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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Jul 16. 2020

언택트 사회는 호텔업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중국의 스마트 호텔, 연내 150개까지 늘린다

팟캐스트 '김다영의 똑똑한 여행 트렌드' 오늘자 방송에, 중국의 한 스마트 호텔 체인을 간단히 소개했다. (7월 16일 자 방송 바로 가기) 그런데 방송 후 영 찜찜한 마음이 들어 자세히 알아보니, 이러한 호텔의 확장세가 가져올 변화가 심상치 않을 듯하다. 국내에 전혀 보도가 되지 않은 내용이라, 기록 차원에서 정리해 놓는다.


물론 스마트 호텔, 그렇게 낯선 개념은 아니다. 국내에도 이미 여러 호텔들이 무인 체크인(스마트 키오스크)이나 객실의 Iot 시스템을 도입하여 스마트한 호텔로 마케팅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가 항저우에 2018년 문을 연 플라이주(Flyzoo) 호텔이 인공지능과 로봇을 도입한 스마트 호텔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미 플라이주 호텔이 탄생하기 전에 무인 스마트 호텔을 체인화한 회사가 있다. 2016년 설립된 LYZ(乐易住, leyeju)라고 불리는 회사다. 이 회사의 창업자는 호텔리어나 여행업계 출신이 아니라 IT 출신, 그 중에서도 사물인터넷 전문가다. 창립자 겸 회장 인 장 지안(Zhang Jian)은 IoT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으며 공동 설립자 인 루오 바오(Luo Biao) 역시 IoT 및 빅데이터 연구원이다.




출처: 乐易住 웹사이트. smartlyz.com


트립닷컴에서 선전의 체인 한 곳을 검색해 봤다. 3만 원 대의 객실인데, 상당히 합리적인 비즈니스 호텔 스펙을 갖추고 있었다. 후기들을 찬찬히 훑어보니, 외국인에게 무인 체크인이 다소 어렵고 호텔이 입주한 건물이 매우 오래되었다는 것만 빼면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물론 코로나 이전의 투숙 후기가 대부분이지만, 비대면의 시대에 무인 체크인과 무인 객실 서비스는 오히려 빠르게 확장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LYZ의 확장 속도는 무섭다.  2017 년 10 월 청두에 첫 번째 호텔을 연 이후 선전, 광저우, 항저우에 총 9개의 체인이 있으며 2020년 7월 현재 21개의 호텔이 추가로 문을 열 준비 중이다. 게다가 2020년 내에 100~150개의 중국 내 체인을 여는 게 목표라고 한다. 아무리 중국이 큰 시장이라고 한들, 아무리 코로나 이후 비대면이 대세가 되었다고 한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체인을 확장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선전의 LYZ 호텔 로비.


스마트 호텔은 부동산업이 아닌 '데이터 산업' 

이들은 기존의 낡은 건물에 객실만 리모델링하고 로비 공간을 대폭 축소시키는 방식으로 건축 비용을 최소화한다. 모든 객실의 물과 전기는 자동 제어 솔루션이 관리한다. 고객이 체크아웃하면 자동으로 물과 전기가 꺼지고, 객실 클리닝은 디디 드라이버와 같은 외주화 시스템을 사용해 운영비를 60% 정도 절감한다. 호텔은 데이터를 모으는 거대한 공간의 역할을 한다. 자체 어플과 호텔 객실 등에서 고객의 이용 패턴을 수집해 각종 서비스와 상품을 개인화 추천으로 판매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체인 수를 늘리는데 집중한다. 이들의 IoT 솔루션을 이용하는 투숙객이 크게 늘어나야, 데이터가 정교해진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뭘까? 놀랍게도, 객실가를 제로(0)에 가깝게 낮추는 것이다. 그 시점에는 기존의 호텔업계가 갖고 있던 모든 상식이 바뀔 것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이 대목에서 약간 서늘한 기분마저 들었다. 실제로 이들은 18~40세의 SNS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KOL(중국의 인플루언서)들을 모집해 '경험 책임자(experience officer)'라는 칭호를 붙여주며 무료 숙박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준다. 한국 호텔에서 간헐적으로 소셜미디어 마케팅을 하는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이것은 상시 운영하는 정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은 생활 데이터를 거의 제한 없이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호텔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든다. 고객의 데이터를 민감하게 취급하는 한국이나 서구 사회에서 이와 유사한 비즈니스는 당분간은 어려운 일이지도 모른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전통적인 호텔 산업은 수익성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저가 가격대의 비즈니스 호텔은 '레저/여행'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한 콘텐츠가 부족하다. 단순히 '객실 + 부대시설'로만 경쟁을 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호텔과 경쟁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닥쳐온 비대면 중심의 사회에서, 호텔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차가운 키오스크와 인공지능 서비스가 해줄 수 '없는' 서비스에 이전보다 훨씬 더 집중해야 할 시대가, 지금 코앞에 닥쳐오는 중이다.








김다영 | nonie 강사 소개 홈페이지 

- 책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저자

- 현 여행 교육 회사 '히치하이커' 대표

- 한국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 100여개 기업 출강, 2019년 Best Teaching Award 수상


지난 1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여행산업의 변화를 여행으로 직접 탐구하고, 가장 나다운 직업을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기업 임직원의 스마트한 여행을 책임지는 강사로, 여행업계에서는 호텔 칼럼니스트와 여행 트렌드 분석가로 일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일을 좀더 '나답게' 찾아가는 과정을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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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noni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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