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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Jun 04. 2021

MZ세대, 호텔에서 '머무르는 경험'으로 옮겨간 이유

특급 호텔 문닫는 한국 vs. 로컬 호텔 문여는 일본

전 세계 호텔을 여행한 4~5년의 시간이 있었다. 각국에서 다양한 환대를 거치며 쌓은 경험이 지금의 업력에 엄청난 도움이 된 것은 물론이고, 여행산업 전체로 시야를 넓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지금도 여러 호텔의 임직원 교육을 하고 있으며, 꾸준히 호텔산업의 동향을 방송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사실 지금도 호텔 강의 준비하다 딴짓 중)


하지만 국내 호텔은 변화와 혁신이 멈춘 지가 너무나 오래되었다고, 늘 느껴왔다. 최근 들려오는 소식 또한 밝지 않다. 여러 곳의 유명 특급 호텔이 차례로 매각되면서, 완전히 호텔 타이틀을 떼고 있다.



포스트-호캉스와 독채 렌탈의 시대,

호텔의 불분명한 역할

해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호텔의 매출 중 식음료와 연회 비중이 객실보다 높아진 지는 꽤 됐다. F&B 포함한 부대시설과 단체(웨딩, 연회, 회의) 수입은 객실 수업(30%)의 두 배인 60%라는 기사가 나온게 2013년 경이다. 특급 호텔 운영 현황 통계를 찾아봤는데, 그 이후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이러한 쏠림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단체 수요에 기대어 왔다는 것은 변화를 꾀하기 힘들 뿐 아니라, 국내 (개별) 여행자의 니즈에도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는 구조임을 의미한다. 이는 코로나 이후 강력한 매출 타격으로 돌아왔다.


'호캉스(호텔+바캉스)'라는 단어의 출현부터가, 호텔의 위기를 총체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호캉스는 호텔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라는 뉘앙스를 럭셔리하고 편리한 휴식으로 포장한 단어다. 이는 편의가 필요한 소비자(아이 동반 가족 등)에게 효과적인 마케팅 프레임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풀빌라 등의 독채형 숙소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머무르는 것 자체가 해당 지역을 경험하게 해주는 숙소는 국내에서 계속 탄생하고 있다. 따라서 호텔이 역할을 잃어버린 본질적인 이유는 코로나가 아니라 '경험 소비'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본다. 개별 여행의 패턴 속에서, 호텔이 수행하는 역할이 축소되거나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와야만 하는 이유를, 반드시 만들어낸다

일본 로컬 호텔의 핵심, 경험

지난 몇 년간 여행 트렌드를 취재하며 꾸준히 팔로우업하고 있는 국가 중, 중국과 일본 현지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매우 유심히 체크하고 있다. 중국은 주로 첨단 기술과의 접점에서 진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 이야기는 계속 다루기로 하고, 일본은 숙소가 제공하는 '콘텐츠'의 변화가 크게 일어나고 있다.


내가 바라보는 이유는 두 가지다.

- MZ 세대의 삶과 일이 지역(지방) 거점화로 퍼져나가고 있다.

- 그 결과 호텔업에 베이스를 두지 않은 라이프스타일(의식주) 전문가들이 호텔에 뛰어들면서, 지역 경험의 본질을 이해한 숙소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두 현상을 동시에 반영한 좋은 사례로, 오카야마의 '데님 호스텔 플로트'라는 곳이 있다.



출처 : 데님 호스텔, 오카야마 (부킹닷컴)


청바지 회사가 숙소를 만든 이유

데님 호스텔은 2021 여행의 미래 스쿨에서 처음 소개했는데, 수업에서는 "청바지 회사가 만든 로컬 숙소" 정도로 다루었다. 하지만 사람은 역시 공부를 해야 하는게, 데님 호스텔이 탄생한 맥락은 따로 있었다.


현대 일본의 사회 경제적 변화를 '패션산업'의 관점에서 풀어낸 책 <아메토라>에는 오카야마가 등장한다. 일본이 미국의 영향을 받아 자체 데님을 생산하면서 번성했다가, 90년대 이후 제조업 침체와 함께 쇠락의 길을 걸었던 도시 중 하나다. 이 대목을 읽고 나서야, 왜 이 호스텔이 탄생했는지 머릿 속 퍼즐이 맞춰졌다.


오카야마에서 'Every Denim'을 창업한 두 형제는, 이곳에 와야 할 이유를 숙소에 구현해 냈다. 숙소에서 신는 슬리퍼부터 가운까지, 곳곳에 그들의 데님이 자연스레 녹아있다. 푸른 바다와 데님 블루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풍경 + 오카야마가 가진 일본 데님의 역사는 '꼭 경험해야 할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도시에서 이주하거나 고향으로 돌아온 젊은 세대가 지역 곳곳에서 만드는 호텔은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 여러 업종(식당, 카페, 숙소)이 느슨하게 연합하여 지역 경제를 리드하고 있다. 지금 일본에는 지역마다 데님 호스텔같은 포지션과 혁신성을 가진 로컬 숙소가 생기고 있다고 봐도 된다.(가봐야 할 데가 너무 많다)


일본의 주류 호텔산업이 혁신적인 호텔 사업자에게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커다란 변화를 추구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미 그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2020, 2021, 2022년에도 신규 오픈 소식이 있는 호시노 리조트.



"코로나 때문에 호텔 망한다"는 분석이

너무 게으른 이유

코로나 '때문에' 호텔이 망한다는 기사를 보면, 이런 의문이 든다. 일본과 아시아에 무려 40개의 체인을 가진 호시노 리조트는 왜, 코로나 이후에도 영업 악화나 폐점 소식은 커녕 일본과 중국에 추가 지점을 오픈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걸까?


코로나 이전에 호시노 리조트의 한국 담당자와의 미팅에서 들었던 가장 충격적이었던 얘기가 있다.

"저희는 패키지, 여행사 단체 고객은 거의 받지 않습니다. 외국인도 개별 고객만 타겟으로 합니다"


개별 여행자에게 눈높이를 맞추는 전략은 절대로 쉽지 않다. 객실과 부대시설에 요구하는 서비스의 수준이 단체와는 아예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략은 1.한국인이라는 엄청난 시장이 날아간 노재팬 운동, 2.코로나 19라는 관광업계 끝판왕 악재를 뚫고 나아가는 본질적인 강점이 되었다.


그러자, 일본에 진출해있던 거대 글로벌 체인 메리어트도, 전략을 수정할 때가 왔다는 걸 깨닫는다.

최근 메리어트 재팬의 큰 도전이 궁금하다면, 히치하이커 뉴스레터에서 더 읽어볼 수 있다.



P.S 브런치나 뉴스레터로는 소개 못하는 사례와 좋은 책이 너무 많이 쌓여서, 싹다 모아서 만든 2021 버전 호텔 독서모임, 사전 신청 오픈. :)







김다영 | nonie 강사 소개 홈페이지 

- 책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저자

- 현 여행 교육 회사 '히치하이커' 대표

- 한국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 100여개 기업 출강, 2019년 Best Teaching Award 수상


지난 1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여행산업의 변화를 여행으로 직접 탐구하고, 가장 나다운 직업을 만들었다. 일반 기업에서는 임직원의 스마트한 여행을 책임지는 강사로, 여행업계에서는 산업 칼럼니스트와 트렌드 분석가로 일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일을 '나답게' 찾아가는 과정을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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