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운전할 때, 몸의 긴장을 푸는 요령 8
할머니 댁은 늘 멀었다. 어릴 적부터 명절이면 부모님 차에 올라 몇 시간을 달렸다. 창밖 풍경은 멀미로 흐릿했고, 아버지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아무 말 없이 운전대를 잡고 있던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어린 나에겐 멋져 보였다.
지금은 내가 그 자리에 앉아 있다. 트렁크엔 짐이 가득하고, 내 어깨와 등에는 말하지 않아도 묵직한 무언가가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간쯤, 다리에 감각이 흐릿해지고, 뒷목이 저릿해진다.
운전이라는 건 생각보다 외로운 일이다. 모두가 졸고 있는 차 안에서 나만은 긴장을 풀 수 없다. 하지만 그 긴장이 쌓이면, 어느 순간 몸이 아우성을 치기 시작한다. 피로와 뻐근함, 그리고 흐릿한 집중력. 그때부터는 즐거운 여행이 아니라 ‘버티는 이동’이 된다.
이젠 안다. 몸의 신호를 그냥 넘기면 안 된다는 걸. 아주 짧은 스트레칭, 시트 조정, 손 위치를 바꾸는 사소한 움직임 하나가 생각보다 오래 나를 지탱해 준다. 장거리 운전은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한 자세로 오래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심한 근육 긴장과 피로가 쌓인다. 아주 약간의 시간만 투자하자. 몸도 풀고 졸음도 쫓을 수 있다.
출발 전 스트레칭하기
50km 이상 거리를 운전해야 한다? 벌써 몸이 굳고 어깨가 뭉치는 느낌이 든다. 운전 전에 5분만 투자하자. 긴장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 차에 타기 전에 어깨를 크게 돌려주고 목은 천천히 좌우로 기울여 주자. 무릎을 구부렸다 펴며 다리 근육도 풀어주면 혈액 순환이 좋아진다.
시트 각도 100~110도 유지하기
태권도의 기본은 발차기인 것처럼 운전의 기본은 잘 앉는 거다. 등받이를 너무 세우거나 눕히면 허리와 목에 부담이 커진다. 가장 이상적인 각도는 약 100~110도로 살짝 뒤로 기대는 정도다. 허리가 아프면 무조건 시트를 뒤로 젖히지 말고 등과 허리를 바르게 받쳐줘야 한다.
핸들 그립을 수시로 바꾸기
같은 자세로 핸들을 잡고 있으면 어깨가 경직된다. 정석 자세(9시–3시, 또는 10시–2시)를 유지하되, 20분마다 손 위치를 1~2cm씩 바꿔주자. 엄지손가락을 핸들 안쪽에 넣지 말고 바깥쪽에 올리는 것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
한 시간마다 발목 풀어주기
운전 중에는 하체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 1시간마다 꼭 쉬어주자. 휴게소에서 발끝을 위아래로 풀어주고 발목을 돌려주자. 하지정맥류, 다리 부종 예방에도 좋다.
틈틈이 어깨 으쓱하기
“짤랑짤랑짤랑짤랑, 으쓱으쓱!” 유치원에서 부르던 이 노래, 운전할 때 쓰라고 배운 거다. 양어깨를 귀 쪽으로 으쓱 올리고 3초 유지, 그리고 툭 떨어뜨리기. 5회 반복하면 승모근 이완,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있다.
턱 당기기
운전 중에는 무심코 목이 앞으로 빠져 거북이가 된다. 등을 등받이에 붙이고 턱을 가볍게 뒤로 당겨 목을 곧게 펴자. 이건 틈날 때마다 해주면 좋다.
창밖 멀리 보기
운전할 때 차가 막히는 것만큼 곤욕이 없다. 정체 구간에서 계속 앞만 보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 눈과 목이 동시에 뻣뻣해진다. 약 5초 정도 창밖 멀리 보이는 산이나 하늘을 바라보자. 눈 근육이 풀리고 안구 건조증도 막아준다.
간식은 단백질 위주로
운전할 때 탄수화물, 단 간식은 혈당을 높여 피로감과 졸음을 유발한다. 견과류, 삶은 달걀, 치즈, 단백질바 같은 간식을 추천! 아무리 그래도 휴게소 소떡소떡은 참기 힘든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