것 등을 자동으로 보여준다. 해당 지역의 지도는 미리 오프라인으로 다운받으니, 여행지에서 인터넷이 안돼도 걱정 없다. 또한 구글 지도에 축적된 방대한 '사용자 리뷰' 데이터를 통해, 현지에서 확률적으로 좀 더 훌륭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가까운 미래에, 여행사는 과연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나는 구글 트립스를 따로 리뷰하지 않았고, 그동안의 여행 강의에서도 거의 소개하지 않았다. 이유는, 우선 지메일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한국인의 비율이 크지 않은데(정확한 통계는 못 찾았으나 국내 지메일 점유율은 대략 20% 내외로 본다) 구글 트립스는 여행 예약 데이터를 지메일에서만 읽어온다. 그러니 한국에서는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내 판단이 일부 틀렸다는 걸, 강의를 하면서 알게 됐다. 수강생 중에도 이미 구글 트립스를 쓰는 이들을 너무나 많이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포털 점유율은 낮지만 안드로이드 폰의 점유율이 절대적인 한국 시장에서, 의외로 지메일을 모바일에서 기본 설정해놓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간과했다. 이미 발 빠른 여행자들은 구글 트립스를 여행에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발상을 바꾸어 보면, 여행 예약 바우처만 '지메일'로 받는다면 구글 트립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니 꼭 지메일이 주력이 아니어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사용자에게 노력과 시간을 요구하는 플랫폼은, 반드시 그만한 보상 체계와 공정한 노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또한 여행 플랫폼의 경우, 사용자에게 많은 입력을 요구하거나 가르치려 드는 서비스는 지금까지 모두 망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플래닝'과 '기록하기'다. 론리 플래닛과 구글이 바라보는 여행(Trips)에 대한 다른 접근법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이러한 점을 상기하게 된다. 최근 '트립스'라는 이름을 가진 서비스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에어비앤비가 론칭한 'Trips'는 현지 체험/투어 상품, 우버가 론칭한 'Trips'는 5~12시간 동안 택시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택시 투어다. 둘 다 여행자에게 '차별화된 편의'를 제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앞으로 여행업계(특히 여행사)는 소비자에게 어떤 편의성을 안겨줄 수 있을지를, 빠르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 여행법'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여행 전문가. 매년 60일 이상 전 세계 호텔을 여행하고 한국 시장에 알립니다. 또한 한국인의 해외 자유여행 트렌드를 분석하고 강연합니다.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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