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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다시 만난 날과 Way back home

이별과 이별, 다정한 사람들의 사랑 얘기

by 마나스타나스

며칠 전, 휘성의 소식을 들었다.
2007년인지 2008년인지, 그맘때의 여름이 문득 떠올랐다. 인천과 서울을 오가던 시절이었다.

인천에서 서울로 올라오던 길목, 늘 타던 버스의 마치 지정석처럼 내 자리 같던 자리에 앉아 휘성의 ‘다시 만난 날’을 반복해 들었다.
특별한 사연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그 노래가 좋았고, 그래서 그 해 여름 내내 듣고 또 들었다. 정작 발매 당시에는 듣지도 않았건만.


다시 만난 날은 2003년에 발매된 휘성의 2집에 실려 있다. 노래와 실력, 스타일, 의상 - 그는 파격적인 신인 가수였다. 발라드 가수가 레게 머리에 힙합 차림이라니, 친구들과 그 얘기를 하며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다시 만난 날은 타이틀곡도, 두 번째로 인기 있던 곡도 아니었다. 그래도 나는 이 노래가 좋았다. 계속 들어도 질리지 않았다. 몇 년에 걸쳐 그 노래는 아이리버 MP3를 거쳐 아이팟 셔플에서도 계속 반복되었다.


니가 떠난 그날처럼 하고 싶은 말 못 하고
왜 돌아왔냐는 말만 나도 모르게 하고 있어

다시 등을 돌리려는 너를 잡지 못하고서
나는 또 울고 있는데

많이 보고 싶었다는 하고 싶던 그 말보다
왜 돌아왔냐는 말이 나도 모르게 먼저 나와

애써 웃어 보이려는 너를 다시 울리고서
우는 널 보고 내 맘도 울고 있는데


다시 만난 날이 나의 멜론 플레이리스트에서 없어진 게 언제였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번 주, 그의 소식을 들었다. 막연했다.


그렇게 휘성의 "다시 만난 날"은 내 플레이리스트에 돌아왔다. 노래를 담으며 일종의 드라마틱한, 감동적인 감정이 생길 거라 상상했다. 하지만 그 노래를 다시 들었을 때, 그의 소식이 가져온 막연하고 애매한 감정은 "드라마틱한 감동"으로 살아나지는 못했다. 그저 그의 목소리로 남은 노랫말은 2008년의 여름 늦은 오후에 버스 창가의 커튼 사이로 뜨겁게 비추던 햇빛을 피해 다시 만난 날을 듣던 나를 떠올리게 했을 뿐이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이상하게 여전히 막연하다.


2003년의 그 노래는, 이제 정말 과거가 되었다.

그가 평안히 쉬기를 바란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도, 돌아오는 노래가 있다.

그리고 그 노래가 다시 감정을 데려오는 순간이 있다.

나에게는 Way Back Home이 그랬다.


수년 전 한때 유행했을 때도 열심히 들었는데, 여전히 자주 듣는다. 한 번 듣기 시작하면 일주일은 그 노래만 들을 정도다.


멜로디는 현대적이고, 가사는 귀에 잘 들어온다. 가사를 잘 외우지 못하는 편인데, 이 노래만큼은 꽤 기억하고 있다. 너무 많이 들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힘껏 닫아도 다시 열린 서랍 같아
하늘로 높이 날린 넌 자꾸 내게 되돌아와
~
수없이 떠난 길 위에서 난 너를 발견하고
비우려 했던 맘은 또 이렇게 너로 차올라
~
눈을 감으면 소리 없이 밀려와
이 마음 그 위로 넌 또 한 겹 쌓여가
~

노랫말 속 ‘너’ 대신 ‘나’를 넣어 생각해 본다.
열린 서랍 같은 머리 속,
하늘로 높이 날려보낸 줄 알았더니 다시 돌아오는 근심,
걷고 또 걸어도 맴도는 마음 같은 것들.
법정 스님이 말한 ‘텅 빈 충만’을 흉내 내보기도 한다.


그래도 마지막 구절은, 나로 바꿔도 달라지지 않는다. 눈을 감으면, 더 생각나는 것들.



드라마 멜로무비 마지막 화에서 고겸은 김무비에게 묻는다.
- 왜 하필 멜로를 만들고 싶었냐고.

김무비는 이렇게 답한다.
- 사람과 사람이 사랑하는 얘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다정하게 사랑하는 이야기.


다정한 사람들이 나오는 10편의 에피소드는 결국 다정한 사람들과 이별해야 했던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지막에 또 슬펐다는 내 얘기.


멜로무비의 OST는 드라마와 잘 어울린다. 서영주가 부른 우주In은 그중에서도 제일 좋다.


한없이 거대한 우주 안에 우린 너무도 작아 먼지처럼 쓸려 다니네

+ 이별은 머리 안에서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해 봐도 그 순간이 오면 소용없다. 그걸 알기 때문에 쉽게 다가갈 수 없었고, 다정하게 대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이제는 다정해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 며칠 전 봤던 휘성의 인터뷰에서 기자는 물었다 - 사람들마다 나만의 휘성이 있던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질문이 반가웠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다 - 나의 휘성은, 다시 만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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