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를 바꾸는 여행의 기술' 모임 호스트 후기
결론적으로 최고의 콜라보, 독서토론과 강의
지난 6월부터 2달간, '경험을 콘텐츠로 바꾸는 인사이트(원제: 커리어를 바꾸는 여행의 기술)' 독서모임 & 강의 프로그램을 연남동의 한 모임 공간에서 진행했다. 첫 번째 모임을 마치고, 경험을 콘텐츠로, 그리고 업으로 바꾼 이들의 비밀을 쓰기도 했다.
내가 다루는 '여행'이라는 경험 분야, 주관적 경험을 팔리는 상품으로 가공한 '콘텐츠', 콘텐츠가 빌드업되어 만들어진 '커리어'의 상관관계를 과연 독서모임이라는 형태로 풀 수 있을까? 모임 개설 제안을 받고 나서도 한참을 반신반의하면서 고민을 거듭했다. 취향을 브랜드로, 취미를 직업으로 만드는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없는 새로운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했다.
경험을 왜 유의미한 콘텐츠로 만들어야 하는가? 왜 어떤 경험은 콘텐츠가 되고, 어떤 경험은 되지 못하는가? 팔리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경험의 맥락도 특별한가? 아니, 거창한 질문이 아니어도 그저 '모두가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싶어 하는데, 그걸 찾은 사람들은 어떻게 찾은 걸까?'라는 질문은 누구나 품고 있다.
-경험을 콘텐츠로, 그리고 업으로 바꾼 이들의 비밀 중에서
운 좋게도 나는 세 키워드를 엮어 업을 구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혼자만의 사례로는 '뭔가 특별한 상황이었거나 운이 따랐겠지, 예외적인 케이스야'라는 인식이 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여행을 스스로에게 투자해서 길을 찾은 이들'의 책을 토론 주제로 선정했다. 여기에, 모임에 참여한 분들만 얻어갈 수 있는 '프리미엄 콘텐츠'가 있어야 하니, 그동안 간직해 왔던 흥미로운 사례와 추가 책 목록을 강의로 구성했다.
이렇게 강의와 독서토론을 50:50 비율로 진행해보니, 각자에게 유용했던 책과 사례, 콘텐츠가 공유되면서 새로운 교류의 장이 펼쳐졌다. 호스트인 나에게는 멤버의 만족도가 가장 중요한 척도인데, 이 정도면 정규 프로그램으로 운영해도 될 만큼 반응이 좋았다.
마침, 위기를 맞은 여행업계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도모하는 이들이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킹 모임을 구상하고 있어서, 지난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얻은 노하우와 효용에 대해 까먹기 전에 간단히 정리해 두려고 한다.
1회 차.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여행을 제대로 읽는 기술
나의 저서 <여행의 미래>와 함께, 지금 시점에서 코로나 이후의 여행을 어떤 시각으로 읽어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를 함께 이야기해 보았다.
지금은 여행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행 자체는 인류가 존속하는 한 어떤 식으로든 계속될 것이다. 그래서 코로나 시대 너머를 바라보고 준비하려면, 상상력을 발휘하고 이를 교류할 장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마침 이번 모임에는 업계 종사자와 비종사자 비율이 5:5 정도여서 서로 다른 관점을 나눌 수 있었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한국 지사에서 투어를 기획하던 분이 제시한 "공공적 관점의 투어는 왜 안 팔리는가?", 또는 "국내 여행이 해외여행만큼의 인사이트 여행이 가능할까?"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특히 나는 '국내 여행도 내게 질문을 던지는 여행이 될 수 있을까?'에 항상 물음표가 있었다. 그런데 "해외에서 쌓은 인풋을 국내에서 아웃풋으로 뽑아낼 시점이며, 해외가 꼭 정답은 아니다"라는 멤버 분의 말씀에 잠시 말을 잊었다. 여행의 다양한 미래를 논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었다.
2회 차.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여행의 기술
여행을 통해 취미를 강점으로 만드는 과정을, 책 <나의 문구 여행기>와 나의 저서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외 몇 권의 다른 책과 함께 살펴봤다.
'좋아하는 것을 어디까지 좋아하는지 실험해보자'라는 화두는 밀레니얼의 여행 목적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렇게 삶의 태도와 취향을 바탕으로 여행을 기획하는 주체적인 여행자가 늘어난다면, 기존의 여행사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따라서 여행업계 종사자라면 더욱 주목해야 하는 여행의 변화다.
물론, 멤버들 중에는 문구 여행기처럼 특정 테마에 집중한 여행에 그다지 공감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행의 목적과 방향은 모두가 다 다르기 마련이다. 멤버들도 '자신의 다양한 자아와 취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 세상에서는 꼭 단일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고 애쓰기보다는 여러 분야의 경험을 '조합'하는 것이 좀 더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일 수 있다. 이어서 각자가 만들고 싶은 여행이나 미니 투어, 모임을 하나씩 디자인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당장 상품화해도 될 만큼 흥미진진한 투어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3회 차. 경제와 투자의 시야를 키워주는 여행의 기술
전체 커리큘럼에서 가장 걱정했던 모임이 3주 차였다. 이 주제가 지금 가장 핫하고 관심이 높은 키워드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경제학 전공자인 나조차도 이런 관점만으로 여행을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짐 로저스의 스트리트 스마트> 역시 넘사벽 케이스여서, 자칫 세계적인 투자가의 특별한 여행법이라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지 걱정이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의외로 이 모임이 가장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다.
책 외에 강의로 준비했던, 세계일주를 성공적인 창업으로 연결한 국내 기업가의 사례가 가장 반응이 좋았다. 강의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각을 구조화하는 계획서 작성법,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 여행을 기획하는 법을 소개했다. 역시 투자적 시각으로 경험을 기획하려면 기본적으로 세계사, 인문, 경제 공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던 시간이다. 이 모임은 별도로 빌드업해서 좀 더 재밌게 구성해볼까 한다.
4회 차.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관찰하는 여행의 기술
여행에서 발견한 인사이트를 콘텐츠로 바꾸는 기술이란 무엇일까? 대부분 여행지에서 발견한 새로운 물건이나 멋진 숍, 카페를 사진과 영상으로 열심히 찍어두지만, 거기서 끝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그 기록에서 빛나는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이를 팔리는 콘텐츠로 내어 놓는다. 그 한 끝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콘텐츠를 위한 여행은 어떻게 기획해야 하는지, 팔리는 콘텐츠란 무엇이고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기는 내가 가장 자신 있게 강의할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최근 이 주제는 개인을 넘어 관광업계에도 필요한 교육이 되어서, '매력적인 (여행상품) 콘텐츠 작성법'이라는 주제로 여러 곳에서 강의하고 있다. 하지만 내 관점 외에도, 세밀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생각노트 님의 책과 그 외 다른 책들도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좋은 주제가 되었다.
내가 이 모임을 운영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모임도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기록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나의 강의 내용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모임의 결과를 기록해 둔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지 않는다면, 10~11월 모임의 주제는 '호텔로 보는 라이프스타일의 미래'로 넘어갈 예정이다.
김다영 | nonie 강사 소개 홈페이지
- 책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저자
- 현 여행 교육 회사 '히치하이커' 대표
- 한국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 100여개 기업 출강, 2019년 Best Teaching Award 수상
지난 1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여행산업의 변화를 여행으로 직접 탐구하고, 가장 나다운 직업을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기업 임직원의 스마트한 여행을 책임지는 강사로, 여행업계에서는 호텔 칼럼니스트와 여행 트렌드 분석가로 일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일을 좀더 '나답게' 찾아가는 과정을 돕고 싶다.
인스타그램 @noni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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