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과 워라밸의 상관관계?
보그 코리아 3월호에서 국내 호텔 트렌드를 짚은 'Hotel Korea'라는 기사에, 전문가 인터뷰로 참여했던 의견이 짤막하게 소개되었다. 글로벌 업계 동향에 따라 국내 호텔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짚어보는 기사로, 취지를 전해 듣고 흔쾌히 소견을 전달드렸다.
작년 이맘 때도 전반적인 흐름을 짚어보기도 했고, 짧은 인터뷰로 올해 트렌드를 갈음하는 건 아쉽기도 했다. 그래서 인터뷰 초안을 보완해 2018년의 글로벌 호텔 트렌드를 정리해 본다.
Q. 2018년의 호텔 트렌드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A. 2018년에는 세계적인 여행 트렌드인 'Community based tourism(지역문화 기반의 관광)'에 호텔산업 역시 큰 영향을 받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미국의 트래블 마켓 리포트가 2018년은 '독립호텔(Independent Hotel)'이 변화를 주도한다는 전망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독립 호텔은 대형 호텔보다 더 지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이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더 많다.
뉴욕의 노매드와 라인호텔, 프리핸드를 런칭한 시델그룹 CEO 앤드류 조블러는 '라이프스타일 호텔은 하루 종일 머물면서 동네 이웃과 어울릴 수 있는 커다란 거실처럼 진화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프리핸드 시카고의 로비를 가보니 낮에는 사람들이 뭔가를 먹거나 일을 하고, 밤에는 로컬 DJ의 파티를 보러 오느라 하루 종일 인산인해여서 너무 신기했다. 투숙객이 온 종일 호텔 안에서만 소비를 해도, 지역경제와 상생하는 구조이자 기꺼이 돈을 쓸만한 서비스라면? 굳이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어 보였다.
앞으로 호텔은 진화한 컨시어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최근 글로벌 업계의 경향은 호텔이 얼마나 지역(로컬)과 긴밀히 연계하여 새로운 여행 루트를 제안하고 차별화된 '스토리'를 선사하느냐가 중요해졌다. 2017년 문을 연 아시아의 독립 호텔을 다니면서 눈에 띄었던 것은, 홈페이지에 호텔이 위치한 지역의 특수성과 여행 정보를 독창적으로 소개한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일부 호텔에서나 제공하던, 투숙객을 위한 여행 콘텐츠(지도, 가이드북) 제작이 하나의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맞서 에어비앤비는 호스트가 개인적인 여행 정보(평소 자주 가는 맛집, 클럽 등)를 공유하는 '가이드북'이라는 기능을 운영하고 있는데, 집단지성의 힘으로 몇 년만에 엄청난 양의 여행정보 데이터가 쌓였다. 뉴욕에만 무려 2만 3천 개의 '가볼만한 곳'이 누적됐다. 호텔업계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역 기반 콘텐츠에 지금보다 훨씬 더 주목해야 한다.
Q. 호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있다면?
지난 몇 년과는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는 호텔에 대한 인식은,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이들이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효용이, 단순한 휴식/휴양이나 현실 도피와 같은 1차적인 단계를 지나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통해 '삶의 질 상승'이나 '새로운 문화의 학습', '새로운 삶의 방식 체험(1달 살기) 등을 추구하면서, 숙박시설의 의미도 함께 바뀌고 있다. 호텔의 가장 큰 경쟁자인 에어비앤비는 'Trip' 서비스를 통해, 현지 문화를 새롭게 배우거나 익히는 여행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세계의 트렌드를 깊숙이 조명하는 영국 잡지 '모노클'은 2017년 9월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 소위 워라밸을 커버스토리로 다루었다. 사무실을 떠나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려는 밀레니얼 세대의 변화에 주목하고, 이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몇몇 도시를 지목하기도 했다. 이들에게 여행은 더 이상 인생의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과 삶을 병행할 수 있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이 속에서 호텔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 그들이 필요로 하는 니즈는, 단순히 잠을 자고 밥을 먹는 숙박시설에 그치지 않는다. 각자 일하면서도 상호 교류를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미래의 호텔업계는 '네트워킹'과 '원격 근무'라는 새로운 키워드에 대한 나름의 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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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18년, 호텔은 어떤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을까?
워라밸이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2018년, 호텔은 공간적인 측면에서도 변화를 주고 있다. 최근 호텔에 두드러지는 움직임이 '코워킹 스페이스', 즉 공유 공간을 늘리는 것인데 2017년 이전까지는 에이스 호텔을 흉내 내는 형식적인 공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아래 2017년 트렌드 참조) 하지만 최근에는 아예 본격적으로 호텔 기획 단계에서부터 디지털 노마드 족을 겨냥한 공간 서비스에 월 멤버십까지 선보이며 진화하고 있다.
샹그릴라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호텔 젠(Jen)'이 2017년 5월 오픈한 베이징 점에는 아예 '프로토타입 코워킹 라운지'라는 공간을 런칭했다. 원래부터 호텔 젠은 클럽 라운지를 일하는 카페처럼 꾸며 놓는데, 베이징 호텔에는 라운지 명칭에 코워킹을 앞세운 점이 눈에 띈다.(이는 호텔 젠의 10개 브랜치 중 최초 사례다!) 시카고의 버진 호텔은 2017년에 '커먼 쿱'이라는 코워킹 멤버십을 런칭했는데, 월 55$이라는 파격적인 요금제로 시장에 진입했다. 호텔이 가진 엄청난 입지조건과 시설로 볼 때, 시장성이 뛰어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버진호텔 오픈 직후인 2015년 말에 투숙했었던 지라, 아름다운 라운지 '커먼 클럽'을 둘러보지 못한 게 아쉽다.
2017년에도 2회에 걸쳐 글로벌 호텔업계의 변화를 소개했다. 관련 글은 아래에 링크했다.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 여행법'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 컬럼니스트. 매년 60일 이상 전 세계 호텔을 여행하고, 함께 일합니다. 2018년 신간 출간 및 호텔 전문지 컨트리뷰터. 조만간 자세히 소개할께요:)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