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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Mar 13. 2017

2017년, 호텔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2)

#럭셔리의새로운의미 #로컬프렌들리

호텔여행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올해의 호텔 트렌드에 관해 연재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1백 여 곳의 전 세계 호텔을 다니면서 관찰한 호텔의 변화, 그리고 2017년 1월 유럽에서 열린 여행업계 박람회에 참가해서 얻은 몇 가지 인사이트의 일부를 정리했다. 호텔 창업이나 유사한 공간을 기획하려는 분들께 작게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첫번째 연재는  '2017년, 호텔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1)'에서 볼 수 있다. 




2017 서울 호텔페어에서 만난 쇼룸. 대만 카오슝의 도시 이미지에서 모티브를 딴 객실 디자인. 


호텔이 추구하는 'Local-friendly'의 의미가 달라진다

대부분의 호텔이 '로컬' 친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대부분 현지산 어메니티를 도입하거나 산지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를 선보이는 등 마케팅적인 일부 요소에만 이용할 뿐이다. 호텔업계가 현지화를 흉내낸 관습적인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사이, 소비자는 서서히 에어비앤비로 이동해 왔다. 이 현상의 핵심은 우리가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주된 경험에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나의 10년차 여행블로그의 검색 유입 키워드를 분석해봐도, 2017년 가장 핫한 키워드는 단연 '현지' '로컬' 연관 토픽이 압도적이다. FIT 여행자는 현지 문화와 괴리되는 여행을 점점 더 기피하며, 이는 각종 국내 트렌드 조사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다. ("한국인, 현지체험형 여행을 가장 선호" - 2016 아태지역 여행 소비 트렌드 조사) 자연히 숙박도 현지인의 거주지와 유사한 곳에서 여행하기를 원한다. 전 세계 여행자들은 지난 3~4년간 에어비앤비를 통해 로컬 숙박을 학습해 왔다. 이를 통해 호텔에 비해 좋은 점도 있지만 불편하거나 위험한 점도 많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달아 왔다. 


호텔은 이제라도 에어비앤비에서는 할 수 없는, 오직 호텔에서만 제공하는 차별화된 투숙경험과 문화를 만들어야 할 시점 아닐까? 그 답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로컬 커뮤니티와 얼마나 교류하고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해지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그저 무늬 뿐인 '로컬' 호텔이 아닌, 현지 공동체와의 교류와 협력으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호텔 문화는 점점 더 큰 화두가 될 것이다. 또한 호텔이 제공하는 중요한 가치 '럭셔리(Luxury)' 역시, 현지 문화를 얼마나 독창적으로 해석하고 반영하는가? 라는 새로운 기준이 더해지면서 그 의미가 변화하고 있다고 본다. 결국 호텔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호텔 자체가 데스티네이션이 될 수 있는 독보적인 가치를 가져야 한다. 아래 소개할 호텔은 나름의 방법으로 그 답을 찾은, 좋은 사례다. 




핀란드의 럭셔리 호텔그룹, 캠프 컬렉션이 투숙객에게 제공하는 YOU ARE HERE 카드. 


이번 박람회에서 만난 핀란드의 캠프 컬렉션 호텔 그룹은 그 답을 '양질의 콘텐츠'에서 찾았다. 투숙객을 대상으로 주변 박물관과 쇼핑 할인 혜택을 넣은 카드를 제공하며, 직접 취재한 여행정보로 만든 매거진 'You are here'을 발행한다. 보통 호텔이 만드는 매거진은 호텔 소개를 메인으로 하지만, 캠프 호텔 매거진은 가이드북에도 없는 최신 정보가 담긴 알짜배기 잡지다. 주변 상권과 적극적으로 상생하면서, 투숙객에게도 유익한 혜택을 주는 마케팅 전략인 셈이다. 'Hotel-made contents' 관련해서는 그동안 다녀온 호텔 중에도 멋진 사례가 많고 나의 비즈니스와도 연관이 있어서, 추후 기회가 되면 강의나 지면을 통해 따로 다루어 보기로. 




더 스터디 호텔, 필라델피아(미국)


2017년 오픈하는 세 호텔에서 엿보는 #글로벌호텔트렌드

대학의 도시 필라델피아에 문을 여는 'The Study' 호텔은 '산학협력(?)'에서 답을 찾았다. 대학 캠퍼스 문화를 '미니멀한 럭셔리'로 신선하게 해석한 호텔 시리즈로, 예일대에 이은 두 번째 브랜치다. 건물 부지 자체가 드렉셀(Drexel) 대학의 토지를 임대해 지어졌으며, 필라델피아 출신 건축가가 호텔을 디자인했고 역시 로컬 셰프가 레스토랑을 진두지휘한다. 또한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뮤지엄의 미술작품들을 호텔 내에 전시, 로컬 아트 신과의 교류도 적극적으로 시도한다. 지난 1편에서 언급한 '소셜 스페이스' 역시 이 호텔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지역 행사나 소셜 개더링 등의 네트워크 모임을 개최할 수 있는 공간을 꾸며 놓았다. 호텔 투숙과 동시에, 필라델피아가 가진 '교육 도시'로서의 문화를 경험하게 되는 셈이다. 



재즈 코너 호텔, 멜버른


몇 년 전 호텔여행으로 돌아본 호주에는, 국내엔 알려지지 않은 유니크한 호텔이 제법 숨겨져 있어 놀랐던 기억이 난다. 올 3월 멜버른에 오픈하는 'The Jazz corner Hotel'은 '재즈'를 전면에 내세운 호텔이다. 하드록 호텔 등 음악-테마 호텔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모티브를 차용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호텔은 그야말로 '재즈에 바치는 오마주'라 할 만큼, 재즈가 가진 문화적 코드를 내부 디자인의 모든 요소에 도입했다. 투숙객은 멜버른을 대표하는 재즈 공연장 '버드 베이스먼트'의 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니, 호텔이 지역 음악신에도 직접 기여하는 셈이다. 나와 같은 음악 마니아들은 멜버른 갈 일 있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예약부터 할 곳.




더 월드오프 호텔, 팔레스타인


호텔은 지역사회와 어디까지 맞닿을 수 있을까? 나는 그 실험이 한 호텔에서 극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국의 스트리트 아티스트, 뱅크시(Banksy)가 팔레스타인 베들레헴에 기묘한 호텔을 오픈해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선 '세계 최악의 뷰를 보유한 호텔' 같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되고 있지만, 사실 이 호텔은 그런 타이틀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채로운 스토리를 품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이 호텔 부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경에 위치한 크로스보더 지역이어서, 팔레스타인 방문이 금지된 이스라엘 국적자도 이 호텔을 통해선 베들레헴에 머물 수 있다고 한다. 뱅크시는 이 전에도 이 장벽에 자신의 그림을 여러 차례 남긴 바 있다. 전쟁의 상흔이 역력하게 남아있는 도시에 자신의 갤러리를 담은 아름다운 아트 호텔을 기획한 건, 그가 꾸준히 던져온 정치적인 메시지를 호텔로 실현했다고 보는 게 맞겠다. 앞으론 팔레스타인의 로컬 아티스트 전시도 열 계획이라니, 뱅크시가 말하고 싶은 게 뭔지는 너무나도 알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이 호텔은 2017년 한 해만 운영한다는 것. 그것마저도 참 뱅크시답다.


사실 여기 소개한 호텔 말고도 너무나 재미난 신규 사례가 많지만, 우선은 여기까지.:) 



# 호텔여행 전문가 nonie가 궁금하다면? 


#2017년 글로벌 여행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Who is nonie?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과 공공기관, 직장인 아카데미에 여행영어 및 스마트 여행법 출강으로, 휴일도 없이 싸돌아 다닙니다. 호텔 컬럼니스트. 연간 60일 이상 세계 최고의 호텔을 여행하고, 함께 일도 합니다.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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