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에 담긴 복잡한 세상사의 단순화
작가 승인이 나자 마자 연달아 글을 올린다. 어제 저장해 놓은 덕분이다.
미리 저장해 둔 몇 개의 글들 중 이 글을 두 번째로 올리게 된 것은 뭔가를 봤으면 이제는 제대로 뭔가를 남겨놔야겠다 해서 남겨놓은 것이 이 글이었기 때문이다. 이나저나 내 얼굴을 모르겠지만, 나는 생긴 것과 달리 단순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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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깎이를 찾다가 서랍에 최소 5개의 손톱깎이들을 보고 좋은 물건 고르는 법이 생각났다. 다시 읽고 보니 손톱깎이는 마지막 이야기. 그래서 잠에 들 시간을 놓쳤다 뭐 그런 거다. 목차를 꼭 보라는 대학 때 교수님 얘기가 떠오른다.
작년 초에도 읽은 기록이 있어서 오늘 읽은 기록과 얼마나 차이가 있나 비교해 볼 겸 자세히 읽다 보니 재밌었다. 이러고 끝내면 좋은 글이 아니라고 어떤 모임에서 들었다.
도서 분류상 어떤 범주로 넣어야 할지 잘 모르겠는 이 책은 결국은 교양도서라고 분류되는 게 오늘에는 적합할 것이다. 책에서 ‘착한 가격’의 모호성에 대해 얘기했는데 제목의 ’ 좋은 물건‘은 모호한가 아닌가, 급 궁금하다. 각자의 자원 투입과 공부를 통해서 선택한 물건이 좋은 물건이라는 이야기로 나는 해석.
작가 본인이 경험한 과정에 더해 각 물건이 품은 역사와 의미를 무게감 있는 문장으로 풀어낸 내용으로 전개된다. 군데군데 예상치 못한 웃김 포인트들은 일본드라마 트릭이나 애니메이션 슬레이어즈의 B급인척 A급인해학을 보는 듯하다. 트릭과 슬레이어즈를 나는 아주 많이 매우 좋아한다. 그 단순하고 깔끔한, 거침없이 스스로를 내던져버리는 유머.
작가의 다른 글들도 읽었다. 그렇게 작가의 다른 글들과 이 책의 맥락과 글의 형태는 이어져있다. 군더더기가 없다. 담백이라 붙일 만한 여백도 없이 군더더기가 없어서 나한테는 읽기가 편안한 책이다. 지나치게 담백을 고집하다 보면 그 나름대로의 느끼함이 있는데 그런 부분이 없어서 좋다.
미분된 작은 개인적 기호들이 적분 되어 내 삶의 모양이 만들어진다. 내 삶의 모양이나 기호가 뭐가 중요하냐 싶을 수도 있고, 그건 일정 부분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호 없는 삶을 살다 보면 종종 스스로의 삶이 투명 인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소(음메하는 소)의 해체와 재조합으로 미분과 적분을 설명했던 고2 때 장모 수학 선생님이 생각났다. 저 문장이 이 책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결과였나보네...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분류의 책이다. 좋은 내용이고 좋은 책이고 좋은 글이어서 그 영역을 지켜나가 주길 바란다. 또한, 작가가 마지막에 쓴 것처럼 여행지에 가서 읽을 책도 언젠가는 노력의 결과로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조지 오웰도 초반에는 26권인가 팔렸다했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답니다.
. 책을 보던 중에 개인은 스스로를 어디까지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주구장창 뭔가를 적어놓을 수밖에 없는 회사원으로서의 내 글은 나의 어디까지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걸까. 나는 그 제한선을 어디에 두는 걸까. 글에 담긴 나의 함유량은 얼마인가. 이 책에 담긴 작가의 함유량은 얼마일까.
. 이 책에서 갑자기 웃겨버린 그 한 군데는 명징한 직조였다. 다시 읽어도 그 부분은 너무 웃겨.
. 이, 그, 저.... 지시 대명사 많이 쓰는 글은 못난 글이라 했는데 나는 많이 쓰는 편이다. 왜 그그그그 말로 못할 뭔가가 많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