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쇼월터, <빅식The Big Sick>, 2017
* 스포일러 : 약함
영화 <빅식>의 메인 테마는 사랑의 상실이다. 그리 흔한 일은 아니지만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결국 누구나 겪는 일이다. 바꿔 말하면, '어떻게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었을까'할 정도로 놀라움을 자아낼 만한 영화는 아니다. 이미 비슷한 경험을 가진 관객도 많을 테니. 게다가 이 영화는 그 흔한 러브 스토리들의 목록에서 차별화될 만한 독특한 요소를 갖추지도 않았다. 평범하게 사랑하던 연인이 가슴 아프게 이별하고 많이 아프다가 극적으로 재회한다. 여기에 특별히 놀라울 요소가 있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여전히 유효한 지점이 있다면, 그것은 상실된 사랑의 아픔을 해소하는 방식에 있을 것이다. 에밀리(조 카잔)가 혼수상태에 빠진 14일 동안 그저 헤어진 연인에 불과했던 쿠마일(쿠마일 난지아니)이 보여준 진심과 정성, 헌신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전까지 극복 불가능해 보이던 쿠마일네 문화적 전통이 당장에라도 넘어설 수 있는 흔한 장애물 정도로 느껴진 이유는 뭐였을까. 쿠마일은 에밀리가 '상실될'지도 모른다는 사실 앞에서 그간의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상실의 아픔을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우리 일상의 판단들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렇듯 영화는 에밀리가 쿠마일을 영원히 떠나버릴 수 있는 상황을 담담하게 연출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판단의 기준을 재설정하게 한다. 마치 '소중한 사람은 언제든 네 곁을 떠날 수 있어' 하고 가만히 읊조리는 느낌이다.
여기에 더해서 이 영화의 연출에 화제성을 더한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의 각본은 실제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인 쿠마일 난지아니와 에밀리 V. 고든이 맡았고, 쿠마일은 직접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음으로써 관객들이 실제 인물의 감정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영화처럼 힘든 과정을 뚫고 결혼에 이른 두 사람의 사랑은 현재 진행 중이다. 즉 쿠마일은 두 사람의 힘들었던 과거를 연기하는 배우로서, 에밀리는 작가 및 연출자로서 그들의 현실을 더 낭만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 거기에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에서 한 편의 서사로 아름답게 종결된 사랑이 현실 속 그들의 사랑에 일정한 파동으로 울림을 준다는 것. 함께 잠자리에 들기 전, 그들 부부는 이 영화에 대해 어떤 감상을 나누었을까.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 깨알 같은 웃음과 함께 스치듯 깨달음을 주는 요소로서 쿠마일의 농담을 언급하고 싶다. 쿠마일을 이루는 수많은 특징 중 피부색이나 얼굴 생김새만을 기준으로 삼아 그에게 모욕적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그는 언제나 현실을 비튼 농담으로 응한다. 단 한 번도 그들을 무시하거나 못 들은 척 넘어가지 않는다. 영화에 등장하는 쿠마일의 입담은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꼬집는 그만의 노하우이며, 그렇기에 농담이면서도 묵직한 힘을 갖는다. 우리가 가진 생각 중에도 약한 사람들을 향한 모욕과 혐오, 편견을 주재료로 삼은 것들이 많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남녀의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들에서 흔히 만나기 어려운 깨달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