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짤막한 디스토피아 SF입니다. 어려운 개념이나 용어에 대한 설명 없이도 작품 전반에 흐르는 특유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생생하게 불러일으키는 작품입니다. 특히 최근 들어 독자들에게 반응 좋은 베스트셀러 단편소설들과 궤를 같이 하는 장르물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먼저 이야기의 전체적인 뉘앙스가 인상적입니다. 온기도 없고 색채도 없는 세계관이 이야기를 꽉 쥐고 있는 듯하지만 그 밑에 굳건한 빛줄기가 변함없이 반짝이는 듯합니다. 해방과 공존을 향한 희망도 보이고요. 아득한 심해나 혹은 그 너머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들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는 점에서 천선란 작가의 「레시」, 김초엽 작가의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같은 작품들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해저도시 타코야키」라고 해서 도시의 이름이 ‘타코야키’거나 어떤 은유적 장치일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고 제목 그대로였네요. 해저도시는 말 그대로 해저도시고, 타코야키도 우리가 아는 그 타코야키가 맞습니다. 사실 이야기를 다 읽고 난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둘은 매치가 잘 안 돼요. 그리고 이 이물감이 작품의 뉘앙스를 신선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인 것 같습니다. 전혀 관계없는 임의의 두 단어를 제시하면서 개연성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보라고 했는데, 미처 예상하지 못한 수작이 탄생한 느낌이랄까요. SF는 이런 이색적인 조합도 그냥 태연하게 글자 그대로 풀어낼 수 있는 강력한 매력이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