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다영 nonie Dec 15. 2020

나다운 일 만들기, 뭐부터 시작해야 할까?

  콘텐츠 비즈니스에 대한 몇 가지 Q&A

어느덧 직장을 벗어난 지 7년이 흘렀다. 업의 독립 초반에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구구절절 설명하는 시간이 길었다. 요즘은 비로소 내가 하는 일이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사람이 되었다고 종종 느낀다. 이것은 직업적으로 '내가 해결해줄 수 있는 당신의 문제'가 좀 더 명확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행의 미래>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판과 사이즈를 키운 책이다. 이전까지는 그 판이 일반 소비자였다면, 이제는 산업 종사자를 아우른다. 이렇게 문제의 사이즈를 점점 더 키우자, 내 업의 범위도 조금씩 커졌다. 그렇게 여행에서 여행산업 전반으로 업의 역할이 확장되면서, 엄혹했던 한 해에도 직업적으로 큰 성장과 도약이 있었다. 지난 7년간 업을 디자인하는 과정을 틈틈이 기록해둔 것을 모아, 브런치북으로 묶었다.



마침, 일을 둘러싼 새로운 담론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불과 작년까지도 워라밸을 외치던 MZ 세대의 화두는 어느새 'N잡러'를 지나 '일잘러'까지 왔다. 우리가 잘하고 싶은 그 일은, 아마도 회사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이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업을 정의하고 만들어야 하는 사회적 환경이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너무 늦기 전에 나다운 일을 디자인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과 관련해서 자주 질문을 받는 몇 가지를 셀프 Q&A로 소개해볼까 한다.



Q. 일해서 '나' 주는 일 합니다, 이게 무슨 뜻인가? 

시스템에서 나와서 스스로 직업을 만들고 키워가는 프로세스는 다양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시작이 어렵다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7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내 판을 어떻게 짜야하고 타깃 소비자는 누구고 어떤 일로 돈을 벌어야 할지 막막했다. 이때 가장 먼저 정해야 할 방향은, 내가 어떻게 일하고 싶은지부터 정의하는 것이다. 


사회에서는 독립적으로 일하는 개인을 모조리 '프리랜서'로 규정하지만, 프리랜서와 1인 기업은 업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이 여러 면에서 다르다. 나는 외부의 요구에 맞춰 무언가를 생산하는 외주 형태의 업은 원하지 않았다.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내 브랜드를 만들고 확장하는 1인 기업의 구조를 설정했다. 일해서 '나' 주는 일이란, 단가로 측정되는 일이 아니라 하면 할 수록 개인의 가치가 높아지는 일을 의미한다. 지식 콘텐츠 분야에서 이런 일을 만들어 나가다 보니, 특정 소속이나 플랫폼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고 대체가 쉽지 않다는 큰 장점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이러한 일은 해당 분야에서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사고하는 힘, 이를 뒷받침할 지식경험이 모두 필요하다. 그렇다고 이 모두를 다 쌓은 후 업을 만든 것이 아니라, 작은 일부터 실행하면서 업을 진화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특히 경험 면에서는, 초보 시절에는 아주 작은 금액이어도 '경력'이 되는 일이라면 최대한 수락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높은 보상을 주는 일이, 경력 면에서도 커다란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나의 출강이나 컨설팅 비용은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보다 10배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일을 택하는 기준은 똑같다. '이 일이 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가?'다. (사고력, 지식 쌓는 법은 따로 다뤄볼 예정이다) 

  



Q. 하지만 콘텐츠 비즈니스도 다분히 노동집약적인 분야다. 결국 플랫폼(사업) 화 되지 않으면 개인이 일을 확장하는 데는 규모에 한계가 있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맞다. 나도 그 지점을 늘 고민한다. 강의라는 일은 확장성에 큰 한계가 있다. 일이 적은 초보 시절과 달리, 자리를 잡고 나면 몸이 두세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빠진다. 일이 겹쳐 포기하다 보면, 수익성은 낮아진다. 다른 강사 분들 보면, 이런 시점에서 선택을 한다. 하나는 보조 강사를 육성해 파견하는, 사업의 확장이다. 다른 하나는 확장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고 스스로 정한 규모 내에서 일하는 방식이다. 현재 내가 유지하는 방식은 후자다. 법인이 아니어서 큰 규모의 일(프로그램 단위의 워크숍이나 교육 사업)은 맡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혼자 일하는 방식은 불황에 강하다는 것을, 올 한 해를 보내며 깨달았다. 1인 기업은 불황과 호황에 맞추어 자신의 사업 방향을 맞추고 바꿀 수 있다. 이제는 위기(재난) 상황 vs. 비 위기 상황에서 각각 매출을 낼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한다. 1인 기업은 이런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실행하기에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 




Q.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의 업을 디자인하는 것이 가능한지?

나 역시 회사 생활을 할 때부터 조금씩 준비했다. 10여 년 전과 비교했을 때, 지금은 훨씬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고용 상태가 불안정하고, 나의 일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게다가 MZ 세대는 긴 평균 수명을 가진 세대다. 조금 더 빨리 자기를 꼭 닮은 일을 발견할수록,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버는 삶을 오래 가져갈 수 있다.


특히, 콘텐츠 비즈니스는 키워드를 선점하는 자의 것이다. 그 이후로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낸다 해도 후발주자일 뿐이다.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다. 책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가 잘 되고 나서, '저도 이런 책 내고 싶다는 생각 했는데!', '나도 호텔 진짜 많이 다니는데!'같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 내 책 이후 호텔을 다룬 도서 출간도 늘어났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업계에서 나와 비슷한 수준의 교육이나 강연을 하는 사람조차 없다. 빠른 실행도 비즈니스의 영역이다. 


Q. 뭐부터 준비해야 하나?

자신이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객관적으로 인식해야,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구축하고 실행할 수 있다. 방향성이 없는 챌린지, 예를 들어 독서, 공부, 아침형 인간 되기 등 그냥 성실하기만 한 습관은 내 것으로 만들기가 어려운 이유다.



자기 인식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이 두 가지 방법은 내가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혹은 없는지) 구체적인 사회의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다. 


첫 번째 방법은 관심 분야에서 열리는 외부 기회에 부딪혀보는 것이다. 여행 쪽에서는 공모전이나 창업 지원 사업 등이 그 예다. 두 번째 방법은 스스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공개적으로 실행해보는 것이다. 이는 요새 유행하는 사이드 프로젝트, N잡과는 조금 다르다. 돈을 벌기 위한 부업보다는, 내가 모르는 나의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는 일이면 돈이 안되더라도 해보는 게 좋다. 가급적 전 과정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두 공개해야만 피드백 효과가 있다. 명확한 피드백을 받을수록 명확한 동기부여가 생긴다. 나의 경우 '전 세계 호텔 여행'도 직장인 시절부터 조금씩 시작해 5년간 블로그에 연재했던, 셀프 프로젝트의 하나였다.


결국 나 다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과 꿈을 반영한 프로젝트를 자신의 온 삶에 걸쳐 끊임없이 세상에 풀어가며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내년에는 개인이 가진 잠재력을 일상에서 이끌어내어 새로운 업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책과 교육 과정으로 잘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함께 하실 출판사도 찾고 있습니다!) 

또한 내게도 새로운 셀프 프로젝트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코로나 때문에 이루지 못했거나, 여전히 멀고 불가능해 보이는 꿈이 몇 가지 있다. 나의 콘텐츠가 반영된 공간을 갖는 것, 해외 컨퍼런스에서 강연하는 것, 혁신적인 업계 회사들과 함께 이전에 없던 여행 & 교육 상품을 론칭하는 것 등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많다. 12월은 셀프-프로젝트 하나씩 만들고 이에 필요한 투두 리스트를 구체적으로 짜보기에, 참 좋은 시기다. 




김다영 | nonie 강사 소개 홈페이지 

- 책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저자

- 현 여행 교육 회사 '히치하이커' 대표

- 한국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 100여개 기업 출강, 2019년 Best Teaching Award 수상


지난 1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여행산업의 변화를 여행으로 직접 탐구하고, 가장 나다운 직업을 만들었다. 일반 기업에서는 임직원의 스마트한 여행을 책임지는 강사로, 여행업계에서는 산업 칼럼니스트와 트렌드 분석가로 일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일을 '나답게' 찾아가는 과정을 돕고 싶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nonie21 

무료 뉴스레터 (팝업창)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 콘텐츠, 커리어를 독서모임으로 풀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