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TOP 50 여행 블로거의 조언
2017년 한 해동안, 아시아와 유럽의 여러 관광업계 행사에 초대되어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그중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동남아시아 5개국 투어리즘 포럼에서 '여행업계가 인플루언서(콘텐츠 크리에이터)와 효과적으로 협업을 하려면?' 주제로 진행된 토론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당시의 전반적인 후기는 소개한 적이 있다.
이날 포럼은 5명의 아시아 대표 인플루언서의 토론, 이들에게 다수의 호텔/여행 종사자가 질문을 던지면서 진행되었다. 토론자 중에는 CNN에서 선정한 전 세계 Top 50 여행 블로거도 있었는데, 그녀의 이야기가 이 글을 작성하는 데 많은 영감을 주었다. 포럼에서 나온 내용, 그리고 행사 후 그녀와 잠시 나눈 대화에서 얻은 인사이트 중 일부를 정리해 본다. 굳이 여행업계 뿐 아니라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고민하거나 블로그같은 개인 매체를 운영하는 이들에게는 두루 해당될 이야기다.
1. 썩은 과일을 어떻게 골라내는가? 리뷰어와 진짜 블로거를 구분하라
이 주제는 블로그 마케팅에서는 오랜 이슈다. 특히 네이버 블로그가 호황을 이룬 과거 5~6년간은 이웃과 방문자수로 수치화가 가능한(=ROI라 치고 위에 보고하기 좋은) 극소수의 블로그가 대부분의 마케팅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이 바닥에는 이런 명언이 있다지. '콘텐츠는 영원하지만, 플랫폼은 영원하지 않다'. 신문과 잡지가 망해간다는 뉴스를 본 지도 불과 얼마 전인데, 네이버 블로그도 통폐합이 목전같은 소식을 접하고 있자니 미디어의 변화란 얼마나 빠른가를 실감한다. 하지만 PC에서 모바일로 위치만 옮겨갔을 뿐, 어디서 좋은 인플루언서를 찾아야 하나? 라는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사실 전 세계가 정확히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토론 중 여행업계 종사자가 가장 많이 질문한 게 "어떤 블로거가 영향력이 있는지, 콘텐츠가 고퀄리티인지 아닌지 가리기가 너무 어렵다"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한 에이전시가 인플루언서 마케팅 후 정밀측정을 했는데, 조사대상 그룹의 15%가 리뷰 외에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전혀 없는 소위 '죽은' 블로그였다고 한다.(한국은 이 수치가 훨씬 높을 듯)
여기에 세계적인 인플루언서들이 조언한 최고의 해결책은, 딴 거 없다. 가장 먼저 '단순 리뷰어와 진짜 콘텐츠 메이커부터 구분해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이게 한국에서는 엄청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다. 리뷰어와 블로거의 경계가 아예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업체를 알리고 싶다면, 함께 일할 인플루언서의 미디어를 제대로 평가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제는 '수치'가 아닌 '콘텐츠'를 봐야 할 때다. 하루에 10,000명이 들어와도 검색을 거쳐 바로 빠져나가는 블로그인지, 1000명이 들어와도 해당 콘텐츠로 '구매'를 하게 만드는 블로그인지 퀄리티를 평가하라는 것이다. 읽는 당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콘텐츠(글, 사진 등)가 있는지의 여부만 체크하면 된다. 과거처럼 '댓글'이나 '좋아요'로 독자충성도를 측정하던 시대는 지났다. 구매력이 높은 팬덤의 유무는 실제 오프라인 외부 행사의 동원력(독자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만나려고 하는 사람인가)이 더 정확하다. 인플루언서가 어떤 대외 활동을 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어떻게 사용하는 지를 잘 살펴보는 게 좋다.
2. Let them create their own - 콘텐츠는 그들에게 맡겨라
이날 토론에는 5개국의 여행 블로거, 유튜버, 팟캐스터 등 각기 다른 미디어 운영자가 참여했는데, 그들이 입을 모아 하는 얘기는 '콘텐츠는 우리(전문가)에게 맡겨라'라는 것이다. 이것은 이 자리 뿐 아니라 유럽의 여행 컨퍼런스에서도 많은 업계인들이 한 목소리로 강조하는 점이었다. 짜여진 일정에 단체 참석하는 것도 모자라 가이드라인까지 주면서 콘텐츠 제작에 일일이 개입하는 한국에서는, 아직 멀고 먼 이야기이기도 하다.
블로거에게 자유를 주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글로벌 여행 캠페인에서 증명된 사실이기도 하다. 콘텐츠 메이커는 어떻게 만들어야 그들의 팬들이 좋아할 지를, 가장 잘 아는 이들이다. 반대로 '이런 광고성 영상이나 글을 올리면 독자가 안보겠지'라는 사실에 누구보다 민감하다. 좋은 콘텐츠는 '만드는 사람의 개성이 반영된' 콘텐츠이고, 독자는 가장 먼저 고유의 매력을 알아채고 모여든다. 나는 여행기자를 그만 둔 이후 10년간 여행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잡지같은 기성매체와 블로그는 독자와 소통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배웠다. 매체에서는 대상화된 여행지를 '소개'하는데 그치지만, 개인 매체에서는 나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또한 모든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자신만의 딜리버리 방식이 있다. 롱 라이팅 컨텐츠(책/블로그), 팟캐스트, 페이스북, 유튜브, 타임랩스 등, 해외에서는 각 콘텐츠에 따른 독자 타겟이 매우 세분화되어 있더라.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최고의 효과를 내고 싶다면, 자신의 비즈니스가 어떤 스타일의 콘텐츠와 잘 매칭되는지부터 연구해서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특히 예산이 많지 않은 소규모 업체(호텔/여행사)라면 더더욱 그렇다. 무턱대고 인스타가 유행이면 인스타 마케팅으로 쏠리고, 페북이 ROI가 잘 나온다고 하면 페북 광고비부터 쓰는 것보다는 해당되는 분야의 전문 인플루언서와 효율적으로 협업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올 초에 내가 핀란드 헬싱키 관광청과 함께 진행했던 글로벌 여행 캠페인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정말 좋은 사례였다. 헬싱키 시는 나에게 모든 제작 권한을 일임해 주었으며, 동시에 자유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빈틈없이 준비해 주었다. 한국에서는 절대로 경험할 수 없는, 자유와 책임이 완벽하게 공존하는(?) 콜라보레이션 사례여서 많은 부분에서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이 캠페인의 상세한 내용은 추후 지면을 따로 할애해 보기로.
참고로 캠페인 당시, 핀란드는 한국에 관광 홍보가 잘 안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이 부분은 나중에 핀란드 현지 관광청의 연례보고서를 읽고 알게 되었다) 현재 관광청의 한국어 채널도 없고, 핀에어의 sns채널을 제외하면 사실상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마케팅이 전무하다. 한국인 여행자가 해마다 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나를 섭외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이 캠페인을 함께 진행한 후 내가 자발적으로 제작한 롱 라이팅 콘텐츠(포스팅)는 무려 25건,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포스팅 역시 30회 이상 릴리즈 되어 10만 트래픽 이상을 유치했다. 또한 2017년에 전국의 백화점과 공공기관에서 진행한 수많은 여행강의 중에서, 오직 '핀란드 여행'을 주제로 한 강의도 10회 가까이 했다.
얼마 전에는 모 대기업 임원교육 중에, 이해관계가 없는 한 여행사 상품을 소개한 적이 있다. 최근 재미난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그 중 한 임원 내외가 8백만원 대의 럭셔리 여행상품을, 순전히 내 강의만 듣고 예약하셨단다. 문제는 정작 그 여행사는 인플루언싱의 주체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 (협업할 여행사는 언제든 연락을!ㅎ)
그나저나 1,2번만 썼는데 스크롤의 압박이 밀려오니 이를 어쩐다;; 아직 할 이야기가 많지만, 다음 편은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이들, 작은 회사(독립 호텔 브랜드, 여행사 등)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풀어 보기로.
관련 글 더 읽기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 여행법'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여행 전문가. 매년 60일 이상 전 세계 호텔을 여행하고 한국 시장에 알립니다. 또한 한국인의 해외 자유여행 트렌드를 분석하고 강연합니다.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