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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철 Jan 20. 2024

걸어서 만나는 바르셀로나 가우디 건축


구글어스로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둘러보자. 도심 북쪽 지역을 확대하며 검색하다 보면 대형 크레인 두 개가 설치된 건축물을 만난다. 주변 다른 건축들과는 확연히 다르게 도드라진 모습이다. 이곳을 다녀간 누군가의 여행 사진에도 언제나 등장하는 크레인이다. 20년 전에도 그랬고 10년 전에도 그랬듯 지금도 변함없이 공사 중이다. 그러나 늘 붐빈다. 만만찮은 금액의 입장료를 내야 함에도 전 세계 관광객들로 항상 북적인다. 종교인이 아니어도 그 안에 들어서면 하염없이 경건해진다. 

 

바르셀로나 여행을 다녀왔거나 꿈꾸는 이라면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을 잊지 않는다. 40대 초반에 건설 책임을 맡아 35년간 이 건축에 헌신하다 죽은 안토니 가우디의 유해가 대성당 지하 예배당에 안치돼 있다. 1세기 가까운 세월이 흘러간 지금까지도 그는 원래의 설계와 지침을 통해 지하에서 계속 건설 현장을 지휘해 왔다. 1882년 착공했고 가우디 사후 100주년에 맞춰 2026년에 완공될 예정이라 하니, 145년 동안의 대공사다. 관광객 입장료가 건축비용의 주 수입원인데 코로나 팬데믹 동안 큰 차질이 있다 보니 앞으로 남은 3년 안에 완공될지는 의문이다. 어쨌든 바르셀로나 여행에서 딱 한 군데만 선택해야 한다면, 그곳은 바로 사그라다파밀리아 아니겠는가?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이 16개 자치구로 구성된 것처럼 스페인 제2의 도시 바르셀로나는 10개 지구로 이뤄졌다. 부산에 처음 온 이들이 도심 몇 개 구에 많이 몰리는 것처럼, 바르셀로나 여행자들은 주로 2~3개 지구에 관심을 쏟는다. 단기 여행이라면 올드타운 중심인 고딕 지구를 포함하는 시우타트베야(Ciutat Vella) 지구와 에이샴플레(Eixample) 지구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다 떠난다. 시간 여유가 좀 더 있다면 북부의 그라시아(Gràcia) 지구와 서남부의 산스몬주익(Sants-Montjuic) 지구까지 둘러본다. 

 


리스본에서 포르투갈 여행을 마치고 비행기로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원래는 이튿날 하루 종일 빡빡하게 도시를 둘러보고 밤 기차로 바르셀로나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스트라이크 때문에 다음 날 기차는 아침 두 편밖에 없고, 국내선 비행기도 거의 운행 안 할 거라는 말을 기차표 예매하러 간 매표소에서 들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상황인데 매표소 직원은 뭘 그걸 갖고 그리 놀라느냐 하는 눈치다. 때문에 마드리드는 오후 반나절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한 채 하룻밤 자고 아침 일찍 기차로 떠나와야 했다. 

 

바르셀로나 여행에선 가우디 건축 탐방을 빼놓을 순 없다. 건축엔 문외한이고 디자인에 대한 기본 지식도 없는 나였지만 상관없었다. 도심 현장을 돌면서 명장의 건축 작품들을 눈으로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의미와 즐거움은 배가됨을 느꼈다. 산스몬주익 지구는 제외하고 그라시아 지구-에이샴플라 지구-시우타트베야 지구 순으로 움직이면서 바르셀로나 일반 명소는 물론 가우디 작품 7개를 포함하는 동선을 계획하다 보니 가우디 테마파크인 구엘공원을 포기해야 했다. 못내 아쉽긴 했지만 그러나 바르셀로나에는 가우디 건축 작품만 있는 건 아니었다. 피카소 미술관도 있고 다른 명소들도 많았다. 여행이란 어차피 한정된 시간을 얼마큼 잘 쪼개어 쓰느냐가 핵심이다. 선별과 선택이 중요한 것이다.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여행자의 시각으로 도심 속 가우디 일곱 게 작품들을 이틀 동안 살펴보았다. 

카사비센스(Casa Vicens) 

메트로 그린 라인 폰타나역에서 5분 거리의 주택가 골목에서 만난다. 가우디의 첫 건축 작품이면서 건물 형태는 평범한 직선과 직각으로 이뤄졌다. 다양한 색감의 외벽이 워낙 화려해서 얼른 눈길을 끈다. 건물주가 타일공장 사장이라 그런지 형형색색의 타일들로 건물 전체를 치장하고 있다. 

 

사그라다파밀리아성당(Templode la Sagrada Familia) 

영어 표현으론‘Sacred Family’, 즉 아기 예수와 성모 마리아와 요셉을 일컫는 ‘성(聖) 가족’이 성당 이름이다. 카사비센스인근 폰타나역에서 메트로 그린 라인을 타면 사그라다파밀리아역으로 수월하게 이동 가능하고 도보로는 3km 거리다. 성당은 예수와 12제자와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총 18개 첨탑으로 이뤄진 구조이고, 건물 외벽은 예수의 탄생-수난-부활이라는 3개의 문으로 구성된다. 

 

카사밀라(Casa Milla) 

그라시아거리 초입인 디아고날 역을 나와 한 블록 내려오면 맞은편 대로변에 괴상한 동굴모양의 건축물이 서 있다. 늘 인파가 몰려 있어서, 금세 가우디 명품임을 알아볼 수 있다. 건물이라면 사각형과 직선과 대칭이라는 정형화된 구조에 익숙한 일반인들에겐 매우 낯설고 신기한 모습이다. 100년 전에 사업가 페드로 밀라가 가우디에게 의뢰해 지은 임대 주택, ‘밀라(Mila)의 집(Casa)’이다. 주택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암석을 깎고 다듬어 만든 동굴이나 조각처럼 보인다. 


 

카사바트요(Casa Batllo) 

베란다 모습이 마치 눈이 휑한 해골을 닮았다. 그 베란다를 받치는 기둥들은 인체나 동물의 뼈를 연상시키듯 괴기스럽다. 섬유사업으로 성공한 바트요가자신의 부를 과시할 목적으로 뭔가 특이하고 극적인 느낌의 건물을 원했다고 한다. 당시 최고 건축가 반열은 아니었지만 특이한 디자인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우디에게 건축을 맡겼고 결국은 만족했다고 한다. 이 건물에 반한 밀라가 가우디에게 의뢰하면서 인근에 카사밀라도 지어졌다. 가우디 작품들 중 카사밀라와 함께 가장 번화가에 위치한다. 

 

카사 칼베트(Casa Calvet) 

카사칼베트는그라시아거리가 끝나는 즈음에서 왼쪽으로 세 번째 블록에 서 있다. 카사 바트요에선 1km 떨어진 위치다. 외형도 장식도 단순하고 단정해 보이는 건물이다. 앞서의 작품들에 비해 곡선 감도 덜하고 평이해서 그런지 주변엔 관광객도 별로 없다. 그럼에도 1900년 제1회 바르셀로나 건축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카사 바트요나 카사 밀라에 비해 특징이 없어 보이지만 이들이 세상에 나오기 6~10년 전에 지어진 작품임을 감안하면 쉽게 수긍이 된다.

 

레이알광장 가로등(Fanalsde la PlacaReial) 

람블라스거리의 리세우역 인근에 레이알광장이 있다. 야자수 나무와 분수대가 잘 어울리는 이 조그마한 광장 한 켠에는 특이한 가로등이 눈길을 끈다. 멋진 투구를 씌운 기둥에 가로등 6개가 달려 있는 가우디 데뷔 작품이다. 학교 졸업 후 바르셀로나 시가 주최한 디자인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이나, 비용 문제 때문에 실제 거리 현장에는 적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바닥에는 눈에 잘 안 띄는 색조로 ‘안토니가우디’란 글씨가 새겨져 있어서 비로소 가우디 작품임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구엘저택(Palau Guell) 

레이알광장에서 람블라스거리 맞은편 골목으로 5분 정도 들어가면 왼편에 서 있는 웅장한 대형 건물이다. 가우디의 예술적 감각을 현실세계의 건축에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40년 동안 후원해 준 에우세비 구엘의 저택이다. 본관과 연결되는 별관으로 지었지만 구엘은 이 건물이 더 마음에 들어 본관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가우디가 건축가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카사밀라, 카사바트요처럼곡선감이나 예술작품이라는 느낌이 별로 없고 그저 웅장한 대형 건축물의 느낌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대도시 레온을 떠나던 날 새벽에 안토니가우디의 실물 크기 좌상(坐像)과 만났었다. 자신의 설계 작품 카사보티네스(Casa Botines)를 바라보며 앉아 있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라 그의 옆자리에 잠시 앉아 있었다. 자신의 사후 100년 넘어서까지도 자신의 상상력과 창의가 이렇게 세계인에게 영감을 주고 영향을 미칠지 생전의 그는 과연 예감이나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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