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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 Apr 30. 2020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동화

차영아, 『쿵푸 아니고 똥푸』, 문학동네, 2017

* 쪽수: 96쪽



『쿵푸 아니고 똥푸』는 짤막한 이야기 세 편이 실려있는 동화집입니다. 각각의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으면서 동시에 사회적 약자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하죠. 정말 따뜻한 교훈을 품고 있는 책이에요. 그리고 정말 따뜻한 그림을 담고 있기도 하죠. 여러모로 어린이들이 읽기에 참 좋은 책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이면서 표제작이기도 한 「쿵푸 아니고 똥푸」는 단연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자랑합니다. '똥' 이야기이니까요. 어린이가 '똥'이란 소재를 대하는 태도를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가 얼마나 어린이의 흥미를 섬세하게 자극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많은 어린이가 똥을 더럽고 창피하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굉장한 호기심을 갖고 있거든요. 이 이야기는 차마 자기 입으로 똥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수줍음 많은 어린이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히 풀어줍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탄이는 수업시간에 바지에 똥을 쌉니다. 어기적어기적 화장실로 가 문을 걸어 잠그고 울고 있는 탄이에게 곧 똥푸맨이 찾아오죠. 똥푸맨은 똥 싸는 것을 '위대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아무리 위대한 영웅이라도 똥을 안 싸면 배가 아파 구르게 될 거라고 말이죠. 그리고 탄이가 어려운 일을 겪을 때면 언제든 돌아오겠다고 약속하며, 대신 밥과 반찬을 골고루 먹어야 자기가 출동할 수 있다고 귀띔해줍니다. 탄이의 어려움은 바로 다음 날 찾아오죠.


탄이네 가족은 딸기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데, 얼마 전 아빠가 다쳐서 간병을 하느라 딸기에 거름을 못 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거름을 못 줘 딸기농사를 망치면 탄이의 엄마가 결혼하고 십 년 만에 처음으로 다녀오려고 했던 고향 필리핀에 갈 수 없게 되고요. 집안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탄이는 똥푸맨의 말대로 밥과 반찬을 골고루 먹고는 화장실 변기에 앉아 주문을 외웁니다. 곧이어 나타난 똥푸맨은 과연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까요.



두 번째 이야기 「오, 미지의 택배」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이야기입니다. 아홉 살 미지는 자기 앞으로 온 택배를 받는 때부터 어른이 되는 거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실제로 첫 택배가 찾아오죠. 그 안에는 흰색 운동화 한 켤레와 설명서가 담겨 있습니다. 설명서에 담긴 대로 운동화를 사용하면 하늘나라로 떠난 누군가를 30분간 만나게 되죠. 미지는 곧바로 운동화를 신고는 폴짝폴짝 뛰면서 외칩니다. "봉자야, 봉자야, 봉자야!"


봉자의  'ㅂ'자는 꾹 누르면 눈물이 나오는 미지의 눈물단추다. 그 이름을 부를 때면 미지의 눈에서 자동으로 눈물이 똑 떨어졌다. 사람들에겐 누구나 자기만의 눈물단추가 있는 법이다.(40쪽)


봉자는 암에 걸려 하늘나라로 떠난 미지의 둘도 없는 반려견입니다. 운동화 택배를 보낸 것도 봉자였죠. 떠난 지 일 년 만에 하늘나라에서 만난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미지는 봉자에게 가장 행복했던 장소가 집 앞에서 둘이 공놀이하던 공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봉자가 하늘나라에서 미지의 걱정을 많이 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봉자가 곧 세상에 무언가로 다시 태어날 거라는 것도 알게 되죠. 이제 미지는, 봉자일지 모를 세상의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다고 다짐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 이야기는 「라면 한 줄」인데,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이야기의 변형입니다. '라면 한 줄'은 주인공 시궁쥐의 이름이에요. 항상 가까운 라면집 쓰레기봉투에서 라면 한 줄만 낚아채 오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죠. 어느 날 삼겹살집을 지키는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고 오자는 쥐들의 계획에 얼떨결에 떠밀려 나서게 된 '라면 한 줄'은, 뜻밖에도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외눈박이 고양이의 모습을 보게 되죠. 쥐들에게 잔인하다고 소문난 외눈박이 고양이는 사실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떠돌이 길고양이였던 겁니다.


이제 '라면 한 줄'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괴롭힘 당하는 고양이의 목에 계획대로 방울을 달 것인가, 아니면 고양이를 도와 아이들에게 맞설 것인가. 짧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고양이를 돕는 것이죠. 아이들은 쥐를 보고는 기겁하며 달아나고, 도움을 받은 고양이는 삼겹살을 먹으러 오는 쥐들을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렇게 이야기는 '사랑이 항상 이긴다'라는 말을 남기고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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