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함과 관상은 과학이라지만, 과연 과학자의 의견도 그럴까?
연애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 두 사람이 만나 알콩달콩 시간을 보내기도 벅찬데, 주변에서 감 놓고 배 놓으라는 인간들이 합세하니 정신이 혼미해진다. 하지만 주변인들의 말을 무작정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 걱정돼서 하는 말일 테니까.
만날 때마다 자신의 연애 고민을 털어놓는 형이 있었다. 연애에 자신이 없는지,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없었는지는 모르겠다. 이래저래 꾸준히 누군가는 만나는 것 같았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각각의 고민을 가지고 와서 썰을 풀었다.
한 번은 감자탕을 먹으며 SNS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와 연락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형이? 그 사람이랑? 개소리 말고 돼지뼈나 뜯으라고 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어디서 만났는지,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자랑을 늘어놨다. 그 형은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이기에 성향, 라이프스타일, 주변 환경 등 그녀와 맞는 게 거의 없었다.
각도기로 재지 않아도 잘 될 각이 나오지 않았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며 주변에 괜찮은 사람을 소개받아서 결혼이나 하라고 타박했지만 듣지 않았다. 이미 빠졌다. 상대방은 별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형은 당장이라도 신혼집을 구하러 다닐 판이었다. 이미 경주마가 되어버린 형. 약 2년 정도를 그녀만 따라다니다 지쳐 떨어졌다. 후에 형이 “왜 더 말리지 않았냐”라고 하소연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 사이 형은 40살이 넘었고 풍성했던 머리숱도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도시락을 싸서 쫓아다니면서 말렸다면 달라졌을까? 아니다. 주변에서도 모두가 말렸다고 했다. 하지만 형이 귀를 닫았을 뿐이다. 주변인의 조언, 어떤 걸 듣고 무엇을 걸러야 할까?
귀를 닫아야 할 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
보통 이런 말은 별생각 없이 하는 경우가 많다. “네가 아까워”라는 말을 하기 위한 빌드업이랄까. 그렇다고 비슷한 또래끼리 만나야 행복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니 크게 신경 쓰지 말자. 나이가 많아도 동안 외모인 사람도 있고 어려도 성숙하거나 생각이 깊은 사람이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의도가 불순하다.”, “또래를 못 만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다.” 수준의 논리에 흔들리지 말자. 사람은 만나봐야 아는 거다.
뭔가 좀 싸한데?
눈빛이 음흉하다거나 느낌이 안 좋다고 “네가 아까워”라고 말하는 경우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다.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다”라거나 “촉이 좋다”라고 덧붙여도 마찬가지다. 내가 애인을 지인들에게 어떻게 소개했는지 먼저 곱씹어보자. 고민 상담을 빌미로 단점을 앞세우진 않았는지. 사람들이 내 얘기를 듣고 애인을 향한 색안경을 꼈을 수도 있다. 싸함과 관상은 과학이라지만, 과연 과학자의 의견도 그럴까?
미래가 없어
당장 직장이나 벌이가 번듯하지 않다고 해서 미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돈과 건강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다. 중요한 건 그가 어떤 태도로 세상을 살아가는 가다. 경제관념이 뚜렷하게 있고 벌이에 맞는 소비 패턴을 가졌다면 별문제 없다. 어려운 상황에 닥치면 결국 돈 때문에 상대를 원망하게 될 거라고? 내가 잘하면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책임지는 일은 행복하고 뿌듯하다. 상대의 미래를 걱정할 시간에 자기 앞날이나 잘 살피자.
귀를 기울여야 할 때
너한테 너무 함부로 해
애인이 당신에게 말을 험하게 하고 제멋대로 굴며 당신을 흔들어댄다면 주변에서 먼저 알아본다. 막상 당사자는 이게 사랑이라는 착각에 빠져 푸대접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동안에 말이다. 당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주변 사람이라면 이 푸대접을 보고 있는 게 가슴 아플 것이다. 어쩔 수 없다며 미루지 말고 당신의 삶을 갉아먹는 애인으로부터 손을 털고 달아나자.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야
사람은 변한다. 상황에 따라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사람이니까 실수도 할 수 있다. 이때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해결을 위한 의지다.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그 의지를 볼 수 있다. 애인의 치명적 실수로 헤어졌다. 정을 떨치지 못하고 다시 만났다. 애인은 나에게 이 사건을 어떻게 사과했는가? 지인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하는가? 매듭지을 생각 없이 어물쩍 넘어갔다면 그 재회는 축하받을 수 없다. 이 경우의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은 새겨들어야 한다. 남을 고칠 시간에 내 마음을 고쳐 잡는 게 훨씬 빠르다는 걸 기억하자.
얼마 전에 네 애인 봤는데
애인 주변에 이성 친구가 많은가? 모두에게 친절하고 우유부단하거나 여지를 주는 성격인가? 그렇다면 앞으로의 연애가 피곤할 수도 있겠다. 집착을 하거나 김민재 수비처럼 압박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주변에서 애인이 다른 사람과 있는 걸 봤다거나. 스킨십하는 걸 봤다는 등 목격담이 들린다면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는 있다. 그렇다고 감정에 휩쓸려 다그칠 필요는 없고 이성적으로 차근차근 증거를 모아보자. 주변인들에게 들어도 들어도 미담만 나온다면? 주변에서 괜찮다면 진국인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