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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우울할 때 김치를 먹어

사람들이 잘 모르는, 우울감을 줄이는 식품 5

by 누리

가끔 아무 이유 없이 공허할 때가 있다.


창문 밖 햇살은 나름대로 따뜻한데, 내 마음은 여전히 어둡고 눅눅하다. 누구에게 말해도 쉽게 전해지지 않을 것 같은 감정. 바쁜 일상 사이에 틈입한 작은 슬픔들은 마치 먼지처럼, 쌓이고 쌓이다 어느 날 갑자기 터진다. 그럴 때 나는 습관처럼 냉장고 문을 연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꺼내는 건, 김치다.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이 꼭 감성적인 사람은 아닐 거다. 그렇지만 나는 김치 앞에서만은 이상하게 마음이 약해진다. 그 알싸한 향, 손끝에 닿는 촉감, 입안 가득 퍼지는 익숙하고도 날카로운 맛. 그 모든 게 나를 현실로 다시 끌어온다.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콤한 김치를 베어 물다 보면, 이유 모를 우울함이 잠깐씩 밀려난다. 어쩌면 ‘자극’이라는 감각이 공허함을 덮어줄 수 있어서일까.


엄마가 해준 김치는 유난히 짰다. 나는 그 짠맛이 세상의 기준이라고 믿고 컸고, 그 맛을 다시 입 안에 머금을 때면 자연스럽게 그 시절이 떠오른다. 아무 걱정 없이 살던 시간, ‘왜 사는지’ 같은 질문도 몰랐던 시절. 지금 나는 매일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만, 그때의 나는 존재만으로 충분했다. 김치를 씹다 보면 그 모든 기억이 잠깐씩 내 곁으로 되돌아온다. 따뜻하고 소중하고, 무엇보다 무해했던 시간들.


그래서 나는, 우울할 때 김치를 먹는다.
누구는 달달한 초콜릿을 찾고, 누군가는 자극적인 술을 찾겠지만, 나는 그저 김치 한 조각이면 충분하다. 그것이 내가 나를 달래는 방식이다. 고요한 방 안에서 김치 한 접시를 놓고 천천히 씹는 그 몇 분간, 나는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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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씨

뉴욕포스트(New York Post)에 따르면, 호박씨는 기분 개선에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간식이라고 한다. 호박씨는 트립토판이 풍부하다. 트립토판은 세로토닌의 전구체로, 기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박씨는 먹기가 간편해서 좋다. 손으로 집어 먹어도 좋고 샐러드, 요거트, 오트밀 등에 뿌려 먹어도 맛있다.


달걀

달걀처럼 전천후로 활용하기 좋은 식재료도 드물다. 어디에 넣어도 맛있다. 메디컬뉴스투데이(Medical News Today)에 따르면, 달걀은 비타민 D와 트립토판을 포함하고 있어 세로토닌 생성을 돕는다고 한다. 특히 햇빛을 자주 못 보는 사람들의 기분 개선에 유용하다고. 그래서 군대에서 달걀이 자주 나왔던 걸까.


연어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가 건강한 이유. 연어는 오메가-3 지방산(EPA 및 DHA)이 풍부하여, 뇌 기능을 지원하고 염증을 줄이며, 우울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 하버드 의과대학(Health.Harvard.edu)에 따르면, 오메가-3 지방산은 우울증 환자의 기분을 안정시키고 항우울 효과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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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

뽀빠이가 시금치를 자주 찾은 이유가 있다. 건강에도 좋지만 기분까지 좋게 만들기 때문. ‘리얼심플(Real Simple)’ 매거진에 따르면, 시금치에는 기분을 좋게 하는 엽산과 마그네슘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세로토닌 분비를 돕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김치

김치가 세상을 구한다. 이쯤 되면 만병통치약이라고 봐야 하는 김치. ‘푸드앤와인(Food & Wine)‘에 따르면, 김치 같은 발효 식품은 장내 미생물 균형을 조절해 ‘장-뇌 축(gut-brain axis)’을 통해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완화한다고 한다. 우울할 땐 김치볶음밥, 김치찌개, 김치 삼겹살을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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