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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May 05. 2021

나다운 일 만들기, 먼저 마음의 힘이 필요하다

Q. 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처음 직장 그만두고 독립하실 때, 두렵지는 않으셨어요?"

"처음 일을 할 때 불안정한 수입 때문에 걱정되지는 않으셨어요?"

"세상에 없는 직업을 만드는 원동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신 거에요?"


요즘 부쩍 '처음'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아마도 새로운 '처음'을 준비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 뒤늦게 깨달은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의지를 잃고 무기력해지는 이유

직장에 다닐 때는 알지 못했던 삶의 만족을 얻은 계기를 돌아보면, 가장 좋아하는 일을 온전한 직업으로 만든 후부터다. '일을 왜 해야 하는가?'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할 필요가 없는 삶은, 그 이전과는 아예 차원이 다른 삶이다. 지난 몇 년간, 일이 아닌 놀이처럼 참 신나게 돈벌며 전 세계 곳곳에서 일했던 것 같다. 혼자만 이 재미를 알기엔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시작한 게 코칭이었다. 하와이 출장 중에 떠오른 아이디어로 2017년부터 이어온 여행 커리어 코칭은, 일반적인 '진로 설계'의 정 반대편에 있었다. 세상이 강요하는 진로 바깥의 세상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일과 환경을 찾게끔 돕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여러 코칭과 여행의 미래 스쿨을 진행하면서 미처 놓친, 뒤늦게 깨달은 것이 있다.


내 교육 과정이나 코칭은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이미 가진 이들에게만 최적화된 콘텐츠였다. 자신의 시간과 돈을 써가며 내 강의를 찾는 분들은 큰 의지와 열정을 가진 분이 많고, 실제로도 그 이상의 것을 얻어가신다. 문제는, 그런 의지가 남아있지 않거나 무기력해진 이들에겐, 어떤 좋은 교육도 가닿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코로나 이후 여행 분야에 종사하던 분들 중에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을 할 수 없게 된 분들이 많다. 무기력은 이런 지점에서 찾아온다. 내가  삶을 통제할  없는 상태가  , 삶이 더이상  스스로의 동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말이다.


정작 내 도움이 필요한 분들은 오히려 이 쪽에 계신 분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모집 중이던 여행의 미래 온라인 스쿨은 더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온라인보다 대면 교육 신청율이 높은 이유 또한, 단순한 정보 전달보다 동기 부여를 바라는 니즈가 더 높아 보인다.)


그 다음의 고민이 시작됐다. 어떻게 해야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하면서 새로운 시작을 독려하고 도울 수 있을까?



마음의 힘을 회복하는 과정이 먼저 필요하다

그러다 우연히 무업 상태의 백수들이 모여 시작했다는 '니트 컴퍼니'의 영상을 접했다. 직장 내 인간 관계로 인해 우울증을 앓다가 직장을 그만둔 분도 있고, 부당한 해고를 당한 분도 있고, 자소서 탈락만 수백 회에 달하는 분도 있다. 당장 무엇을 해야 할 지 알 수 없을 때, 단지 모여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이 된다는 것에 착안해 '회사 놀이'를 하는 단체가 니트 컴퍼니였다.


이 모임에 참여했던 분이 최근 재미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가상의 섬 '모라도'에서 부캐로 입주민이 되어 습관을 인증하는 카카오 프로젝트 100 중 하나였다. 이걸 보면서 무릎을 탁 쳤다. 여행 분야에서도 커리어나 트렌드 교육을 하기 이전에, 마음의 힘을 함께 회복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사실 이건 코로나 이후 우리 모두에게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강사로서의 나를 실제로 만난 이들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열정', '활기 넘치는' '에너제틱' 등의 수식어를 많이 붙여주시지만(며칠 전 인재개발원 담당자 님의 "어머 강사님 목소리 세상에..발성부터가 다르네요" 아 예.. ) 직장인 시절에도 이랬냐고? .  반대였다.


성격은 원래 외향적이긴 하지만, 젊고 진취적인 스타트업 시절의 블로그 일기만 봐도 감정 기복과 무기력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타고난 외향/내향성과는 관계없이 사회에서의  포지션과 내가 바라는  모습이 다를 , 내키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해야 할 때 사람이 얼만큼 무기력해질 수 있는지 수 년간 경험했다. 그 때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되찾은 계기를 돌이켜봤다.



시작을 돕는 방법을 고민하며

시작은 우습게도, 그 감정 기복과 무기력을 글로 적는 습관을 만들면서다. 하기 싫은 것들을 적다보니, 하고 싶은 것도 떠올랐다. 여행 기자로 일을 시작했지만 오랫동안 IT업계에 있으면서 잊고 있던 자유로운 일과 여행에 대한 갈망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다 블로그 테마를 아예 여행으로 바꿨고(원래는 음악이었다), 퇴사 후 여유 시간동안 많은 곳을 다녔다. 그 모든 인풋을 다시 글에 쏟기를 반복했다.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던 서른 즈음의 불안한 나를 구한 힘은 결국 습관이었다.


그러나 습관 또한, 시작은 어렵다. 요새 챌린지가 유행하는 이유 역시 습관을 만드는 과정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무작정 '뭐라도' 시작만 반복하기 보다는, 무엇을 습관으로 만들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플랫폼 경제 기반의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수많은 일자리를 없앨 수 밖에 없고, 여행업계 역시 그 중 하나다. 이런 환경에서 어떤 시작을 준비해야 할지, 너무 큰 무력감이 느껴질 때는 혼자서만 고민하기 보다는 함께 방향 설정을 도와가면서 나아가면 좋을 것 같다.


물론 현재도 1:1 코칭 프로그램은 운영하지만, 직접 만나서 하는 코칭은 이미 의지를 가졌으나 방향을 잡고 싶은 분들의 프로그램이다. 6월부터는 '나다운 삶과 일을 만듭니다' 코너를 채널톡(카카오) 기반의 느슨한 커뮤니티로 전환하여, 최소의 비용으로 두루 참여할 수 있도록 오픈할 예정이다. 첫 번째 함께 할 프로젝트는 '나 데이터 쌓기'로 예정하고 있다. 코칭을 해보면 이 부분에 취약한 분들이 많아서, 함께 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 전까지 '처음'과 '시작'에 대한 고민이 있는 분들은, 익명으로 고민을 남겨주시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코칭을 받기엔 너무 비용이 부담스럽거나, 20대 사회 초년생 분들의 진로나 사회 진출, 직업 설정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비밀방에 남겨주시길. 딱딱한 강사 웹사이트보다는 비밀방에 편안하게 사연을 올려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당분간 비밀방은 유지해 두려고 한다. 남겨주신 고민은 저에게만 보이니 걱정 마시길 :). 히치하이커 비밀방 바로 가기 (구글폼)





김다영 | nonie 강사 소개 홈페이지 

- 책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저자

- 현 여행 교육 회사 '히치하이커' 대표

- 한국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 100여개 기업 출강, 2019년 Best Teaching Award 수상


지난 1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여행산업의 변화를 여행으로 직접 탐구하고, 가장 나다운 직업을 만들었다. 일반 기업에서는 임직원의 스마트한 여행을 책임지는 강사로, 여행업계에서는 산업 칼럼니스트와 트렌드 분석가로 일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일을 '나답게' 찾아가는 과정을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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