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여행소비 트렌드 - 호텔 로열티(충성도) 전쟁
메리어트가 여행 덕후에게 주목하는 이유
지난 11월, 메리어트 그룹이 메인 스폰서로 나선 미국의 한 여행 컨퍼런스가 대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최근 시카고에서 시작하여 시애틀까지 연이어 매진 행렬을 기록한 이 행사에서는, 호텔과 항공 '덕후'들이 총출동해서 마일리지와 포인트를 미국의 신용카드와 연계하여 빠르게 모으는 법을 가르친다. 한국에서는 '꼼수', '어둠의 경로'로 쉬쉬하며 일부 커뮤니티에서만 공유하는 고급 정보를 대놓고 공개하는데, 이를 호텔과 항공사에서 적극 스폰서하는 것이다. 마일과 포인트를 '탑승과 숙박 없이' 모으는 방법을 가르치다니, 얼핏 보면 호텔과 항공사에게 손해일 것 같지 않은가? 그러나 기업은 절대로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호텔 로열티 프로그램이란 숙박 횟수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멤버십 제도로, 보통 호텔 홈페이지에 무료 가입을 하면 로열티 프로그램에도 동시에 등록된다. 호텔 멤버십의 등급은 세밀하게 나뉘어 있으며, 포인트 수치에 따라 일반-실버-골드-다이아몬드 식으로 상향 조정된다. 등급에 따른 혜택은 다양한데, 웰컴 기프트부터 객실 등급 업그레이드, 무료 숙박권, 항공 마일리지 교환까지 다양하다. 그래서 한번 로열티 세계에 입문하면 다음 등급에서 늘어나는 호화로운 혜택을 위해서라도 충성도를 높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멤버십 종류는 메리어트의 '메리어트 리워드' 외에도 메이저 호텔 브랜드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만약 메리어트가 앞장서서 '호텔 덕후'에게 자사 혜택을 적극 어필한다면, 20~30대가 주류인 그들을 평생 고객으로 붙잡을 수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 발표된 호텔 로열티 프로그램 만족도 랭킹에서, 메리어트 리워드는 '월드 오브 하얏트', '힐튼 아너스'와 같은 강력한 경쟁자를 아슬아슬하게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메리어트의 리워드 포인트는 타 프로그램에 비해 가용성이 높고, 적립도 쉬운 편이다. 숙박 외에도 다양한 온라인 이벤트에 참여하면 포인트를 쌓을 수 있으며, 이를 숙박 예약에 사용할 수 있어 충성도가 높다. 갈수록 가격경쟁이 심해지고 OTA의 공습으로 충성 고객 확보가 쉽지 않은 호텔업계에서, 로열티 프로그램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거라고 본다.
소비자는 어디에 '충성'할 것인가? 로열티 전쟁
반면 국내 상황은 좀 다르다. 최근 수 년간 호텔스닷컴과 익스피디아 같은 글로벌 OTA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마케팅을 해온 탓에, '호텔은 당연히 호텔예약 사이트가 싸다'는 고정관념이 공식처럼 굳혀졌다. 연간 수 천 명이 넘는 직장인의 해외여행을 교육하다 보니, 대부분은 "호텔 홈페이지에서 왜 객실을 사?" 라고 되물을 정도로 생소해 한다. 호텔 브랜드간의 특징이나 로열티 프로그램의 혜택이 뚜렷하게 각인되지 않은 탓이다. 객실 구매 과정에 숨어 있는 수많은 혜택을 찾아내고 챙기는 스마트 여행자는,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선 흔할 지 몰라도 실제로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로열티 프로그램은 체인 호텔의 주요 타겟인 출장자를 위한 제도에 가깝다. 레저 고객은 1년에 1~2회 호텔을 찾지만, 출장 고객은 반복적으로 호텔을 이용하므로 비즈니스 편의성에 최적화된 로열티 혜택을 자주 누릴 수 있다. 클럽 라운지 이용부터 프라이빗 체크인/아웃 등 많은 혜택이 출장자에게 최적화되어 있다. 실제로 강의하면서 질문을 던져보면, 과장~임원급 중에 힐튼이나 SPG 멤버십이 있다고 답하는 극소수의 사람들은 출장을 많이 가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출장은 보통 에이전시에 예약을 맡기는 경우가 많아서, 보통은 항공 마일은 알아도 호텔 포인트는 뭔지 모르는 안타까운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여기서 짚어볼 현상은, 2017 글로벌 여행 트렌드로 여러 매체에서 주목한 키워드가 바로 비즈니스와 레저를 함께 즐기는 블레져(bleisure)다. 부킹닷컴의 2016년 서베이에 따르면 49%의 출장자가 일정을 늘려 개인시간을 보낸다고 답했으며, 이러한 현상은 매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비즈니스 여행 경험이 개인 여행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까지는 로열티 프로그램이 출장자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여행 경험이 누적되면서 레저 여행자도 더 나은 리워드를 제공하는 호텔예약 루트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로열티 관리에 소홀할 경우,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할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고 본다. 요즘 로열티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는 스마트 소비자를 관찰해 보면, 국내 호텔을 이용할 때도 해외 호텔에서 쌓은 로열티를 유지/상향하기 위해(포인트 획득을 위해) 같은 브랜드 소속의 호텔을 예약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떤 방향이든 한번 생겨난 로열티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브랜드를 가진 호텔이라면 해당 브랜드만의 매력을 차별화하기 위한 프로모션이나 로열티 관련 홍보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동안 사드 여파로 어려움을 겪은 국내 호텔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내수시장을 잡으려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글로벌 체인 브랜드의 경우, 웹사이트를 가보면 로열티 프로그램 안내는 잘 찾기 힘들 정도로 성의없이 처리되어 있다. 체크인 시에도 가입 양식이나 앱 다운로드를 안내하는 게 전부다. 직원들도 정작 글로벌 멤버십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하거나 굳이 강조하지 않는다. 이것은 국내 호텔업계의 특수성과도 관련이 있다. 많은 특급 호텔이 국내 전용 '유료 멤버십'을 따로 운영하고 있어서, 눈에 보이는 매출과 직결되지 않는 글로벌 리워드 프로그램을 특별히 강조할 필요를 못 느꼈던 듯 하다.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호텔 예약에서 손해를 보고 싶지 않다면 스스로 알아서 공부할 수 밖에 없다. 당신이 해외 호텔을 매번 OTA에서만 결제한다면 멤버십에 숙박 크레딧이 잡히지 않으므로, 로열티 등급을 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 반대로 한 호텔 브랜드에만 충성하면, 호텔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단점이 있다. 어느 쪽이든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나는 둘 다 활용해야 한다고 보는 쪽이다. 또한 글로벌 멤버십 프로그램에 대한 업계의 인식 전환과 일반인 대상 교육이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졌다고 본다.
분명한 것은, 누군가는 수십~수백만원을 그냥 숙박비 결제로 날릴 때, 다른 한 편에서는 등급을 높여주는 호텔 포인트는 물론이고 항공 마일리지까지 덤으로 쌓고 있다. 누군가는 브랜드 세일기간에 맞춰 호텔 홈페이지에서 저렴하게 객실을 구입할 때, 다른 한 편에서는 습관처럼 OTA에서 몇 만원 더 비싼 가격으로 결제를 완료한다. 누군가는 로열티 등급이 높다는 이유로 공짜 조식과 객실 업그레이드를 받을 때, 다른 한 편에서는 조식 불포함 예약으로 객실비를 아꼈다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느 쪽 소비자에 속하는가? 당신은 지금 몇 가지의 로열티 프로그램에 가입되어 있는가? 같은 예산으로 조금 더 쾌적하고 멋진 곳에서 머물며 여행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어느 쪽이 더 빨리 어필해서 파이를 가져갈 지 지켜볼 일이다.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 여행법'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여행 전문가. 매년 60일 이상 전 세계 호텔을 여행하고 한국 시장에 알립니다. 또한 한국인의 해외 자유여행 트렌드를 분석하고 강연합니다.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