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 마주친 것들

4. 젠틀레인 - 「터져 나온 고함소리를 듣는다면」(109매)

by 달리

6회에 걸쳐 연재 중인 소설이고, 총 분량은 109매입니다. 평범한 여행기로 읽히지만 리얼리즘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드라마틱한 일이 자주 일어나지도 않고요. 다시 말해 아주 현실적이지도 않고, 아주 극적이지도 않습니다. 이 무심한 균형감각이 독자의 시선을 붙잡는 핵심 요인으로 느껴집니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중요한 소품으로 나옵니다. 아마 작품 속 주인공의 여정이 파편화된 삶에 대한 저항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암시하는 도구일 거예요. 하지만 주인공의 여행에서 격렬한 저항의 흔적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시한부 일탈에 가깝죠. 주인공은 수능을 치르기 위해 결국 일상으로 돌아와 타협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거인과 난쟁이의 대립은 현실적으로 균형이 맞을 수가 없는 겁니다. 이야기의 초점은 대립보다는 새로운 관점의 모색에 있고, 그런 점에서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과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조합은 영리하게 느껴지죠. 주제가 품고 있는 딜레마를 각인시키는 동시에 주인공의 고뇌를 북돋아주니까요.


회수되지 않는 소품과 사건들도 중간중간 나옵니다. 맥거핀을 의도한 것 같지는 않아요. 이후 내용에서 어떤 식으로든 처리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끝까지 회수되지 않는다고 해도 딱히 부자연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작품이 추구하는 스탠스가 한 사람의 삶에서 임의로 일어나는 사건들의 건조한 나열이라면, 그 속에 등장하는 소품 사이의 개연성을 빈틈없이 맞추려고 애쓰는 건 오히려 부질없는 시도일지도 모르죠. 삶은 그렇게 인과적으로 흘러가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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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터져 나온 고함소리를 듣는다면」


리뷰 - 「작은 생명으로부터 일어나는 거대한 균열」