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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머리가 늘기 시작한 나이, 마흔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걸까?

by 누리

한 가닥이었을 땐 뽑고 말았지만 어느 날 거울을 보니 옆머리, 정수리까지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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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 서는 시간이 길어졌다. 예전엔 머리 모양을 대충 정리하고 나가는 데 3분도 안 걸렸는데, 요즘은 한 올 한 올 눈에 띄는 머리카락을 살피느라 10분은 훌쩍 지난다. 특히 햇빛이 드는 창가에서 보면 더 도드라진다. 반짝이는 흰머리들. 얇고 곧은 그 녀석들이 여기저기서 고개를 내밀며 말한다. "너 이제 마흔이야."


처음 흰머리를 발견했을 땐 별생각 없었다. "하나쯤이야, 스트레스받아서 그럴 수도 있지." 손가락으로 쓱 뽑아내고 끝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숫자가 늘기 시작했다. 관자놀이 근처, 정수리 주변, 심지어 앞머리 사이사이까지. 이제는 '하나쯤이야'라는 말로는 위로가 안 될 만큼 확실히 보인다. 거울을 보다가 흰머리 한 올을 발견하고는, 웃음 섞인 한숨이 새어 나온다. 이제 진짜 나이가 들었구나.


마흔이란 나이는 어딘가 모르게 묘하다. 아직 젊다고 믿고 싶은데, 몸은 예전 같지 않다. 체력은 눈에 띄게 떨어졌고, 밤새워도 괜찮던 날들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거기다 흰머리까지 늘어난다니, 시간이 이렇게나 솔직하다는 게 당황스럽다.


가끔은 미용실에서 염색을 권유받을 때, 왠지 모르게 쓸쓸하다. "자연스럽게 놔둘까, 아니면 덮어버릴까?" 마음속에서 두 목소리가 싸운다. 흰머리를 숨기고 싶은 마음과, 그냥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 결국은 염색약을 고르면서도, 거울 속 내 얼굴을 다시 한번 들여다본다. 이 흰머리들은, 그동안의 시간과 나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흰머리는 단지 '나이 듦'의 상징만은 아니다. 살아오면서 쌓인 수많은 감정, 고생, 책임, 그리고 사랑이 고스란히 담긴 흔적일지도 모른다. 마흔이라는 숫자 안에 들어 있는 지난 시간들이 이제 머리카락 끝에서 살짝 인사를 건네는 걸지도.


그래서 요즘은 조금씩 생각이 바뀌고 있다. 흰머리가 늘었다고, 내가 달라진 건 아니라고. 그저 인생의 다음 챕터를 열어가는 중일뿐이라고. 머리카락이 하얘져도, 내 안의 나이는 여전히 철부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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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머리는 왜 생길까?

머리카락이 흰색이 되는 것은 멜라닌 색소 생성이 줄어들거나 멈추기 때문이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건 노화다. 평균적으로 30대 중반부터 멜라닌 세포의 기능이 감소한다. 유전적 요인도 있다.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이른 나이에 흰머리가 있었다면 유전될 가능성이 높다. 스트레스도 한몫한다. 스트레스 호르몬도 모낭 내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멜라닌 세포를 파괴한다. 이 외에도 흡연이나 비타민 B12, 구리, 철분 등의 결핍이 흰머리와 관련 있다는 연구도 있다. 신경 쓸 게 이렇게나 많다. 흰머리가 날 수밖에 없다.


흰머리, 뽑아도 될까?

어렸을 때 부모님 흰머리를 뽑으면 하나당 100원씩 용돈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네가 속 썩여서 흰머리가 나는 거야”라는 말을 농담처럼 하셨지만 그게 진짜일 줄이야. 세월이 흘러 이제는 누군가가 내 흰머리를 뽑아줄 시기가 됐다. 근데 이렇게 흰머리를 무심코 뽑아도 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 뽑는 게 좋다. 뽑는다고 해서 그 부위에 검은 머리가 다시 나지는 않으며,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모낭 손상. 반복적으로 같은 부위 머리를 뽑으면 모낭이 손상돼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번째는 두피 염증. 세균 감염이나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니 흰머리가 눈에 거슬린다면 가위로 자르자. 아니면 계속 기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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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머리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식습관 개선

– 비타민 B12: 간, 달걀, 우유 등

– 구리: 굴, 해산물, 견과류

– 철분: 시금치, 붉은 육류

– 항산화 식품: 블루베리, 녹차, 브로콜리 등은 멜라닌 세포를 보호하는 데 기여한다.


생활 습관 개선

-금연: 흰머리뿐 아니라 전반적인 피부 노화도 예방.

-과도한 염색 피하기: 강한 화학 성분은 두피를 자극해 흰머리가 날 수 있다.

-자외선 차단: 두피도 햇빛에 노출되면 멜라닌 세포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모자 착용 권장.

-스트레스 관리: 잠 충분히 자기.


두피 마사지

피가 잘 통해야 색소도 잘 돌아온다. ‘Journal of Dermatology’에 따르면 두피 혈류를 자극하면 모낭 내 산소와 영양소 공급이 증가하여 색소 세포 활성에 이롭다고 한다. 목 뒤와 귀 뒤쪽, 그리고 정수리를 중심으로 매일 5~10분 정도 손끝으로 문질러주자.


검은콩, 검은깨 활용

검은 식품은 머리카락의 친구다. 오래전부터 꾸준히 언급되는 민간요법으로 한방에서는 ‘신장(腎)이 머리카락을 주관한다’고 보며, 검은색 식품이 신장 기능을 돕는다고 여긴다. 과학적으로도 검은색 식품이 폴리페놀, 비타민 B군, 항산화물질이 풍부해 검은 머리를 나게 만든다. 매일 검은콩 10알 정도를 먹거나 검은깨가루 한 스푼에 꿀을 섞어 섭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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