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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Sep 27. 2016

호텔여행자는, 어떤 호텔을 선택할까?

나는 호텔에서 여행을 배운다

호텔이라는 테마로 오랫동안 여행을 하다보니, 언제나 관광지가 아닌 호텔이 있는 지역으로 모든 여정을 짜게 된다. 그런 여행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곳으로 나를 이끈다. 지금까지 거쳐온 1백여 곳의 호텔은 모두, 까다로운 나름의 기준으로 직접 고르고 골라 신중하게 선택한 호텔이다. 그래서 종종 사람들이 묻는 질문이 있다. 


어떤 기준으로 호텔을 고르세요?


호텔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위치(Location)'다. 그런데 여기서의 로케이션은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선택하는 그 '위치'와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 주요 관광지를 오가기 편리한 위치는, 내게는 큰 고려대상이 아니다. 

 

그 대신 "여기 한번 와보세요. 여기도 많은 게 있어요" 라고 말해주는, 나보다 더 능동적으로 여행을 리드하고 여행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는 호텔이 '아주 드물게' 있다. 물론 그런 호텔을 찾아내는 주관적인 감식안은 수많은 호텔을 거치면서 차차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다. 내 여행의 결을 좀더 섬세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호텔은 따로 있다는 걸,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되었다. 


 이 호텔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여행은 할 수 없었겠구나, 하는 호텔. 




얼마전 오프닝 행사로 다녀온 송산역의 한 호텔에 묵으면서, 이제 타이베이 여행의 지형도가 많이 바뀌겠다는 예상을 했다. 타이베이를 여행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101타워를 찾아가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고, 숙소는 멀리 시먼딩과 메인 스테이션 근처에 잡아둔다. 하지만 새로운 기차역인 송산역에 머물게 되니, 그동안 부담스럽게 느꼈던 당일 기차여행이 바로 가능해진다. 이 일대를 새롭게 해석한 호텔의 자체 맵에는 로컬 시각에서 소개하는 볼거리와 먹거리가 지천에 널렸다. 유일하게 부족한 건, 시간 뿐이다.  




101이 신기루처럼 펼쳐지는 창가에 걸터앉아 커피 한 잔을 내리고, 호텔에서 건네준 송산역 주변 맵을 천천히 훓어본다. 예전에 버스에 지하철타고 어렵게 찾았던 의류 도매시장 우펀푸, 시내 최대 규모의 라오허 야시장이 걸어서 지척이다. 지도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니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전통 펑리수 집도 있고, 야시장 깊숙히 숨어있는 우육면 집도 있다. 덕분에 맛집 탐방과 도자기 마을 기차여행으로 3박 4일을 빼곡히 채울 수 있었다. 


이러한 의미에서의 로케이션이 호텔을 평가할 때 중요하게 보는,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이다. 자신들이 속한 지역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관찰하며 좋은 여행 콘텐츠를 제공하는지를 살펴본다. 다시 말해 그 지역의 특색이 호텔에 녹아들어 있는지, 아니면 지역과 괴리되어 표준적인 서비스만 제공하는지를 본다. 위에 언급한 호텔 말고도 타이베이에는 지역과 밀착해 독자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호텔이 구석구석 숨어있다. 꼭 소형 호텔, 부티크 호텔만 이런 노력을 하는 건 아니다. 위에 언급한 호텔도 대형 체인의 브랜드 호텔이고, 특급 호텔 역시 자신들의 방식으로 관광에 '불리한' 로케이션을 오히려 강점으로 새롭게 부각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이번에 머물렀던 홍콩의 호텔은 그런 의미에서 완벽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진 않다. 남부 애버딘에서도 버스로 30분을 가야하는 오볼로 사우스사이드는 홍콩 초보자에겐 어려운 호텔이다. 지하철 말고 시내버스에 어느 정도 익숙하다면,  생소한 동네를 제대로 즐길 정보와 준비가 되어 있다면 도전해볼 만 하다. 


오볼로 호텔은 특히 대중교통 노선이 없는 남부 지역에 떨어져 있어서, 버스나 택시만 이용해야 한다. 그럼에도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투숙객이 눈에 띄었다. 나처럼, 오직 호텔을 보고 찾아온 전 세계의 여행자들이다. 관광지가 아닌 척박한 웡척항에서 꽃을 피운 한 디자인 호텔의 무모한 도전 덕분에, 최근 몇 년간 이 지역은 호텔 주변을 중심으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많은 갤러리들이 시내의 치솟는 땅값을 피해 이곳으로 이주해 왔다. 그 옆엔 하나둘 카페와 펍이 들어서고 있다. 곧 개통한다는 지하철역은, 공사가 아직 한창이다. 덕분에, 나는 홍콩의 남섬이 한창 발전 중인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홍콩에서 만난 현지인 호텔리어는 내게 얘기했다. 홍콩은 지루하다고. 변화가 없어 리피터가 없는 거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홍콩은 느리지만 크게, 변화하고 있다. 호텔산업은 그러한 도시의 변화와 흐름을 가장 먼저 감지하고 누구보다 발빠르게 움직인다. 그래서 새롭고 독특한 철학이 담긴 호텔을 따라다니는 나만의 여행방식은, 자동적으로 이 도시에 대한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를 동시에 획득할 수 있다. 외국인의 식견으로 미리 조사해놓은 피상적인 여행계획은, 좋은 호텔을 운좋게 만나면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진다. 호텔의 위치 만으로도 제 역할을 다하는 호텔도 있고, 친절하게 직접 로컬 여행정보를 제공하는 호텔도 있고, 고퀄리티의 컨시어지를 두고 1:1 맞춤으로 숨겨진 정보를 제공하는 호텔도 있기 때문이다.   


단지 '잠만 자는' 비싼 숙소가 아닌, 존재 자체로 도시와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호텔이 분명 모든 도시마다 숨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호텔은 지금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이런 호텔을 끊임없이 찾아내고 나만의 관점으로 경험해보는 일은, 내겐 인생을 건 숙제이자 흥미진진한 모험의 여정이다.  



호텔여행자 nonie가 지금까지 여행한 호텔이 궁금하다면?




Who is nonie?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과 공공기관, 직장인 아카데미에 여행영어 및 스마트 여행법 출강으로, 휴일도 없이 싸돌아 다닙니다. 호텔 컬럼니스트. 연간 60일 이상 세계 최고의 호텔을 여행하고, 함께 일도 합니다.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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