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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 May 09. 2017

언제나 한 박자 느리게

위로의 인사말

어른들은 걱정한다. 내 아이가 학교에서 잘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아이는 학교에서 뭘 잘해야 하는 건지.


어른들은 대답할 것이다. 되도록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면 좋겠고, 되도록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선생님 말씀을 잘 들으면 좋겠고, 되도록 평가에서 높은 성적을 받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나 역시 대답할 것이다. 친구관계 원활하고, 수업 시간 태도 좋고, 평가 결과 양호하다고 말이다.


하지만 어른들의 걱정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의 고민, 아니 욕구는 보다 본능적 차원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 어른들은 자기 자식이 '되도록' 잘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자기 자식이 '남보다' 잘하기를 원하고, 그렇기 때문에 조급하다. 조급한 어른들은 아이와 느긋하게 대화하기 어렵다. 결국 아이에게 물어야 할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묻고 해결책을 구한다. 어떻게 하면 '남보다' 잘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느냐고.


어른들이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자식이 남보다 잘해서 더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마음이 비뚤어졌다 지적하고 싶지도 않다. 자식에 대한 끝없는 기대와 그로 인해 생기는 욕심, 욕망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 쓰이는 글들은 부모의 욕심을 나무라지도 않을 것이고, 아이의 게으름을 꾸짖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것들은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곳에 쓰이는 글들의 목적은 위로다. 누구도 상처 받지 않고 위로의 대화를 나누는 것. 가끔씩이라도 아이와 어른이 서로를 마주 보고, 또 스스로를 돌아보며 대화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매일 크고 작은 일을 겪는다. 기쁘고 즐거운 일만 가득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힘겨워하는 아이들을 우리 사회의 어른들이 위로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른이 아이의 마음을 깊이 이해해야만 한다. 아이가 지금 이 순간 고민하는 문제를 아이의 입장에서 그와 동등한 무게감으로 함께 고민할 줄 알아야만 비로소 대화를 할 수 있다. 아이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윽박지르거나 고압적인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 가장 중요한 손님을 맞을 때처럼 조심스럽고 정성스러워야 한다. 안 되면 되게 하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 언제나 한 박자 느리게. 그것이 아이를 대하는 바람직한 어른의 모습이라 믿는다.


<아이들의 멘탈 관리를 위한 안내서>에는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아이들의 고민과 그에 대응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담았다. 우리 사회 어른과 아이의 일반적 소통방식을 반영하고자 아이들의 고민은 작은따옴표 안에, 어른들의 말은 큰따옴표 안에 각각 담아서 표현했고 글자색도 서로 다르게 했다. 우리는 이 글들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아이들이 가진 고민에 진지하게 다가가는 방법과 올바른 태도를 익힐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아이들을 위로할 수 있는 따뜻한 어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점점 더 따뜻한 마음을 물려줄 수 있게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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