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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군가의K Nov 23. 2020

당신의 회복기에 포션이 되고 싶다

올리브 나무가 반짝이는 그 순간처럼

왜 아직도 여기 있어요?


당신의 물음에 마땅한 답을 찾지 못 한 나는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푸스스 웃어버린다. 피곤한지 소파 한 구석에 몸을 누이며 마주 웃는 당신. 아마 그 뒤로도 두 번쯤 더 왜 아직도 이러고 있냐고 장난스레 물어왔던 것 같다. 나는 분명 테이블만 치우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4시가 지나면 할증이 풀린다는 당신의 말에 이것만 치우고 택시를 잡아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정리를 다 마치고서도 소파인 듯 의자인 듯 요상하게 생긴 1인용 앉을 것에 몸을 맡긴 채로 첫 차를 기다리고 있는 건 왜일까.


모두가 흩어진 시간, 자꾸만 눈이 감겼지만 몽롱한 상태로 소파에 널브러져 시간을 마구 흘려보내던 새벽 4시가 내심 좋았다. 우리는 별 말을 나누지도 않았지만 나는 왠지 앞으로 당신을 궁금해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함께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 일요일의 차가운 새벽 공기에도 그 생각이 쉬이 날아가지 않는 걸 보니 괜한 호기심은 아닌가 보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 며칠간은 알 수 없는 감정이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올라 머릿속에 사소하게도 떠 다녔다. 둥둥. 당신은 정말로 구름 같은 사람이로군요.


길게 이어 붙인 테이블의 대각선 끝에 앉아있던 당신. 무심코 고개를 돌릴 때마다 그 하얀 미소가 자꾸 눈에 들어올 건 또 뭐람. 적당한 활기의 조곤조곤한 말씨가 이따금 내 자리까지 들려올 때면 그쪽으로 건너가 대화에 끼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었지만 나의 고질적인 소심함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하나둘씩 자리를 비우고 어느 정도 소강상태가 되어서야 멀찍이 앉은 당신과 몇 마디를 겨우 나눈 게 전부였다. 나는 어쩐지 그 거리감이 나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가 조금은 기운 없이 홀로 앉아 있는 그 모습마저도.



회복기에 있다는 당신. 이도 저도 아닌 그저 무리 중 한 사람일 뿐인 내가 크게 해 줄 수 있는 건 없지만, 험난하지 않은 치유의 시간을 보내고 있기를. 마음 같아서는 당신의 데미지를 빠르게 치료해 줄 포션이 무엇일지 꼬치꼬치 캐물어 내어 도움이 되고 싶지만 고이 접어 간직하기로 한다. 높은 전도율로 급격하게 달아올랐다가 금방 차가워지고 싶지는 않다. 우리가 가까워진다면 적당한 온기로 오랫동안 따뜻함을 전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네모난 대화창 속에서 재치 있는 텍스트로 모두에게 웃음을 주는 당신, 빛을 받으면 은색으로 반짝인다는 올리브 나무의 이파리처럼 어서 반짝임의 순간을 맞이하길 고요하게 응원해요. 조금씩 천천히 거리를 좁혀서 언젠가는 당신의 포션이 되고 싶어요. portion과 potion, 둘 다.



2020년 11월의 마지막 주에

어쩐지 자꾸 생각이 나는 당신을 떠올리며 K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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